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40여 년 전, 경상북도 영양군 사대부가의 한 부인이 있었다. 부인은 자손과 가문을 위하는 마음이 극진하기로 소문난 여인이었다.
평생 동안 남편과 자손 그리고 가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부인은 일흔이 넘은 후에도 노쇠한 몸을 다독여가며 자손에게 물려줄 요리책을 썼다. 이 책의 지은이는 정부인 안동 장씨로 불린 장계향(1598~1680) 선생이다.
벽촌의 노부인이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써 내려간 이 조리서가 바로 한글 최초의 요리 백과이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이다.
고어에서는 ‘지’를 ‘디’로 했는데 <음식디미방>이란 제목을 풀이하면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란 뜻이다. 책에는 146가지나 되는 다양한 음식의 조리법이 담겨 있다.
1600년대 조선조 중엽과 말엽, 경상도지방의 양반가에서 실제 만들어 먹던 음식의 조리법, 저장 발효 식품, 식품 보관법 등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의 부엌과 밥상 문화를 두루두루 가늠해 볼 수 있는 전통의 보고(寶庫)라 해도 좋을 정도로 수준 높다.
책 표지에는 한자로 ‘규곤시의방(閨壼是議方)’이라 적혀 있다. 겉표지를 넘기면 ‘음식디미방’이라는 정갈한 서체의 한글제목이 나타난다. 이것이 이 책의 진짜 이름이다. ‘규곤시의방’이라 쓰인 겉표지는 부인의 부군이나 후손이 책의 격식을 갖추고 의미를 더하기 위해 덧붙인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