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의 발효제는 누룩이다. 좋은 술은 좋은 누룩에서 나오므로 누룩이 관건이다. 전통주에서 누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누룩으로 술을 빚는다는 것은 누룩에 있는 미생물을 이용해서 빚는다는 것인데, 바로 술 곰팡이, 효모, 세균(주로 유산균)이 그 중요한 미생물이다. 누룩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 효소제 : 누룩곰팡이가 만들어낸 당화효소 등
* 알코올 발효제 : 누룩 효모
* 맛과 향기 성분 부여 : 누룩 효모, 누룩 곰팡이
* 적정 산미 부여 : 누룩 젖산균, 누룩 곰팡이
* 기능성 물질 부여 : 누룩 미생물
일본의 술 빚기에서 사용하는 입국도 누룩으로 분류하지만, 그 누룩 개념은 우리의 전통 누룩과 구별되어야 한다. 입국은 당화효소만 있을 뿐 효모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전통 누룩은 그 자체가 일본의 주모 역할을 한다.
가. 누룩 곰팡이
전분을 당으로 바꾸려면 당화 효소가 필요하다. 맥주나 식혜는 보리가 싹트면서(맥아) 만들어내는 당화 효소를 이용하지만, 전통주는 누룩 곰팡이가 만들어낸 당화 효소를 이용한다. 누룩 곰팡이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 우리 누룩은 야생균을 포집하는 방법이므로 이용하는 누룩 곰팡이의 종류가 다양하다.
지금까지 우리 누룩에서 분리해 낸 누룩 곰팡이의 종류는 20속 101종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일본의 누룩인 입국은 원료를 살균한 후 배양균을 접종하는 방식이므로 단지 접종하는 그 균뿐이다. 기술적인 한계가 있으므로 수많은 누룩 곰팡이 중 분리 배양한 종은 불과 몇종밖에 안 된다.
현재 양조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배양종은 아스퍼질러스 속의 백국균과 황국균이다. 일본 술은 단조로우면서 담백한 맛이라고 하고, 우리 전통주는 복잡 미묘하면서 감칠맛이 난다고 한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한두 종류의 누룩 곰팡이를 이용하는가, 아니면 수많은 종류를 동시에 이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누룩 곰팡이를 동시에 이용한다면 각각의 누룩 곰팡이가 내는 맛과 향이 다르므로 복잡 미묘하면서 감칠맛이 나게 된다.
우리 전통주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 것은 바로 이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 균 중에서, 어느 균의 활동성은 키우고 어느 균의 활동성은 억제하는가 하는 묘법을 쓰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한두 종류의 균만 쓰는 입국 방식이나 소위 개량 누룩(이것도 효모가 없으며, 한두 종류의 누룩 곰팡이만을 접종해 만든다)으로 빚는 술은, 빚는 방식 그 자체가 전통 방식이 아닐 뿐 아니라 맛에서도 우리 전통주의 참맛을 느낄 수 없다.
나. 효모
효모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 우리 누룩은 야생균을 포집하는 방법이므로 누룩 곰팡이와 마찬가지로 이용하는 효모의 종류가 다양하다. 지금까지 우리 누룩에서 분리해 낸 효모의 종류는 17속 65종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일본의 술은 별도로 효모를 접종하는 방식으로 접종하는 효모가 우점종이 된다. 누룩 곰팡이와 마찬가지로 기술적 한계가 있어서 수많은 효모 중 분리 배양한 종은 불과 몇 종밖에 안 되고, 현재 양조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배양종은 사카로마이세스 세르비지에이다.
우리 전통주처럼 다양한 종류의 효모를 동시에 이용한다면 각각의 효모가 내는 맛, 향이 어우러져 복잡 미묘한 훌륭한 술이 된다. 전통 누룩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러한 술맛을 낼수 없으므로 전통 누룩을 사용해야 전통주이다.
다. 전통 누룩의 묘미는 다양성
* 누룩의 재료, 형태에 따라 균주가 다르고, 발효 방식도 다르다. 누룩이 다르면 같은 재료를 써도 술의 맛, 향기, 색이 다르다.
* 우리 누룩의 우수성을 계승하여 차별화된 우리 술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양조장에서 사용하는 입국 방식의 술을 전통이라고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고문헌을 분석한 결과 우리 조상들은 60여 종의 누룩을 사용해왔고, 한 종류의 누룩만으로도 수백 가지의 술을 빚을 수 있었다.
* 야생 누룩곰팡이 종류는 수없이 많다. 일본은 일찍부터 양조 기술을 국가적으로 발전시켜 수많은 균 중에서 성능 좋은 균을 추려내 배양에 성공했다. 이 균을 사용하면 거의 품질이 일정하고 실패할 확률도 낮다. 우리는 그렇지 못해서, 많은 양조장이 일본 원종을 수입해서 사용한다.
* 전통 누룩은 야생 누룩 곰팡이를 포집하여 배양한 것이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또 같은 누룩을 사용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누가 술을 빚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품질이 일정해야 하는 대형 술 공장에서는 야생 누룩 곰팡이를 이용한 전통 누룩으로 술 빚기가 어렵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바로 이 다양성이 전통 누룩의 묘미이기도 하다. 같은 종류의 누룩이라도 누룩을 만드는 시간, 장소, 만드는 이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데, 하물며 누룩을 만드는 방법까지도 다양하다면 얼마나 더 다양한 술이 나오겠는가? 대형 술 공장은 아니겠지만, 가양주나 소규모 양조장에서는 바로 이점이 장점이다.
* 전통주 “조선시대 360여종”의 제조법.유래 등은 ‘전통주 전체’에서 한번에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