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우스막걸리 창업하고 싶으세요?
대부분 사람들은 소규모주류제조(이하 하우스막걸리)를 숟가락 하나만 얹으면 되는 컨텐츠인줄 안다. 하지만 냉정하게 속을 뒤집어 보면 하우스막걸리도 엄연한 양조장이다. 작은 시계가 큰 시계보다 시간이 더 빨리 가거나, 싸지 않듯이 시설을 들여 놓을 공간이나, 술을 빚을 인력수급, 제대로 된 전통주 지식 없이 섣불리 시작했다가 오히려 실패하기 십상이다. 우선 제대로 알고보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 백번 말해도 지겹지 않은 입지선택
하우스막걸리를 시작하려면 제일 먼저 입지선택이 중요한데 주점업 중에서 고객 범주가 좁은 편이라 정확한 타깃을 설정하고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술집이 모여 있고 직장인이 많은 곳이 최적지이며, 아파트 밀집지역, 복합상권, 중심상업지구도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이런 곳은 당연히 권리금, 임대료가 비싸다. SNS나 홍보마케팅에 자신 있다면 외지고, 후미진 골목 안도 요즘 대세다. 나만 아는 술집, 맛집 컨셉이 뜨고 있기 때문이다. 잘만 홍보하면 좋은 자리의 1/3 정도의 임대료로 좋은 가게를 만들 수 있다.
♣ 술을 파는 것이 아니라 술 문화를 팔자
하우스막걸리 주점은 내가 만든 술을 손님에게 파는 것, 즉 옛 주막 스타일을 부활시키는 전통술 문화 복원사업인 것이다. 가양주 문화가 다시 피어나고 동네마다 수제막걸리가 팔리면 펍 크롤링(pub crawling : 하룻밤에 대여섯 군데의 펍을 돌며 맥주를 즐기는 문화)처럼 막걸리 크롤링도 분명 트렌드가 될 것이다. 지금도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펍 크롤링을 즐기는 젊은 청춘들을 심심찮게 볼 수있다.
♣ 최소한 전통주의 기본 지식은 장착하라
막걸리와 동동주의 차이점을 묻거나, 청주와 약주가 동의어인지, 화요나 안동소주는 왜 다른지 묻는 손님도 간혹 있지만 묻지 않더라도 우리 술 이야기를 조금씩 해주다보면 자연스럽게 전통주 전문점으로 소문이 나게 된다. 전통주 관련 책을 구입해서 읽고, 전통주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가장 위험한 건 전문지식 없이 얻게 된 주방문으로 빚는 술이다.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작품인 술을 일정하게 매번 만들어내기란 안 그래도 힘든 일인데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이라며 빚어 판다면 결국 얼마가지 않아 고객들에게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 술장사 경험? 음식 장사경험? 당신은 어느 쪽?
하우스막걸리바를 하고 싶은데 술장사를 해 본적도 없고, 음식장사를 해 본적도 없다면 섣불리 개업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둘 중 어느 것 하나라도 해 본 경험이 있고 자신 있다면 하우스막걸리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말 좌충우돌해도 좋으니 꼭 하우스막걸리를 하고 싶다면 적어도 전국의 하우스막걸리를 방문해보고 컨설팅을 의뢰해보든 의견이라도 들어 본 뒤에 결정하기를 바란다.
주방은 또 다른 세상이므로 주인이 주방 안을 장악하거나 파악하지 못하면 재료비 누수나 주방 내 인력누수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한다. 그래서 오너쉐프(가게주인이 직접 조리장을 겸직)가 힘들지만 속편한 이유다.
♣ 술과 어울리는 요리여야한다.
의외로 전통주는 요리와 조화롭지 못하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 말은 곧 요리 없이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술이기도 하고, 술 자체가 달아서 요리와 잘 어울리지 않다는 말도 된다. 예를 들자면 고형물이 많은 막걸리는 밥에 물을 말아먹는 것과 진배없어, 막걸리 자체만으로도 마시면 배가 부른데 무겁고 기름진 전과 궁합이 맞다고 함께 먹으면 재주문이 느려지거나 안주를 더 이상 시키지 않는다.
