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양조장

♣ 리뷰

세월이 흘러가면 한 세대는 지고 또 한 세대는 오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지만,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모습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할 것이다. 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첫 대면의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우리는 호불호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이 ‘끌림’은 무엇일까? 물론 개별적인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감을 갖게 되는 이는 사람 냄새가 나며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사회생활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세상 참 살만하다’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강릉 브루어리’ 사장님을 보았을 때, 참으로 오랜만에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을 기뻐하며 문득 이와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사장님은 23년 동안 우리 전통주에 대한 연구를 해오다가 막걸리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보고 수제맥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도 후배들을 위해 전통주 강의를 하고 있으며, 자신은 평생 이 발효 식품에 매진 할 것이라고 했다.

브루어리 건물 벽에는 ‘맥주 양조장, 막걸리 양조장, 이탈리안 피자, 맥주 천연 발효종 빵, 막걸리 천연 발효종 빵’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다양한 발효 식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표시이다.

‘강릉 브루어리’는 강릉 지역에 자연적으로 떠 있는 효모균을 배양해서 우리의 전통 발효 식품을 만드는 계획을 하나씩 추진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실내 양조장에 있는 발효통의 크기가 다른 곳에 비해 작았는데, 이는 다양하고 새로운 맛을 계속 개발하기 위해 버리는 양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처음부터 그렇게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생산 및 판매하는 맥주는 총 8가지이고, 막걸리도 직접 담가서 팔고 있다.

이 막걸리를 마시러 오는 단골도 있단다. 직접 마셔본 수제맥주 중 오렌지와 향신료로 산초를 넣어 만든 ‘홍장 벨지안 바이젠’은 맥아와 밀의 조합에 어우러지는 과일 향과 산초 향이 무척이나 상쾌했다.

또 몰트 향이 강하게 나는 ‘초당 브라운 에일’에선 곡물 꿀 건포도 향의 복합적인 맛이 느껴졌고, 목 넘김이 부드러웠다. ‘블랙 IPA’의 경우 부재료가 많이 들어 가 맛 내기가 어려워 단가가 조금 비싼 편이라고 한다(8천원). 아쉽지만 현재는 새로운 맥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만큼 쉬지 않고 새로운 맛을 위해 노력한다는거 아닐까? 다음에는 꼭 그 맛도 느껴보리라. ‘강릉 브루어리’의 막걸리는 탄산수 맛과 동시에 화이트 와인 맛도 나는 것이 우리가 마셔 왔던 막걸리와 확연히 다른 것이 느껴졌다.

여기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들은 시중에서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이곳에 와야 마시고 사갈 수 있다. 시종일관 사람 좋은 웃음을 띠며 차분하게 설명을 하던 ‘강릉 브루어리’의 사장님은 기계가 수제맥주를 만드는 것 같지만,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성실하고 열성적인 사람을 찾는 일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란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그리하여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땐 그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지는 것 아니겠나. ‘강릉 브루어리’ 옆 작은 둔덕에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만발해 있었다.

그 향기 속에서 입을 행복하게 해주는 수제맥주의 맛과 좋은 사람과의 만남까지, 더할 수 없이 큰 즐거운 시간이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은 강릉 바다의 냄새도 한몫을 거들었다.

오시는 길

강릉은 경포대를 중심으로 해안가 휴양시설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사천항은 작은 해변으로 일출명소이기도 하다. 또한 오죽헌을 포함한 전통문화 시설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해마다 열리는 단오제는 우리나라 유명 축제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