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음식 재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곡물이다. 조선 시대의 농서(農書)나 지리지(地理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요 곡물은 벼, 보리, 밀, 기장, 조, 수수, 콩, 팥, 녹두, 참깨, 들깨, 메밀 따위이다.
조선 시대에 주로 재배한 곡물은 품종으로 보면 현재 우리가 먹는 곡물과 차이가 크지만 종류로는 크게 다르지 않으며, 먼 옛날 선조들이 이 땅에서 농사를 시작하면서 심었던 곡물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농경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살던 사람들은 채집과 사냥을 통해서 모든 식량을 해결하였다. 곧 모든 먹을 것을 자연에 의존한 셈이다. 사람이 농사를 짓게 되면서 사람은 자연을 이용하여 스스로 먹을 것을 생산하게 되었다.
이는 인류사에서 혁명적인 일이었기에 농업 혁명이라고 하며, 농사의 시작이 신석기 시대에 이루어 졌기 때문에 신석기 혁명이라고도 한다. 한반도에서도 농사가 처음 시작된 것은 신석기 시대로 알려져 있다.
평양 남경 유적에서 출토된 조(왼쪽)와 수수(오른쪽)이다. 이를 통하여 한반도 중서부 지역에서는 신석기 중기부터 밭농사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땅에서 처음 농사가 시작될 때 심었던 곡물은 무엇일까? 황해도 봉산군 지탑리 2지구 2호 주거지에서 피 또는 조로 보이는 탄화 곡물이 출토되었으며, 황해도 봉산군 마산리 유적과 평양 남경 유적에서는 조가 출토되었다.
이 유적들은 기원전 4000년기로 편년되었기 때문에, 한반도 중·서부 지역에서는 신석기 중기부터 조를 중심으로 밭농사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1)
다만 이들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 전체에서 농경 관련 유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당시 사람들의 생업 경제에서 농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