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의주
설마 동동주와 막걸리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동동주 즉, 부의주는 술을 걸러 떠내기 위해 술항아리에 박아 놓은 용수에 어쩌다가 밥알이 몇 알 빠져 나와 동동 떠 있는 맑은 술을 가리킨다.
이것이 마치 개미가 술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뜰 ‘부(浮)’, 개미 ‘의(蟻)’라는 말이 붙여졌다. 거르고 남은 술에 물을 타먹는 막걸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알코올 도수에 있어서도 동동주가 막걸리보다 높다.
□ 산가요록
멥쌀 5되를 푹 찐 다음 식으면 좋은 누룩가루 1되와 잣 1.5되를 함께 찧어 술을 빚는다. 6~7일 되어 술이 익으면 좋은 청주 2병을 붓고 2~3일 동안 둔다. 익은 뒤에 술동이에 담아서 임의로 먹는데,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 원문풀이
멥쌀 2.65kg을 께끗이 씻고 푹 찐다. (이때 물의 양을 많이 하여 질은 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따로 물이 첨가되지 않기 때문이다. 밥이 식으면 좋은 누룩가루 400g과 잣 1.5되를 함께 찧어 술을 빚는다. 6~7일 후에 술이 익으면 좋은 청주 6.8L를 붓고 2~3일 동안 둔다. 익은 뒤에 술동이에 담아서 음용한다.
부의주는 오늘날 동동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산가요록에서 소개되는 부의주는 잣과 청주 2병이 첨가되는 점이 특이 하며, 제조법에 있어 다른 문헌 속의 부의주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부의주는 밥알이 동동 떠야하므로 쌀가루를 내는 과정이 없다.
따라서 술 빚는 과정이 제법 간편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전승되는 것으로 보인다. 산가요록 제조법에서 함께 찧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고두밥과 누룩가루, 잣을 함께 찧는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이렇게 찧는 과정에서 누룩 속의 각종 효소가 전분질을 쉽게 분해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술을 빚어 본 결과 고소한 맛은 있지만, 술에 잣기름이 둥둥 떠있어 미관상 좋아 보이진 않았다. 산가요록 ‘부의주’는 잣의 기름을 제거하는 등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 음식디미방, 임원십육지(의역)
찹쌀 1말을 잘 씻어 고두밥을 찐 후 식히고, 끓여 식힌 물 3병에 누룩가루 1되를 먼저 물에 풀어 독에 고두밥과 함께 독에 넣는다. 3일쯤이면 맑게 익어서 술구더기15)가 뜨는데, 맛이 독하고 달기도 하여 여름철에 빚기 좋다.
▶ 원문풀이
찹쌀 5.4kg을 잘 씻어 고두밥을 찐 후 식힌다. 고두밥을 찌는 것과 동시에 물 10L를 끓여 식힌다. 누룩가루 400g을 이 물에 먼저 풀어 독에 고두밥과 함께 넣는다. 여름철이면 3일 뒤에 밥알이 뜨게 되는데 그 때 음용할 수 있다.
□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역)
먼저 끓여 식힌 물 3병에 누룩가루 1되를 먼저 물에 풀어 하룻밤을 지낸다. 찹쌀 1말을 잘 씻어 고두밥을 찐 후 식히고 누룩물을 내려 찌꺼기는 버리고 독에 고두밥과 함께 잘 버무려 독에 넣는다. 3일쯤이면 먹을 수 있다. 술이 맑게 익어서 술구더기(개미 같이 보임)가 뜨는데, 맛이 독하고 달기도 하여 여름철에 빚기 좋다.
▶ 원문풀이
끓여 식힌물 10.26L에 누룩가루 400g을 먼저 풀어 하룻밤을 지낸다. 누룩물을 내려 찌꺼기는 버린다. 찹쌀 5.4kg을 잘 씻어 고두밥을 찐 후 식히고 누룩물과 함께 잘 버무려 항아리에 넣는다. 3일 후에 음용할 수 있다. (음식디미방의 방법과 다른 점은 누룩물을 내리는 것이다. 누룩가루를 물에 풀어 하룻밤을 지내는 이유는 누룩 속의 당화효소와 효모를 추출해 내기 위해서이다. 또한 이렇게하면 누룩취를 저감화 할 수 있다. 거름망에 누룩을 넣고 물에 담가 손으로 자주 주물러서 누룩 효소가 잘 추출 되도록 해주면 좋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은 조선에서 둘도 없는 신식요리법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산가요록, 음식디미방, 임원삼육지의 방법보다 보다 좀더 개선된 점을 보였다.
<부의주의 이화학적 분석>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부의주는 누룩물을 내려서 빚는 술이다. 누룩물을 하룻밤 내리면 각종 효소가 추출되어 나와 전분을 분해하여 당을 생성하며, 그냥 누룩가루를 섞을 때보다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음식디미방, 임원십육지의 방법으로 빚은 부의주는 과일향이 난다.
술이 그리 독하지 않으며 농삿일을 할때 새참과 같이 먹기 좋은 술이다. 고문헌 속의 부의주와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는 약주의 특성이 유사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분석을 해 본 결과, 알코올과 총산에 많은 차이가 있었다.
오히려 시중 약주는「증보산림경제」의 하향주(荷香酒)와 유사한 특성을 보였다. 한편, 부의주는 제조방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발효기간 또한 짧아 산업화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 전통주 “조선시대 360여종”의 제조법.유래 등은 ‘전통주 전체’에서 한번에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