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핫플레이스에서 만나는 대한민국 3대 명주

연 천만 명이 찾는 제주도는 4계절이 무관한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이다. 연 100만 명이 방문하는 한라산,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일출을 담으려는 사진사들이 끊이지 않는 광치기 해변, 최고의 신혼 여행지인 중문단지, 낚시꾼들로 붐비는 제주 최고의 일몰 촬영지 차귀도 등 일일이 열거하면 끝이 없다.

설명이 필요 없는 올레길은 제주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전국 방방곡곡 올레를 따라 한 둘레길이 성업 중이다. 그중에서 요즘 가장 뜨는 곳을 꼽으라면 애월읍이다. 제주공항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40분 정도 거리에 자리한 동네는 예전부터 땅값이 비싸 숙박업소가 적고 물이 좋아 살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높았다.

10여 년 전 중견 가수 장필순이 정착한 후 많은 예술가가 내려와 살면서 제주도에서도 가장 젊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갖추게 됐다. 중문이 서울의 명동이라면 애월은 이태원인 셈이다. 얼마 전에는 이효리가 신혼살림을 차리면서 그의 집을 찾는 관광객들로 엄청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바로 이 애월에 제주 술문화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양조장이 있다. 애월읍 애원로 283번지에 있는 제주샘주(酒)는 대산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 양조장으로 제주 고유의 술인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맞볼 수 있는 곳으로 농림부가 2014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했다.

♣ 좁쌀과 제주 청정수로 빚은 명주

예로부터 물이 귀해 논이 없어 쌀보다 차조와 보리를 사용해 술을 빚은 제주도는 오메기떡을 이용해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만들었다. 오메기는 좁쌀의 제주어로 오메기술은 결국 좁쌀로 만든 술이란 뜻이다.

고소리술은 오메기술을 증류한 증류주로 전통적으로 소주를 내리는 도구를 ‘소줏고리’라고 하는데 제주도에서는 이 소줏고리를 ‘고소리’라고 부르기 때문에 고소리술이란 이름이 붙었다. 둘 다 제주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었고, 특히 고소리술은 개성소주, 안동소주와 함께 대한민국 3대 소주로 이름이 높다.

오메기술을 만들려면 우선 오메기 떡을 만들어야 한다. 오메기 떡은 차좁쌀을 가루로 만들어 반죽한 후, 납작하고 동그랗게 만들어 끓는 물에 삶아서 건져내면 된다. 이때 가운데까지 골고루 잘 익으라고 가운데 구멍을 뚫는데, 그 모양 때문에 ‘구멍떡’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 삶아진 오메기 떡을 잘 으깨서 누룩가루와 제주 청정수를 섞어 항아리에 넣고 일주일 정도 발효시키면 상층부에 맑은 청주가 생긴다. 이 부분을 오메기 술이라 하고 하층부에 가라앉은 것은 물로 희석해 탁배기인 ‘좁쌀 막걸리’로 만든다.

요즘에는 찹쌀이 쌀보다 5배 이상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워 쌀을 섞어 아쉬움이 남지만, 만드는 과정과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또 찹쌀과 쌀 외에도 더덕 등 6가지 약재로 맛을 낸다. 도수는 15도 정도로 100% 쌀로 만든 술에 비해 좀더 붉은 빛이 돌고 한약재 맛이 강해 백세주 같은 느낌이 든다.

술을 잘 하지 못하는 여성들도 좋아할만한 달큰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지녔다. 제주샘주가 올해 새로 개발한 오메기술은 한라산 청정자연에서 자란 조릿대를 첨가해 마치 화이트 와인 같은 복합적인 맛과 향으로 미각을 자극한다.

조릿대는 해발 500~600m 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나무과 식물로 당뇨와 고혈압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 받고 있다. 2013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은 고소리술은 다른 증류식 소주와 무척이나 다른 특징을 지녔다.

100% 쌀로 만든 술과 비교하면 점도가 있는 편으로 너무 드라이하지 않고 목넘김이 부드럽다. 요즘 트렌디한 전통주 바에서는 독한 증류식 소주를 얼음잔에 따라 마시곤 하는데 고소리술은 스트레이트 잔으로 충분하지 싶다.

♣ 사진 명소, 까페, 맛집 즐비한 관광명소

제주샘주 양조장에서 차로 10분 내외에 애월읍에서 소문난 관광명소가 즐비하다. 애월읍을 찾는 관광객이 꼭 한 번은 거쳐가는 사진명소가 모두 이곳에 모여있다.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는 본래 학생 수가 모자라 폐교 위기에까지 몰렸었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과 마을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은 제주도 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건물은 모두 1층 높이로 얕은 담장과 잔디가 깔린 작은 운동장과 놀이터가 시설의 전부지만,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건물과 잘 정비된 자연이 맞물려 누구나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명소가 됐다.

더럭분교에는 실제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관광객에게 개방시간이 정해져있다. 평일에는 오후 5시부터, 토요일에는 오후 1시, 그 외 공유일에는 아침 9시부터 개방된다. 이곳에서 걸어서 5분이며 하가리마을의 명소 ‘연화지’를 볼 수 있다.

작은 연못에 연꽃이 한 가득 피어있어 돌담과 어우러진 풍경이 가는 이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연꽃이 피지 않은 때도 연잎에 둘러싸인 정자가 그림 같은 경치를 자아낸다. 밖에서 보는 모습도 멋지지만, 연못 안으로 산책로가 나있어 들어가보면 환상적인 분위기에 취할 수 있다.

더럭분교와 연화지를 구경한 후 잠시 쉬고 싶은 사람에게 카페 ‘프롬 더럭(From 더럭)’은 방앗간 같은 역할을 한다. 연화지를 향한 카페 전면은 접이식 유리문으로 비나 눈이 올 때를 제외하면 늘 열려있어 한 폭의 그림 같은 경치를 자랑한다. 평일에도 늘 관광객으로 붐비고 주말이나 연휴에는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다.

배가 고플 때는 청정 제주의 자연을 담은 한정식을 추천한다. 더럭분교에서 제주샘주 양조장 방면으로 조금만 가면 큰 도로와 합류하는 지점에 고내촌이라는 한정식 식당이 있다. 식당 뒤에 된장 공장이 있어 이집에서 쓰는 된장은 모두 ‘made in 제주’다.

연잎밥과 떡갈비 정식, 들깨수제비 등 입맛을 돋우는 한 상 차림이 주특기다. 메인 메뉴는 주분 받은 후에 만들어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무척 신선하다. 고등어구이, 돔베보쌈 등 제주도에 가면 꼭 먹어보고 싶은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