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학문은 그 시작이 중국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고, 우리가 동양적인 것, 우리 것이라고 불리우는 것은 그 바탕에는 음양사상이 필히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음양사상의 출발은 중국최초의 서적인 黃帝內經에서 비롯된다.
서구학문이 사물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개별적인 미세한 성분과 효능을 발견해 내고, 객관적인 실험을 토대로 출발한 것과는 달리, 동양학문은 서양에서 볼 수 없는 氣와 陰陽 그리고 陰陽을 더욱 분화시킨 四象에서 출발한다. 또한 이 氣는 물질의 성향을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언어인데 대체로 그 성질을 陰과 陽으로 나누어서 物性을 표현하였다.
식품도 물성을 띠고 있고, “오늘날 단백질이 많다, 지질이 높다, saponin 성분이다, tanin이 들어 있어서 어떤 작용을 한다” 등의 분석적인 기법과는 달리, 동양에서는 “陽에 속한다, 陰에 속한다, 火氣가 많다, 水氣가 많다” 등 막연히 무언가 있을 듯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가 애매한 언어를 사용한다.
이를 잘못 이해할때는 매우 비합리적이거나 비논리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또 잘못하면 陰陽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 때문에 각기 똑같은 사물에 대하여서 제각각 물성을 모순되게 설명할 수도 있지만, 동양학문의 주류는 사물에 대한 나름대로의 陰陽학적인 관점을 발견하였고, 이를 사물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응용하였다.
또한 이러한 물성을 발견하기 까지는 각고의 실험과 사물의 성질에 대한 관찰이 내재하고 있었지만, 이는 주로 초기에는 道家내 에서 발전되었고, 후에는 性理學적인 바탕 위에서 더욱 발전되었다. 이러한 格物致知의 학술은 실로 통찰력을 필요로 하고, 陰陽五行이라는 자연에 내재하는 법칙을 토대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사람이 더우면 시원한 곳을 찾고, 추우면 더운 곳을 찾는 것과 같이 陰과 陽의 두 기운 을 조화롭게 하는 것을 수양과 치료의 방법으로 생각하였다.
모든 사물의 속성은 陰과 陽으로 분류되며 이를 한번 더 세분화하면 四象과 중화한 성질의 土를 합쳐서 五行이 되는데 음식도 이같이 덥고 차가운 陰과 陽의 맛을 五味로 분류하였고, 五行은 맛에 있어서는 五味로 이야기가 된다.
자연 五行이라는 관점은 모든 동양학의 뿌리가 되어 있다. 우리는 五行을 木火土金水의 물질관으로 잘못 이해할 수가 있지만, 五行의 목화토금수는 물질을 넘어선, 물질의 속성을 통하여 비유되고 있는 성향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五行은 다분이 易學의 범주에 속하는 심오한 학문으로 여겨 졌기 때문에, 이를 쉽게 간단히 이해하기 위하여 춘하추동으로 표현할 수 있다. 실로 易學의 출발은 天地日月과 寒暑의 교차에서 일어나는 춘하추동, 四季의 변이에서 출발하였다.
봄은 溫暖하고, 여름은 炎熱하고, 가을은 冷凉하고 겨울은 氷寒하다. 사람의 성질도 따스하고 차갑고 하듯이, 식물이나 동물도 이러한 성향 아래서 해석될 수 있다. 즉, 먹으면 열나는 음식과, 먹으면 시원하고 서늘해지는 음식으로 나누어 효능을 접근하는 것이다.
대체 陽의 속성을 가진 것은 흩어지고, 가볍고, 분열하고 활동적이다. 五味로 말하면 매운맛(辛味) 단맛(甘味) 등이 이에 속한다. 陽의 주된 작용은 거슬러 올라가고 고로 상승하여 上焦를 이루니, 陽의 부위인 肺臟과 胃臟이다. 소화를 돕고 땀을 나게 한다.
음식 중에서 향취가 많이 나는 것, 방향성이나 휘발성을 많이 띤 음식이 바로 이러한 陽의 속성이다. 그리고 五味로 말하면, 달거나 매운맛에 의하여 이를 구별할 수 있다.
그리하여 內經에는 辛甘發散爲陽이라고 하였으니, 오늘날 방향성이나 휘발성 물질들이 그 성향이 가벼워서 멀리까지 향내를 퍼뜨리면서 체내에서는 활발한 소화작용을 돕는데, 한의학적인 분류로 火氣가 脾臟의 근원이니, 소화를 돕고 흡수를 돕는 것은 이러한 맵고 달콤한 맛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가 있다.
그리하여 많은 향신료들, 생강, 마늘, 고추, 양파, 정향, 회향 등의 성분이 휘발성, 방향성을 지니면서 脾氣를 튼튼히 하여 소화를 돕는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매운맛과 단맛의 식품이나 藥餌들은 혈액순환을 촉진하면서 대사를 항진시키고, 전통적인 용어로 元氣를 돕는다.
