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조리서는 ‘산가요록’이다. 산가요록 내에서는 누룩에 관한 내용으로서 양국법(良麴法)과 조국법(造麴法)으로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 산가요록 양국법(良麴法) : 좋은 누룩 만드는 법
삼복(三伏) 때 녹두를 타서 껍질을 벗기고 물에 담갔다가 찌면 떡고물(떡소)와 같다. 또 다른 방법 : 녹두를 타서 껍질을 벗겨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갔다가 멧돌로 갈아도 된다.
두 방법 다 초복에는 기울(其火)1말에 녹두 1되, 중복에는 1말에 2되, 말복에는 1말에 3되를 섞어서 단단히 디디고, 도꼬마리잎으로 두껍게 싸서 매달아 말린다. 누룩 틀이 크면 잘라서 두 조각으로 만들어도 된다. 녹두가 적으면 1말에 1되로 해도 된다.
좋은 누룩을 만드는 방법으로 산가요록에서는 밀기울에 녹두를 첨가하여 만드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녹두가 첨가되면 누룩 향이 좋고 술맛이 순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꼬마리 잎으로 싸서 매달아 놓는 방법을 적어 놓았다.
이는 바닥에서 띄우는 것보다 매달아서 띄우는 것이 더 안정적인 방법임을 의미한다. 녹두를 첨가하고 도꼬마리 잎으로 싸는 이유와 매달아 놓는 이유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산가요록에서는 조국법도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누룩의 법제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 산가요록 조국법(造麴法)
삼복(三伏) 때 디디는 것이 좋다. 복 전날 저녁에 녹두를 깨끗이 씻어서 물에 담갔다가, 복날 건져내어 푹 찌고, 여뀌 잎과 연꽃을 같이 맷돌 위에 놓고 즙을 취한 다음 기울과 녹두를 그 즙에 섞어 익혀서 찧어 둥글게 빚는다. 기울 1섬과 녹두 1말의 비율로 섞어 디디는데 단단할수록 좋은 것이다.
연잎과 닥나무잎으로 싸서 띄운다. 21일이 지나면 곰팡이(黃毛)가 생기는데 햇볕에 말려 쓴다. 대개 술을 만드는 것은 누룩을 밤알만큼 부수어 햇볕에 3일간 말리고 물에 2일 동안 담그기를 반복한다. 술을 빚을 때는 아주 잘 말려서 빚어야 실수가 전혀 없다.
또 다른 방법 : 가을에 쓸 겉보리 1말을 깨끗이 씻어서 먼지나 돌이 하나도 없게 한다. 절구에 빻은 가루에 밀가루 1~2되를 물과 조금 섞어서 얇고 단단하게 누룩을 밟아 디딘다. 연기에 쐬어서 띄우는 법은 복날 누룩 만드는 법과 같다. 술을 만들 때 가는체로 쳐서 그 껍질을 걸러내고 빚어야 색이 희고 맛이 좋다.
여기서도 역시 녹두가 첨가되었는데, 특이한 점은 여뀌 잎과 연꽃을 맷돌에 갈아서 즙을 내어 그 즙으로 밀기울과 녹두 혼합물(10:1)에 섞어 성형을 하는 것이다. 또한 연잎과 닥나무 잎으로 싸서 띄운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향후 녹두의 첨가에 따른 누룩의 품질 특성, 연잎, 닥나무 등으로 처리하여 누룩을 띄울때의 품질 특성을 찾는 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는 법제하는 방법도 나와있는데 햇볕에 말린 후 물에 2일 동안 담그기를 반복한다는 내용이 있다. 후대에 지어진 음식디미방이나 규합총서 등에는 물에 담그기를 하지 않고, 밤이슬을 맞힌다고 설명하고 있어 그 처리방법이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산가요록에서 제시한 물에 2일 동안 담그는 방법이 누룩곰팡이의 생육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에 산가요록에서 사용한 방법보다 좋은 처리 방법을 개발하였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 전통주 “조선시대 360여종”의 제조법.유래 등은 ‘전통주 전체’에서 한번에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