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 음식조리서로 본 게 조리법 비교
단원 김홍도의 그림 중에 게와 갈대를 함께 그린 ‘어해도’와 ‘해탐노화도’가 있다. 후자는 ‘게가 갈대꽃을 탐하는 그림(蟹貪蘆花圖)’이란 뜻으로 과거시험을 앞둔 사람에게 그려주었다. 게는 딱딱한 껍질을 등에 이고 있으 니 한자로 ‘갑(甲)’에 해당한다.
과거 급제의 1등에 해당하는 ‘갑(甲)’으로 합격하라고 게 그림을 준 것이다. 전통 한국화에 게가 등장하는 만큼 게는 우리 한국인에게 친숙한 바다생물이다. 그리하여 우리말에는 게와 관련한 속담도 적지 않다.
‘게 눈 감추듯’은 음식을 허겁지겁 빨리 먹어 치우는 모습을 비유한 속담이다. ‘게 등에 소금 치기’는 아무리 해도 쓸데없는 짓을 이르는 표현이고,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는 무슨 일을 하려다가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하고 도리어 손해만 봤음을 비유한 속담이다.
한국 음식은 발효식품이 발달되어 있다.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 간장, 된장, 젓갈 등이 모두 발효식품이다. 특히 바닷물고기와 어패류 등을 이용한 젓갈이 모두 145종 정도가 된다고 하니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한 재료를 활용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어패류의 종류에 따라 향토색 짙은 젓갈이 만들어져 왔고, 지금까지도 젓갈류는 한국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한류 음식의 하나로 젓갈에 주목하는 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게장은 흔히 말하는 ‘밥도둑’의 대표 선수이고, 최근에는 ‘영덕대게’로 대표되는 대게가 대중적인 식도락 대상이 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수많은 젓갈 중에서 밥반찬으로 가장 사랑 받는 게젓과 게장 등 게 조리법이 한글 필사본 음식조리서에 어떻게 나타나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한다. 20여 가지의 한글 음식조리서를 찾아보니 게젓을 포함하여 게와 관련된 조리법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표 1).
표 1. 한글 음식조리서
게를 이용한 여러 가지 조리법이 위 표의 자료에 나와 있다. 게젓과 약게젓은 게로 젓갈을 담는 것이고 장해법(醬蟹法)과 염해법(鹽蟹法) 역시 게젓 담는 법에 해당한다. 『규합총서』(동경대본)의 ‘쥬초 법’(酒醋蟹法)은 『산림경제』의 내용을 참고한 것인데 소금, 초, 술을 이용하여 게젓을 담는 방법을 설명하였다.
그밖에 게누르미, 게탕, 게구이, 게찜을 만드는 법이 몇몇 문헌에 나타난다. 위 문헌에 나타난 게 조리법 가운데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가려서 조리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비교 검토해 보기로 한다.
♣ 본말
여러 문헌에 묘사된 게 조리법은 게젓(염해법과 장해법 포함), 약게젓, 게 누르미, 게 구이, 게 찜 등으로 구별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조리법을 종류별로 원문과 번역문을 제시하여 문헌 간의 차이점과 같은 점을 알 수 있다. 해당 조리법의 원문과 번역문을 제시함으로써 전통적인 게 조리법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로 제공하고자 한다.
♣ 『음식디미방』의 게젓 담는 법
원문
* 『음식디미방』 4b-5a (그림 1)
현대어역
♣ 게젓 담는 법
① 게를 잡아 오거든 이삼일 동안 잡은 것을 각각의 단지에 넣었다가 모아서 한 단지에 넣어라.
② 게 열 마리에 소금이 한 되씩 되도록 헤아려 물에 넣고 달였다가 차게[冷] 하여라.
③ 게를 넣어 둔 단지에 그 물을 부어 세게 흔들어 씻어라.
④ 세 번을 씻은 후에 행여 죽은 게가 있으면 가려서 버리고 산 것으로만 단지에 가득 넣어라.
⑤ 그 소금물이 미지근하면 게가 잠기도록 부어라.
⑥ 그 위에 가랑닢을 덮어 돌로 눌러 두어라.
⑦ 간이 싱거우면 열흘만에 쓰고, 간이 진하면 빨리 익는다.
⑧ 소금물이 너무 뜨거우면 게가 익어버려서 좋지 않다.
위 『음식디미방』의 게젓 담는 법은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아래에서 볼 장해법(醬蟹法) 즉 게장 담는 법과 별 차이가 없다. ‘젓’의 개념을 소금물이나 간장물에 담근 것이라는 넓은 의미로 쓴 것으로 판단된다.
①은 잡은 게를 이삼일 동안 물에 담가 두는 것인데 게의 내장에 있는 오물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②는 게 열 마리에 소금 한 되씩 되도록 하여 염도를 정한 것이다.
⑦은 숙성하는 기간을 말한 것이고, ⑧은 소금물을 끓인 후 충분히 식히라는 유의점을 적은 것이다. 『음식디미방』의 조리 과정 기술은 그 문장이 매우 정연하고 깔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