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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조리서 이야기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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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11. 근대 요리책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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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근대요리책의 독자와 요리법의 재생산

요리책을 구매한 사람은 다음의 유형에 해당될 수 있다. 1) 요리 지식을 가지고 있으나 요리 기술을 가지지 못한 사람 2) 요리 지식과 요리 기술 모두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 3) 요리 지식과 요리 기술을 일정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요리책을 구매한 목적의 대전제는 ‘현재 모종의 이유로 책에 담긴 요리 지식과 요리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리는 가정 경영의 중요한 일환이므로, 요리책은 여성 독자가 가장 많이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다.

1930년대는 요리강습회, 실습회가 많이 열리고268) 신식 요리를 배우고자 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방신영도 요리강습회에서 요리를 가르친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있다.269)

『조선요리제법』 3기의 광고에서 본 책을 여학교의 가사교과서로 쓰기 위해 새롭게 저술했다는 카피가 등장하듯이, 실제 『조선요리제법』을 본 다수의 독자는 식민지시기 여학교를 다녔던 여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추측된다. 다음의 만화는 특히 요리책을 보는 여성독자가 대중에게 어떻게 인식되었는지에 대한 한 단면을 보여준다.

<표 33> 이재곤(李在崑) 작, <당선만화 학교다니는메누리(학교 다니는 며느리)>

요리책을 보는 여성독자 학교 다니는 며느리 No1.
요리책을 보는 여성독자 학교 다니는 며느리 No2.

* 출처: 《매일신보》 1925년 4월 13일자

매일신보에 실린 이 만화에서는 다음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인 며느리가 학교에서 외국 요리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며, 두 번째로 학교에서 배운 요리법이 자랑거리가 되었다는 점이며, 세 번째로는 학생들이 요리법을 책으로 배웠다는 것이다.

이 만화는 학교에 다녀도 조선요리를 만들지 못하는 부인을 풍자하고 있으며, 이는 앞서 언급한 여성의 가사교육에 대한 비판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이와 관련해서 다음의 삽화를 참조해볼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은 《동아일보》와 《신가정》에서 만화에 가까운 삽화를 그린 적이 있는 최영수(崔永秀)의 작품으로,271) 2면 삽화에서 해당되는 부분만을 잘라낸 것이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한복 저고리의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붙인 여성이 도마 위의 대파를 썰면서 고개를 돌려 요리책을 읽고 있는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뒤의 곤로에서는 냄비로 보이는 조리 기구가 김을 뿜어내며 끓고 있다.

그리고 여성의 바로 뒤편으로는 장유(醬油)와 조미료를 보관하는 서랍장이 보인다. 도마 주변으로는 무와 대파가 흩어져 있으며, 장유를 담는 종지 비슷한 도구도 있다. 삽화의 상단부에는 화살표로 이 그림에 해당되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림 27> 《신가정》 1936년 5월호

《신가정》 1936년 5월호 요리하는 여성

원문: 料理讀本을번가라보며 밥상을 新鮮한 味覺으로 裝飾하려는 新婦의 努力을 사나이어 아는가? 이것이 苦衷의 愛嬌!

현대어: 요리 독본을 번갈아 보며 밥상을 신선한 미각으로 장식하려는 신부의 노력을 사나이여, 아는가? 이것이 고충의 애교!

(필자가 현대어로 번역함)272)

신가정 1936년 5월호에 실린 이 2면 삽화는 제목이 “만화-부인의 애교”로 부인이 남편의 마음에 들려고 애교를 부리는 상황을 여러 가지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 부분은 음식을 만드는 도중에도 요리책에 해당하는 요리 독본을 보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는 부인의 노력을 남편, 즉 가장(家長)의 마음에 들고자 하는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렇듯 요리는 가정을 꾸리는 부인의 전유물이었으며, 가정의 화목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렇다면, 실제 『조선요리제법』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을 읽었던 독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조선요리제법』이 출판되던 당시에 『조선요리제법』을 보고 실제로 따라해 본 독자의 수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단 삼천리 잡지에 실린 이화여대 교수진을 소개하는 기사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찾아볼 수 있었다.

원문: 方信榮⽒ = 여사의 일홈은 너무 유명하기 더 소개치 안으려 한다. 東京출신으로 그 「朝鮮料理製法」은 저서와 강연을 통하야 너무도 유명하다. 여사는 가사과 중 에도(割烹)을 주로 가르친다. 그런데 엇든 險⼝의 말이 方信榮여사의 「料理製法」대로 음식을 만들어 보면 「짜지많으면 슴겁고 타지 많으면 설더라」고. 이것은 오직 弄談석긴 險⼝일 뿐이겟지. 대개 이것으로 긋치려 한다.

