♣ 김치는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음식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라면 단연 김치일 것이다. ‘침채’라는 음식에서 시작해 오랜 세월 변화와 변화를 거듭해 ‘김치’라는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아직도 김치는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자연과 자연이 서로 어울려 시간을 더해 빚어내는 음식 김치.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인 이하연 명인은 소라, 낙지, 전복 등을 넣어 만든 ‘해물섞박지’로 대한민국 식품명인에 지정되었다. 최근 중국과 관련해 김치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를 만나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Q. 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 선택부터 손질, 자신만의 비법도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김치도 하나의 요리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이하연 명인만의 요리철학 또는 김치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치는 모든 재료를 자연에서 얻고 자연과 함께 만들어가는 음식입니다. 김치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과 온도가 만들어내죠. 불을 쓰지 않지만 ‘익었다’는 표현을 쓰는 음식은 김치 하나 뿐입니다.
이는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온도가 어울려 김치를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김치는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음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김치에는 첨가물이나 조미료가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Q. 김치를 계속 연구하고 담가오면서 명인으로 지정되기까지 했습니다.
음식점을 오래하면서 손님에게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김치를 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치 하나만은 내가 끝까지 해보자고 마음 먹었죠.
김치란 게 참 이상해서 담글수록 신비로웠습니다. 재료와 양념에 따라 수백 가지의 조합이 생겨나고 익히는 정도에 따라 또 맛이 달라지죠. 이런 신비로움이 지금까지 김치를 담그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Q. 최근 중국과 관련해 김치에 대한 논란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한 유명 유튜버는 파오차이를 김치의 원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김치 명인으로서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딱 잘라 말해서, 파오차이는 김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음식, 전혀 다른 음식입니다. 파오차이는 배추나 무를 소금물에 절인 뒤 고온에서 끓여 식힌 다음 중국 술 바이주와 산초, 팔각, 매운 고추, 생강, 설탕을 혼합해 절인 음식입니다.
2~3일 정도만 재우기 때문에 먹는 방법도 만드는 방법도 상이할 뿐더러 유산균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도 우리 김치와 크게 다릅니다. 김치가 유산균의 생성을 촉진시키는 음식이라면 파오차이는 발효를 최대한 억제하는 피클 같은 음식입니다.
김치란 게 재료와 양념에 따라 수백 가지의 조합이 생겨나고 익히는 정도에 따라 또 맛이 달라지죠.
이런 신비로움이 지금까지 김치를 담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Q. 김치는 이미 세계가 인정한 으뜸 발효음식으로 한식의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는데요.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치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거기에 맞춰 김치종주국으로서의 지위가 흔들리지 않도록 많은 일을 해두었습니다. 김치는 이제 고유명사가 되었으며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됐습니다.
아무리 중국에서 우겨봐야 소용이 없죠. 2013년 유네스코가 김장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또 2017년에는 문화재청에서 김치담그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했고, 2020년에는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하고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이는 김치를 담글 때 최소한 11가지 재료를 사용하고 22가지 효능을 내기 때문인데 그만큼 우리나라의 김치는 경기도 김치, 전라도 김치, 경상도 김치 등 지역마다 김치를 담그는 방법과 그 효능이 다양해 각 생산업체의 김치들에도 그 특색이 있습니다.
Q. 김치소비를 늘리고 김치산업을 지속가능하기 위해 아이들의 식습관을 개선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아이들이 김치를 친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아이들이 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김치가 맛이 없기 때문이죠. 이는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김치에 관한 교육을 시키는 것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일본의 어린 학생들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죠. 우리도 김치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방탄소년단과 방시혁 대표님께도 부탁드립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러분들이 생활 속에서 김치를 드시는 걸 자주 보여준다면 김치의 세계화는 더 빠르고 바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그렇게만 해주시다면 내 손으로 평생 먹을 김치를 담아서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계김치연구소와 협력해 김치산업 CEO를 대상으로 숙명여대에서 김치전문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사찰김치와 궁중김치 담그는 법은 물론 김치 마케팅과 김치인문학까지 두루 교육하고 싶습니다.
김치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공간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 서울시 등과 협의 중입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어려움이 많지만 김치 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겠죠.
게다가 얼마 전 논란이 된 중국산 김치 논란을 보며 김치를 만드는 사람들의 수준을 더 향상시켜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래야 우리 김치를 대중들에게 더 잘 설명할 수 있고 이해시킬 수 있을테니까요.
