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양조장

♣ 리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설악산과 동해는 사철을 가리지 않고 늘 가고 싶은 곳으로 꼽힌다.

그곳은 어느 계절에 찾아가도 우리의 마음을 잘 아는 듯 바다의 넓은 품으로 품어주다가도, 어느 땐 세상살이에 지친 듯 푸념이라도 털어놓으려 하면 겸손한 마음을 가지라고 타이르듯 설악산의 위용으로 보잘것없는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마음의 경험은 직접 그곳으로 떠나 보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동해 바다 기슭을 걷다가 뒤를 돌아 먼 산을 올려다보라. 그럼 그곳에 큰 어른 같은 설악산이 떡, 버티고 서서 파도 소리조차 삼켜버려 귓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근엄한 모습으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 여행길에 적당히 취할 수 있는 맛 좋은 술이 곁들여진다면 깨달음으로 경직된 마음을 잠시 살짝 풀어놓아도 무방하지 않을까싶다. 그런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곳으로는 미시령 터널을 빠져나가자마자 ‘수제맥주 양조장’이라는 간판으로 찾을 수 있는 ‘몽트 비어’가 있다.

이 곳은 2018년 초에 수제맥주를 좋아하는 5명이 모여 협동조합 형식으로 양조장을 만들어 오픈하였다. 1층엔 양조장 시설, 2층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 3층엔 루프탑이 있어 설악산과 울산바위가 한눈에 보인다. 2층 실내 에서도 커다란 유리창으로 3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울산바위’를 볼 수 있다.

석양이 지는 시간에 ‘몽트 비어’에 찾아가서 울산바위가 석양빛에 색깔이 조금씩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며 맛 좋은 수제맥주를 마신다면, 그 맛이 더 좋지 않을까. 이곳은 총 10가지의 맥주를 생산 판매하고 있는데, 액상 효모를 배양해서 만든다.

여러 번의 실패를 거쳐 지금의 맛을 내는 수제맥주가 탄생했다. ‘몽트 비어’는 다른 곳과 달리 홉을 농장 에서 직접 수확하여 맥주를 만든다. 특히 ‘몽트 비엔나 스타우트’는 다른 수제맥주 집에서 마셔 본 스타우트 특유의 쓰고 독한 맛이 나지 않았다.

알콜 도수가 6.8%임에도 불구하고 커피 맛과 바닐라 향이 나면서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 독특하고 신선했다. 게다가 지역 딸기 농장에서 공급받아 만들었다는 ‘몽트 스트로베리 에일’은 ‘맥주야, 주스야?’라고 할 정도로 무척 순하고 달콤하기까지 했다.(일명 ‘앉은뱅이 술’이란다. 순하다고 계속 마시다가 못 일어난다는 것일까?)

이렇게 순하고 부드러운 맛의 맥주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3년 이상 재배한 홉을 사용하며 물에 미네랄 용량을 맞추어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조장 옆 농장에서 홉을 직접 재배하고 있다며 홉의 마른 열매를 가져다 주어 직접 맡아 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작은 알맹이에서 IPA 수제맥주의 냄새가 나는 것이 신기하였다.

앞으로는 ‘발리 와인’이라 이름을 붙인 수제맥주를 알콜 10%, 숙성 6개월의 프리미엄 병맥주로 만들어서 750ml에 3만원으로 판매할 예정이란다. 이외에도 맥주를 만들고 남은 효모로 제작한 샴푸, 홉으로 만든 세수 비누 등을 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몽트 비어’는 도시에서 맥주를 테이크아웃으로 사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전 11시에 오픈을 한다. 술을 마실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설악산과 동해 바다 때문만이 아니라 수제맥주를 마시러 속초에 걸음한다고 해도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것 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속초에 ‘몽트 비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시는 길

속초 아바이 마을과 설악산, 동명항, 청초호 등 둘러볼 곳이 많아 추천하는 일이 부질없게 여겨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