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 070-8872-1001 |
주소 | 강원도 속초시 관광로418 |
홈피 | - |
♣ 리뷰
사는 동안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그 스쳐가는 인연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의 고향과 뿌리의 근원에 천착하여 그에 삶 자체의 의미를 두고 자신의 삶을 올인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 남다름에 매료되기 마련이고, 자꾸만 그 사람의 생각과 살아온 이야기가 듣고 싶어진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말이다. 속초 리조트 단지에 큰 글씨로 쓰인 ‘수제맥주 양조장’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크래프트 루트’의 사장님이 바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건축사로 일하던 그는 수제맥주가 좋아 조금씩 맥주를 담가 마시다가 그 맛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마시고 싶은 마음에 사업을 시작했다.
먼저 2017년 서울 익선동의 백년 된 가옥에 ‘크래프트, 루(樓)’라는 이름으로 수제맥주 집을 오픈하였으며, 1년 정도 서울에서 반응을 확인한 후 고향 속초로 내려와 양조시설을 갖추고 2018년도 7월에 ‘크래프트 루트’를 열었다. 이곳의 양조장은 1층과 지하까지 36톤을 생산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우리가 마시는 수제맥주는 우리의 입맛에 맞게 생산을 해야 고유의 브랜드 맛으로 정착할 수 있으리라는 일념으로 반년 동안 시음으로 버린 맥주가 16톤이나 된다고 한다. 그런 까닭인지 수제맥주는 맛이 쓰고 강하다는 통념과 달리 대체로 목넘김이 부드럽고 순한 맛을 냈다.
우리의 입맛이 이렇게 부드럽고 순한 맛인 걸까. 생산하는 맥주 이름도 ‘갯배 필스너, 속초 IPA, 동명항 페일 에일, 아바이 바이젠, 청초호 골든 에일, 영랑호 화이트 에일, 대포항 스타우트, 설 IPA’ 8가지로 속초에 있는 순 우리나라 지명과 단어로 지었다.
맛도 이름도 코리안 스타일을 표방하려고 한단다. 특히 ‘갯배 필스너’는 알콜 도수가 5%인데도 도수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꿀 향기와 청량함이 가볍고 시원해 여름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동명항 페일에일’은 ‘2020 대한민국 주류대상’, ‘2019 European Beer Star 은상’, ‘2018 International Beer Cup 동상’ 등등 상을 수상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에일 맥주는 가는 곳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보통 발효 기간이 대략 2주가 되면 양조 기계에서 뽑는 데, ‘크래프트 루트’에서는 4주 동안 더 발효를 하고 난 후에 판매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 때문에 여름 휴가철 속초에서 열리는 맥주 축제 시기에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그렇다 해도 앞으로도 4주의 기간을 단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한다. ‘크래프트 루트’는 맛의 차이를 아는 사람들을 위한 지금의 시스템에 자부심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름철엔 부지런하고 열성을 가진 사람만이 이곳의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말일까? 세상 모든 일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자가 무엇인가를 손에 잡을 수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의 대형마트 몇몇 매장에서 8개의 브랜드가 500ml 캔을 6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크래프트 루트’는 또한 맥주를 통한 고향 속초의 문화 컨텐츠 기여 활동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우리 전통을 살려 맛을 이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2019년도 이 지역에 산불이 났을 때에는 공연 개최와 함께 수제맥주를 판매해 그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다.
다음에 다시 찾아오면 우리 입맛의 어떤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새로운 수제맥주가 탄생할까. 기대 섞인 바람을 가져도 좋겠다는 믿음이 설렘으로 이어진다. 돌아오는 길 내내 고마운 마음이 드는 건 단지 맥주를 좋아하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양양과 고성 중간에 위치한 속초는 미시령 하단을 중심으로 숙박시설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곳곳에 영화촬영지와 문화단지가 잘 조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해양도시답게 바다를 중심으로 해양관광시설이 잘 발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