♣ 재료 및 분량(10kg 기준)
【주재료】 절인배추 3kg, 절인무 1kg, 절인가지 250g, 절인동과(콜라비) 500g, 절인오이 500g, 전복, 소라, 굴 각각 100g, 낙지 150g, 생새우 50g
【부재료】 무채 800g, 배채 100g, 미나리, 쪽파, 갓 각각 50g
【양념】 고춧가루 50g, 고운 고춧가루 15g, 다진마늘 50g, 다진생강 10g, 새우젓, 소금 각각 25g
【고명】 삭힌고추 40g, 배 250g, 통대추 15g
【감초물】 감초 20g, 물 1L
【국물】 황석어젓국물 1L, 생수 1.5L, 다시마물 1컵, 배즙 1/2컵, 새우액젓 50g, 소금 35g, 다진마늘 25g, 다진생강 5g, 고운고춧가루 50g
*황석어젓국물 생수 1L에 황석어젓 10g, 밴댕이젓 10g을 넣어 하룻밤 우려 건더기를 건진 물을 말함.
♣ 만드는 법
① 배추는 1통을 각각 4쪽으로 나누어 소금에 절여 씻은 다음 채반에 받쳐 물기를 뺀다.
② 무는 절반을 잘라 4등분(총 8조각) 하여 잘게 칼집을 내고, 오이는 각각 3등분 하여 중간에 칼집을 낸다. 가지도 각각 절반 잘라 2등분(총 4조각)하고, 동과는 껍질을 깍아 무와 비슷한 크기로 썰어 소금에 절여 준비한다.
③ 각각 손질해 준비한 전복, 소라, 낙지는 감초물에 살짝 데쳐 잘게 썰어 준비한다. 굴은 손질한 채로 준비해 놓는다. (단, 굴은 동절기에만 쓴다)
④ 부재료의 쪽파, 갓, 미나리는 2cm길이로 썬다.
⑤ 준비된 양념재료와 부재료를 모두 섞은 김칫소에 ③의 해산물을 넣고 다시 잘 버무려 준비해 놓는다. (간은 새우액젓과 소금의 양으로 맞춘다)
⑥ 절임배추에 ⑤를 넣고 김치를 만들어 준비한다.
⑦ 황석어젓국물과 국물 재료(다시마물, 배즙, 새우액젓, 소금, 다진 마늘, 다진 생강, 고운 고춧가루)를 섞어 준비해 놓는다. (간은 새우액젓과 소금의 양으로 맞춘다)
⑧ 배는 8등분 하고 씨가 있는 중심 부분을 잘라낸다.
⑨ 준비된 용기에 소를 넣은 배추와 절여놓은 무, 오이, 가지, 동과를 차례로 넣는다.
⑩ ⑨에 배추 겉잎을 덮은 다음 베 보자기로 걸러 놓은 국물을 붓고 통대추, 삭힌고추, 배를 넣어 마무리한다.
⑪ 상온에서 하루 정도 익힌 다음 냉장고에 두고 10일 정도 숙성시킨 후 먹는다.
♣ 재료 및 분량
【주재료】 오이 10개, 물 1L, 소금 1/2컵(80g)
【부재료】 부추 200g, 홍고추 2개, 고춧가루 50g, 찹쌀죽 50g, 멸치액젓 50g, 다진생강 1티스푼, 멸치 가루 1티스푼, 통깨 약간
♣ 만드는 법
① 준비한 분량의 물에 소금을 넣고 녹인 다음 오이를 담근다. 중간에 아래위를 뒤집어 기며 5시간 정도 절인다.
② 절인 오이를 흐르는 물에 씻어 건져 물기를 뺀 후 앞뒤 꼭지를 자르고 오이 가운데로 칼집을 3개 넣는다.
③ 부추는 시든 잎을 떼어내고 흐르는 물에 씻어 건져 1cm 정도로 송송 썬다.
④ 홍고추는 반으로 갈라 씨를 제거하고 채 썰어둔다.
⑤ 부추를 제외한 모든 양념 재료(홍고추, 고춧가루, 찹쌀죽, 멸치액젓, 다진 생강, 멸치가루, 통깨)를 섞어 20분 정도 불린 후 부추를 넣어 양념소를 만든다.
⑥ 오이의 벌어진 칼집 사이로 양념소를 채운다. 너무 많이 넣으면 비어져 나와 지저분하므로 적당히 넣는다. 손에 양념을 묻혀 오이 겉면에 살짝 바르듯이 문지르고 통에 차곡차곡 담는다.
⑦ 취향에 따라 바로 먹어도 좋고 일주일 정도 숙성해서 먹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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