현대어: 방신영씨 = 여사의 이름은 너무 유명하기에 더 소개하지 않으려고 한다. 동경 출신으로 그 『조선요리제법』은 저서와 강연을 통하여 너무도 유명하다. 여사는 가사과 중에서도 요리(割烹)를 주로 가르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헐뜯길, “방신영 여사의 『요리제법』 대로 음식을 만들어 보면 ‘짜지 않으면 싱겁고, 타지 않으면 설더 라’”고. 이것은 오직 농담 섞인 험담이겠지. 대개 이것으로 그치려고 한다.273)

(필자가 현대어로 번역함)

이 기사는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진들을 한 명 한 명 소개하면서 교수의 이력과 활동,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에서 기대되는 바를 설명한 것이다. 전체적인 논조에서 비판이 함께 섞여있으며,274) 위의 기사에서 밑줄 친 부분도 비판의 어조를 반영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소문으로, “요리책대로 음식을 만들어 본” 가상의 독자가 책의 기능성에 대해 평가한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만일 이 가상의 독자가 실재한다면, 가상의 독자가 1) 여성인지 혹은 남성인지, 2) 요리를 배웠던 사람인지 혹은 요리를 전혀 배우지 못한 사람이었는지, 3)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 혹은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한 우나리야는 자신의 집에 방신영의 저서가 남아있었으며,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참고하던 요리책이었다고 회고했다. 나주에 거주하는 우나리야의 친할머니는 부엌일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에, 친할아버지가 읍내에서 『조선요리제법』을 사와 부엌에서 요리법을 읽어주었다고 한다.

친할아버지의 낭독을 통해 요리를 만들면서 종국에는 솜씨꾼이 되었다고 한다. 이 친할머니의 경우는 1)여성이며 2) 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이었고 3) 한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우나리야의 외할머니의 경우는 청구문화사에서 발행한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 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머니날 선물로 받은 것이었다. 살림규모가 컸던 외할머니의 집에는 찬모들이 있었고, 장을 만들 때 책을 한 손에 들고 물과 소금을 계량하여 찬모들을 지휘했다고 한다.275)

이에 따르면 외할머니는 1) 여성이며 2) 관련 사항을 잘 알 수 없고 3) 글을 읽을 수 있었던 사람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판본이 많은 『조선요리제법』의 독자는 아마 다수일 것으로 추측된다.

필자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 의 경우 장충도서출판사에서 1960년 발행한 33판본으로 고서점에서 구매한 책이다. 겉표지를 바로 넘기면 속지에서 “賞 3年 皆勤(상 3년 개근)”이라는 도장이 찍힌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학교를 다니던 학생이 3년 개근을 하였기에 그 상으로 요리책을 받았음을 짐작케 한다. 이와 반대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독자는 기록이나 주위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은 현재에도 판본이 적게 남아있으며, 해방 이후에는 영창서관에서 더 이상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 발행되지 않았다.

본고에서는 『조선요리제법』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실제 독자를 찾지 못해, 독자가 요리책을 보면서 실제로 어떤 식으로 요리를 배웠고, 배우는 과정에서 어떻게 응용했으며, 어떤 부분을 주로 참고했는지 등을 파악하지 못한 점이 본고의 한계로 남는다.

단 독자를 살피기 위해서는 실제로 독서행위가 어떤 방식으로 행해졌는지에 대한 가정이 필요하다. 책을 구매하고 읽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독서를 하더라도 정독, 속독, 낭독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요리책의 경우에는 독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요리만을 선택하여 읽었을 확률이 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하는 경우도 드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자의 독서행위는 이후 독서의 재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요리법의 경우 요리를 직접 만들어본 독자가 이를 다시 재생산하거나 변용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월터 옹이 제시한 2차적 구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리법의 재생산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식의 연구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해방 이후의 문헌에서 『조선요리제법』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요리법을 인용, 실험, 혹은 표절한 사례를 찾아야 한다.

이 문헌에는 잡지, 단행본 요리책, 카드형 요리책 등 해방 이후 발간된 모든 종류의 요리법을 포함한 문헌이 해당된다. 두 번째는 실제로 요리책을 본 독자들을 찾아 현지조사 및 구술조사를 실행하는 것이다. 요리책을 본 독자들은 요리책에서 요리법을 취사선택하여 습득하고 이를 신체로 재현한다.

그 가운데 요리책의 요리법이 독자의 요리법으로 전환되며, 이 독자는 다시 이를 후대로 전승하기도 한다. 문자화된 요리책을 독자로 접했을 가능성이 높은 여학교의 졸업생 등을 대상으로 어떤 요리법을 주로 습득했는지, 왜 요리책을 구매했는지 물어봄으로써 요리책에 대한 인식과 요리법의 재생산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이 두 연구방법이 상호보완 되어야 해방 이후의 ‘독자로서의 저자’와 현재에서 나타나는 ‘2차적 구술’을 밝혀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조선요리제법』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 대중에게 소개된 2000년대 이후 판본이 영인되고 현대어로 출판되면서, 『조선요리제법』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등장하는 요리법은 다시 현재의 시점에서 재현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조선요리제법』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은 고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1982년 한국고서동우회가 주최한 제 1회 고서공개경매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보인 책이 1924년 영창서관 발행 요리소개서 『新式料理製法』이었다고 한다.276)

이 책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초판본으로, 조계원이라는 사람에게 2만원에 팔렸다.277) 또한 전통주를 빚는 사람들은 밀주의 단속으로 인해 명맥이 끊긴 술을 고문헌을 바탕으로 복원하는데, 이 중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실린 술도 다시 복원되고 있다.278)

신체적 전승으로 끊긴 문화가 문자로 기록된 지식의 전승을 통해 현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요리제법』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일부 내용이 과거에서 비롯된 원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별하지 못하고 요리법을 재현할 경우 요리법이 전승되어 온 맥락을 무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문자화된 요리법의 전승 맥락을 살핀다는 것은 즉 독자의 독서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문자가 어떻게 독자의 인식과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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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출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한식진흥원 •전북음식플라자 •우석대학교 식품영영학 윤계순 교수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백두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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