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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조리서 이야기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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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11. 근대 요리책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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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앞선 요리책에서의 내용 선택과 목차 구성

본고의 2·3장 마지막 절에서는 몇몇 예시를 통해 『조선요리제법』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몇몇 내용이 앞선 요리책과 1) 거의 일치하거나 2) 변형하여 서술한 것을 파악했다.

『조선요리제법』 1기에서는 주로 떡이나 정과(다식, 단자, 약과 등), 술, 장, 초, 밥, 죽, 찜, 탕(신선로, 완자탕), 포, 회 등의 내용을 참조하였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밥, 술, 장, 초, 국, 누룩, 떡, 찜, 만두, 구이, 회, 포, 기름, 정과 등의 내용을 앞선 요리책에서 참조하였다.

반대로 거의 앞선 요리책에서 내용을 참조하지 않는 요리법 대분류는 편육, 백숙, 묵, 마른 것 설명, 무침, 쌈, 청량음료, 면보(빵), 잡록의 일부이다. 앞선 요리책에서 요리법을 참고하여 가져오는 행위는 저자의 ‘선택’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즉, 요리책의 내용을 선택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저자의 요리 경험과 음식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다. 주영하는 히스토리컬 레시피(Historical Recipe)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한국 음식의 요리법으로는 대략적으로 ‘삶는 법, 무치는 법, 찌는 법, 조리는 법, 굽는 법’이 도출된다고 설명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음식의 개념을 도출했다.252)

배영동은 이에 대해 ‘절이는 법, 삭히는 법, 띄우는 법, 볶는 법’을 추가할 수 있으며, 요리법에 따라 ‘단계별 요리법, 식재료 가공법, 완성 음식 단일 요리법’의 요리 과정을 생각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253)

이를 반영한다면, 앞선 요리책에서 가져온 요리는 과거로부터 계속 전승되던 요리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술, 장, 초, 밥의 경우는 앞선 요리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리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 목차로 편성된 편육의 경우에는 다른 앞선 요리책에서 대분류로 편성된 적이 없다. 또한 『조선요리제법』이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 앞선 요리책을 참고하지 않는 경우에는 내용이 다소 짧거나, 서양 요리법, 음식 관련 정보, ‘술안주로 먹기 좋다’ 등의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254)

즉 과거로부터 전승된 지식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익숙한 음식의 경우와 그 당시 새롭게 나타난 음식의 경우가 어느 정도 구별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은 특히 한 요리법의 문단 내에서 옛 지식과 ‘요사이’의 지식이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을 가진다.255)

『조선요리제법』의 1·2기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은 순서는 다소 다르지만 목차의 대분류 항목이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며, 특히 ‘지짐이’, ‘찌개’, ‘국’, ‘찜’ 등의 용어가 두 책에 이르러서 정착되었다.

이전의 요리책에서는 이런 용어가 목차로 편성되지 않았으며, ‘지짐이’의 경우 조선시대에는 이와 관련된 용어를 찾아볼 수 없지만, 식민지시기 신문에 요리법이 다수 실릴 정도로 민간에 잘 알려진 음식이었다.

이 중 앞선 요리책에서 전승된 요리법의 경우, 필연적으로 문자를 통해 지식을 전파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요리법(Recipe)은 요리행위를 기록하려는 노력에서 형성된 것이며, 잭 구디(Jack Goody, 1919~2015)는 이를 레시피(처방전 또는 조리설명서)나 리시트(영수증)가 형성되 본질적으로 문자 기록의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고 본다.256)

또한 구디(Goody)는 “문자로 기록된 요리법은 (그런 요리책을 추종하는 사람에게는) 강제적”이라고 설명하는데, 요리 설명서는 요리를 할 줄 모르는 ‘계획된 학습 과정’을 부분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257) 요리법을 작성한 문자 기록은 수정하고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용이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누적되면서 체계화되었다.

이에 따라 이런 문자 기록들이 후대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다른 저자들이 이를 보고 인용하거나 참조하고 수정하거나 증보하는 등의 행위가 이어졌으며, 『조선요리제법』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저자가 앞선 요리책을 읽은 까닭은 문자로 기록된 요리법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수정하여 자신의 저서에 싣는 것이 요리법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문헌 가운데에서도 문자로 기록된 지식을 그대로 옮기는 과정이 드러난다.258) 특히 농서, 의서 등의 문헌과 후대에 ‘유서(類書)’로 분류되는 문헌의 경우에서 이와 같이 문자 기록을 그대로 싣는 과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어느 책에서 가져온 내용인지를 주석처럼 제시하는 경우가 많으며 혹은 참고문헌을 기록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조선요리제법』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은 앞의 문헌 인용과 같이 대부분의 내용을 단순히 한 지면에서 다른 지면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독자 주체가 전승 과정에 참여하면서 앞선 내용을 고치거나 본인의 생각을 덧붙인 것에 가깝다.

즉 『산림경제』나 『임원경제지』 정조지 같은 조선시대 문헌의 서술 방식은 저자의 독서 과정을 통해 필요한 항목을 그 때 그 때 기록한 지식 수집 행위라고 표현할 수 있으며, 본고에서 다루는 요리책의 경우에는 실용성을 바탕으로 상업출판된 요리책이었으므로, 독자들에게 쉽게 읽히고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요리를 곧잘 따라할 수 있도록 서술되어야 했다.

『조선요리제법』이 앞선 요리책에서 소수의 요리법만을 취사선택한 반면에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경우 대다수의 요리법을 앞선 요리책에서 취사선택하여 변형하였고, 『임원경제지』 「정조지」의 한문은 국문으로 바뀌어 수록되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은 앞선 요리책의 내용 이외에도 저자만의 고유한 서술로 판단되는 내용이 덧붙여 수정되거나 새롭게 쓰였지만 저자인 이용기가 『악부』라는 책을 편집한 것으로 볼 때, 그는 지식의 수집에 더 가까운 성격을 지닌 저자였다.

또한 하나의 요리법에 여러 내용을 혼재하여 기술하고, 여러 문단으로 나누어 한 요리법 항목에서 여러 가지 요리 방법을 제시 했기 때문에 요리하는 법을 모르는 독자가 이를 읽고 손쉽게 자신에게 맞는 요리법을 고르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경우에는 지식의 수집을 바탕으로 저자가 서술한 여러 내용을 덧붙였다고 볼 수 있다.

<표 32> 지식 전승·전파와 지식 수집의 차이

지식 전승·전파와 지식 수집의 차이

위의 표는 지식 전승·전파와 지식 수집의 차이를 보여주며, 사실상 『조선요리제법』과『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조선요리제법』 1기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포함된 외국 요리 만드는 법은 모두 신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경우는 남성 지식인에 의해 쓰인 앞선 요리책의 구 지식을 대다수 포함하고 있었으며, 또한 이는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광고에서도 서술된 ‘양가숙녀’들이 읽을 법한 내용에 가깝다.

이와 반대로 여학생들로 대표되는 신여성들이 요리를 손쉽게 배우기 위한 용도로는 『조선요리제법』의 간단하고 짧은 서술 방식이 더 적합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조선요리제법』 3기로 갈수록 두드러진다.

물론 이와 같은 신여성/구여성간의 이분화는 다양한 여성층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요리와 관련된 신지식과 구지식이 출판되는 과정에서 나뉘는 독자층을 상정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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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출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한식진흥원 •전북음식플라자 •우석대학교 식품영영학 윤계순 교수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백두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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