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산춘
약산춘은 서충숙(徐忠肅) 공소(公消)가 빚은 술로서 그가 사는 지방 이름이 약현(藥峴)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맛이 향기롭고 맵다고 했는데 이 매운 맛은 복숭아 나뭇가지에서 유래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복숭아 나뭇가지가 술에 담겨져 있으면 맵고 떫은 맛을 낸다.
□ 음식디미방(의역), 증보산림경제①, 임원십육지①
정월 상해일에 멥쌀 5말을 깨끗이 씻어 물에 하룻밤 침지하고, 좋은 누룩을 거칠게 갈아 5되를 끓여식힌물 5병에 담아라. 다음날 담근 쌀을 가루를 내어 떡을 만들어라. 물에 침지한 누룩을 체로 걸러서 찌꺼기를 버리고, 물을 더하여 20병을 채워라. 떡을 섞어 항아리에 넣고, 동도지(東桃枝)로 3∼4회 저어라. 그것을 기름종이로 싸고 베보자기로 덮어서 청마루에서 두어라. 오래 후에 거품이 나면 날마다 걷어 버린다. 2월 그믐에 멥쌀 5말을 전처럼 씻어 밥을 쪄 밑술과 섞어 두었다가, 4월 초순에 쓰면 맛이 가장 향기롭고 맵다. 양을 적게 하려면 미루어 짐작하여서 하라. 술을 오래가게 하려면 휘휘저어서 그늘에 보관하면 변하지 않는다.
▶ 원문풀이
정월 첫 해일(亥日)에 멥쌀 26.5kg을 깨끗이 씻어 물에 하룻밤 침지하고 좋은 누룩 2kg을 거칠게 갈아 끓여 식힌 물 17L에 풀어 준다. 다음날 침지하였던 쌀을 가루내어 떡(백설기)을 만들고, 누룩물을 여과한 다음, 끓여식힌 물을 보충하여 68.4L까지 채운다. 이 누룩물에 떡을 섞어 항아리에 넣고 동도지(동쪽으로 뻗은 복숭아 나뭇가지)로 3~4회 저어 준다. 그것을 밀봉하여 청마루에 두어 천천히 발효시킨다. 발효가 되는 동안 거품이 나면 항아리 표면에 있는 잡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걷어 낸다. 2월 그믐에 멥쌀 26.5kg을 밥을 쪄 밑술과 섞어 두었다가 4월 초순에 열어서 쓰면 맛이 가장 좋다. 술이 오래가게 하려면 충분히 저어서 그늘에 보관한다. 각 비율에 따라 양을 적게 하여 빚으면 된다.
□ 증보산림경제②, 임원십육지②
쌀 1말마다 누룩 3홉과 밀가루 3홉을 합쳐 물 2.5병을 넣는다. 좋은 술을 빚으려면 3병을 부어도 좋다. 일반적으로 술 10말을 빚으려면 멥쌀4말로 밑술을 만들고 멥쌀 6말로 덧술을 하는데, 덧빚는 쌀은 물에 담갔다가 건져내어 더 이상 물을 섞지 않고 그대로 찌며 계속 시루 안에 두어 뜨거운 김이 조금 나가거든 바로 밑술이 든 항아리에 넣고, 동도지로 밑술과 한데 섞어 힘껏 휘젓는다. 나머지는 모두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 원문풀이
멥쌀 21.2kg을 가루내어 백설기를 만든다. 떡이 따뜻할 때 누룩 480g과 밀가루 384g을 합친다. 끓여 식힌물 41L와 섞고, 밑술을 익힌다. 밑술이 익으면 멥쌀 31.8kg을 물을 적게하여 그대로 고두밥을 쪄서 시루안에 방치하여 뜨거운 김이 조금 나가면 바로 밑술과 합한다. (따뜻할 때 밑술과 합하는 이유는 술덧의 따뜻한 온도를 유지시켜서 활발한 당화작용과 알코올발효를 시키기 위함이고, 덧빚는 밥자체의 잡균오염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복숭아 나뭇가지로 힘껏 저으면, 술덧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여 효모의 증식을 돕고, 발효 항아리 내 전체적으로 균형있는 발효가 일어나서 이상발효(산패)를 방지할 수 있다.
<약산춘의 이화학적 분석>
조사를 하면서 느낀것이지만, 같은 술이라도 음식디미방과 증보산림경제에 수록된 전통주 제조법이 일치하는 경우가 드물다. 단, 산가요록은 증보산림경제와 임원십육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과는 제조법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음식디미방의 제조법은 다른 문헌들과 비교해 볼 때, 독자적인 방법이 많다. 약산춘은 묵직하면서도 상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증보산림경제②의 방법으로 빚은 약산춘은 음식디미방의 약산춘보다 독한 알코올향이 느껴지나 뒷 맛은 깔끔하다.
* 전통주 “조선시대 360여종”의 제조법.유래 등은 ‘전통주 전체’에서 한번에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