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의 살코기를 얇게 저며 양념에 날로 무친 회로 동양 삼국 중에 특히 우리 나라에서 발달한 음식이다.
중국책인 『수서』에는 백제 사람들이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흔히 익혀서 먹지 않는다고 하였으며, 『신당서』에 신라 사람들이 회를 즐겨먹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으로 보아 이미 삼국시대에 회가 발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우야담 於于野談』에 “임진왜란 때 중국 군사 10만 명이 오랫동안 우리 나라에 주둔하였다. 그들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회를 잘 먹는 것을 보고 더럽다고 침을 뱉았다. 그것을 보고 우리 나라 한 선비가 말하기를 ‘『논어 論語』에 회는 가늘게 썬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 중에도 짐승과 물고기의 날고기를 썰어 회를 만들었다고 하였다. 공자께서도 일찍이 좋아한 것인데 어찌 그대의 말이 그렇게 지나친가?’라고 하였다.” 라는 기록이 있다.
“또 중국 사람이 되묻기를 ‘소의 밥통의 고기나 처녑 같은 것은 모두 더러운 것을 싼 것이다. 이것을 회를 해서 먹는다니 어찌 뱃속이 편안하겠는가?’ 하였다.
또 고기를 꿴 것을 구워 먹으면서 그 피를 빨아 먹는 것을 보고 그것을 빼앗아 땅바닥에 동댕이치면서 ‘중국사람은 잘 익은 고기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이것은 오랑캐의 음식이다.’ 하고 욕을 하였다.
그러자 선비는 또 ‘회나 구운 음식은 모두 고인(古人)들이 좋아하던 것이다. 고서에도 기록이 많이 보이니 어찌 탓할 수 있겠는가?’라고 대답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지봉유설 芝峰類說』에는 “지금 중국 사람은 회를 먹지 않는다. 말린 고기일지라도 반드시 익혀 먹는다. 우리 나라 사람이 회를 먹는 것을 보고 웃는다. 이것으로 보면 식성食性이란 그 때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다.” 라는 기록이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 우리 나라에서는 조선 때에 별 저항감 없이 회를 먹었으나 중국에서는 먹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원나라 초기의 문헌인 『거가필용 居家必用』에 양육회방(羊肉膾方)이라 하여 “양의 간이나 처녑을 날로 가늘게 썰어 강사(薑絲; 생강을 실처럼 썰은 것)를 넣고 초(醋)에 담가서 먹는다.”는 내용이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도 원나라 초기까지도 회를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시의전서 是議全書』에 기록된 육회 만드는 법을 보면 다음과 같다.
“기름기 없는 연한 쇠고기의 살을 얇게 저며 물에 담가 핏기를 빼고 가늘게 채를 썬다. 파·마늘을 다져 후춧가루·깨소금·기름·꿀 등을 섞어 잘 주물러 재고 잣가루를 많이 섞는다. 초고추장은 후추나 꿀을 섞어 식성대로 만든다.”고 되어 있다.
또한, 궁중의궤서인 『진찬의궤 進饌儀軌』에는 육회의 일종인 갑회가 나온다.
갑회는 소의 내장으로 만든 회이다. 서울 지방 향토음식의 하나인데, 육회의 일종으로 궁중음식이기도 하다. 고기·양·천엽·간·콩팥·전복·생합 등을 잘게 썰어서 참기름·간장·후춧가루·파·마늘·깨소금 등을 섞어서 만들거나, 소금·깨소금·참기름·후춧가루를 섞은 것이나 겨자즙을 곁들여 내놓아 식성에 따라 찍어 먹도록 한다. 간·염통·콩팥 등은 가늘게 채썰고, 양·천엽은 가늘게 썰어서 잣을 하나씩 넣고 돌돌 말아 싸서 접시에 담는다. 양은 덩어리째 끓는 물에 넣었다 꺼내어 검은 부분은 긁어내고, 하얗게 하여 만든다.
『증보산림경제 』에 기록된 동치회凍雉膾는 겨울에 꿩고기로 육회를 만들어 먹는 것인데 겨울철에 꿩을 잡아 내장을 빼고 눈이나 얼음 위에 놓고 얼린다음 단단해진 고기살을 얇게 썰어서 초장과 생강, 파를 버무려 먹는다고 하였다.
전 조선일보 논설가인 이규태는 육회문화를 두고 ‘한국에 흘러 들어 소멸해 버린 기마 유목민족 문화의 희귀한 잔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육회는 전주 육회가 유명하다. 기름기가 없는 소의 붉은 살코기를 가늘게 썰어서 간장 다진마늘 참깨 설탕과 함께 고루 버무린다. 배를 채썰어 둘러 놓고 잣과실고추를 고명으로 뿌린다.
날고기를 먹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사람이라도 일단 육회를 한 입 맛보게 되면 반드시 육회를 다시 먹게 된다. 육고기의 질긴 이미지는 입에 살살 녹는 순간 고기맛처럼 눈녹듯 사라진다. 고기 자체의 맛이 이토록 감미롭고 부드러울 수 있다는 것에 놀라는 것이다.
불에 익는 순간 고기는 단백질의 응고 현상으로 질겨지게 되는데 육회는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거의 씹을 필요가 없이 입안에서 녹는 것이다.
게다가 기름기가 없는 부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동물성 지방질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며, 불에 익히지 않아 고기 속의 비타민이 전혀 파괴되지 않은 형태로 섭취할 수 있다.
그래서 진짜 미식가와 진정 고기 맛을 아는 사람은 맛과 영양이 변형되지 않은 형태의 육회를 먹는다. 고기는 불에 닿는 순간 맛과 형태가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어마어마하게 먹는 양준혁 ‘또 먹는다고?!’ ⊙o⊙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6회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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