막걸리와 같이 도수 낮은 술은 심심한 나물종류나 북어보푸라기같이 가벼운 안주여야하고, 청주는 샐러드, 해산물류가 잘 어울리며, 소주는 기름지거나, 얼큰한 요리와 어울린다. 술과 어울리는 안주를 시즌별로 내놓으려고 노력하고, 내가 만든 술과 제일 잘 어울리는 안주를 서비스하고 그곳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궁극의 안주를 주안상으로 내놓는다면? 그 뒤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나의 술을 팔려면 나만의 특별한 레시피, 즉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좋은 햅쌀로 전통누룩을 사용하고 알칼리수를 사용해서 만들고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은 술이라고 다들 말한다. 모두들 좋은 술을 만들지 맛없는 술을 생산하지는 않는다. 좋은 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술을 잘 파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술에 이야기를 입혀야한다. ‘저희 술은 이 소리잔에 서비스해드립니다.
소리잔은 임금님이 사용하시던 술잔으로 신하가 감히 임금님 곁에 다가가지 못하니 술이 떨어지면 딸랑딸랑 소리를 내어 신하가 달려와 술을 따라주는 일종의 싸인벨이죠. 술 떨어지면 소리내주세요. 저희가 달려오겠습니다.’ 실제로 하우스막걸리바 ‘안중’은 이런 술잔 스토리텔링을 입혀 고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어 소리잔 판매수익까지 올리고 있다.
♣ 생각보다 까다로운 면허절차 어떻게 할까?
제조면허를 내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서류심사를 보는 국세청, 위생을 확인하는 식약처, 용기검정, 주질감정을 위해 주류면허지원센터를 반드시 거친다. 절차와 양식에 맞게 서류를 꾸미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천천히 오랜 시간을 두고 발품 팔아가면서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제조면허 준비를 하는 것도 모험이다.
필자처럼 중간쯤 준비하다가 포기하고 전문가에게 면허신청을 맡긴 경우라면, 아예 처음부터 고생하지 말고 대리면허신청을 하라고 권한다. 비용은 약 200-400만원정도 소요된다.
♣ 하우스막걸리(소규모주류제조장)은 식품접객업영업허가가 먼저
하우스막걸리를 하고 싶다면 일반음식점허가를 먼저 받아야한다. 2종 근린시설인 곳이어야 하고, 1층이 아니라면 지하 66m2, 2층 이상 100m2 이상인 다중이용업소 소방설비(설치비용 평균 300만원)와 위생교육필증도 받아야한다(인터넷교육가능). 그 외 일반음식점허가기준에 맞는지 확인하고 신고절차를 밟으면 어렵지 않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 다양한 전통주도 함께 팔아야 진정한 전통주 전문점
제조면허를 막걸리로 받았다고 단일품목만 판매하면 다양성을 잃는다. 작은 가게일수록 다품종 소량생산이 답이고, 하우스막걸리 전문점으로서의 목적성을 가지려면 내 술이 있고 다양한 주종의 술들을 함께 판매해서 전문성을 잃지 말아야한다.
그래야 고객들은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고 전통주를 더 폭넓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내 술이 잘 팔리려면 다른 술들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것도 하나의 판매방식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 계절별, 날씨별로 틀린 판매순위
여름엔 청량감있는 막걸리나 가벼운 청주 혹은 여름술인 과하주는 특히 여름에 고객들에게 인기고, 겨울에는 도수가 조금 높은 소주가 인기다. 가을엔 햇곡식으로 만든 막걸리, 봄엔 두견주처럼 진달래로 만든 계절술이 한정판으로 잘 팔린다. 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만석이다.
빗소리와 전 붙이는 파장소리가 비슷해서 막걸리집이 대세라고들 하는데 정말로 비오는 날엔 평소보다 손님들이 40-50% 많다. 3-4월, 9-12월까지는 막걸리집이 성수기다. 일년의 반은 성수기, 반은 비수기로 보면 된다. 막걸리는 여름철엔 많이 들이지 말아야한다.
유통과정에서 술이 상하기 쉽고 산도가 높아 상한 술을 제공했다는 소리도 종종듣기 때문이다. 특히 금정산성은 겨울엔 금맛인데 여름엔 똥맛이라는 고객의 핀잔어린 소리는 잊을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여름엔 청주나 도수가 낮은 소주가 판매우선순위이며, 봄과 가을엔 막걸리와 청주, 겨울엔 소주나 금정산성처럼 묵직한 막걸리가 판매를 우점 한다.
인생도 사업도 타이밍이다. 초기에 시작해서 성공할지 망할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적어도 앞서서 먼저 경험한 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실패 확률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하우스막걸리의 밝은면이 더 잘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우리술 교육훈련기관 연효재 교장 김단아
* 전통주 “조선시대 360여종”의 제조법.유래 등은 ‘전통주 전체’에서 한번에 확인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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