원기를 돕는다는 것은 현대적 언어로 자연이 봄, 여름처럼 싱싱하고 활발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물성이 質濁한 지방질과 결합하여서 지방질을 비누화하여 체외로 배설시키는 역할을 한다. 凋落한 가을, 겨울의 낙엽지고 얼어붙는 모습은 처지고 수그러지고 움츠리는 성향이다.
이러한 가을, 겨울의 시든 모습은 식물에 있어서 탈수에서 부터 비롯된다. 반면에 春夏의 왕성한 대사는 수분의 흡수에서 비롯된다. 그리하여 陽은 물을 빨아올리는 것이다.
체내에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藥餌를 통하여 대사가 항진되고, 수분의 흡수나 영양의 흡수가 활발하면 이를 脾主納이라고 하여서, 음식을 소화, 흡수하는 脾氣 즉, 脾陽을 陽氣의 초생단계로 보았다.
자연 음식을 먹어서 이같이 흡수를 도우면 그 음식의 성향은 양성적인 것이 되는데, 주로 甘味와 辛味를 가진 음식들이 이에 속한다. 陽은 에너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낮의 길이가 가장 긴 夏至에는 태양의 高道 또한 높다.
이는 단위면적당 높은 에너지가 지상에 내리 쬐이면서 사물은 팽창하고 내부로 물을 가득히 빨아 들여서 싱싱하고 윤택하게 된다. 이러한 火氣가 가득한 자연의 모습은 물을 가득 빨아들여서 잎새를 만들고, 태양에서의 광합성과 뿌리에서 빨아들인 각종 영양을 통해서 사물의 형체를 만들고 있 는 모습이다.
사람도 五穀을 섭취하여 소화흡수를 하고 필요한 영양을 만들려면 자연의 태양의 뜨거움과 같이 열을 주는 음식 즉, 맵고 단 음식이 필요한 것이다. 辛甘의 味는 그리하여 소화기능인 脾陽을 돕고 또한 체표순환인 肺陽을 도와 사람을 윤택하고 힘있게 만든다.
불이 뜨겁듯이, 매운 음식도 뜨거운 성질을 가지고 열을 발산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양성적인 식품은 맵고, 달고 발산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夏至를 지나고 나면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서 지상의 만물은 陰氣를 더한다. 夏至에서 冬至까지는 陰氣가 작용한다. 金으로 收斂하고 水로 疑結시키게 된다.
대체로 陰의 속성은 수렴하고 모으고 움츠리고 무거워지니 고요하고 정적이다. 五味로 말하면 신맛(酸味)과 쓴맛(苦味)이다. 아래로 추향하니 下焦를 이루며 肝臟과 腎臟을 돕고, 대소변을 이롭게 한다.
내경에서 酸苦痛泄爲陰으로 신맛(酸味)과 쓴맛(苦味)은 泄下하는 작용을 증대시키며, 음성적이라고 하였다. 위에서 매운 맛과 단맛이 멀리서도 알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신맛과 쓴맛은 가까이서 냄새를 맡거나 특히 쓴맛의 경우는 입에 닿아야만 비로소 그 맛을 느낄 수가 있다.
또한 사람이 시거나 쓴 것을 먹을 때는 혀를 움츠리며 맛을 빨아들인다. 이러한 흡입작용과 수축작용이 바로 酸味와 苦味가 가지는 음화작용으로써 이는 肝臟과 腎臟을 돕는다. 그리하여 배설과 이뇨를 주관한다. 또한 간의 역할은 영양의 저장이며 폐의 역할은 분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테면 당분은 glucose 흡수가 되어서 insulin에 의하여서 개별세포내로 들어가서 ATP 생산에 사용된다. 이러한 과정을 양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반면에 과다한 glucose의 흡수는 지방으로 저장될 수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바로 陰의 작용으로 영양을 비축해두는 가을, 겨울과 유사하다.
이같이 분해를 위한 소화와, 대사가 아닌 물질적 축적을 위한 흡수의 기능을 간의 음화기능으로 해석할 수 있다. 苦味가 음성적인 예로서, 알로에는 蘆薈라고 불리우는데 그 맛은 쓰다.
서양학적으로는 알로인(aloin)이나 알로에 에모딘(aloe emodin)이라는 고미 배당체가 있어서 瀉下작용을 일으키고, 소양체인 말의 변비를 푼다. 이는 땀을 내는 陽의 현상과는 달리 대변을 이롭게 하는 음화현상을 돕는다.
알로에는 사막식물이다. 하루종일 햇볕을 보아야 하며 자주 물을 주면 바로 썩는다. 하지만 뿌리를 뽑아놓고, 남쪽햇볕에 두면 몇 달을 가도 시들지를 않는다. 이같이 더위에 견디고 적은 수분을 가지고도 생명을 유지하는 현상은 낙타나, 새우알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보고 동양에서는 음성적이라고 해석하였고, 火氣로 인한 병증을 치료하는데 사용하였다. 신맛(酸味) 역시 음성적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것이 석류이다. 석류의 본디 이름은 安石榴이다. 성질은 햇볕을 좋아하여서 하루종일 햇볕이 비치지 않으면 實果가 열리지 않는다.
明나라의 董越이 지은 朝鮮賦에도 “果則梨栗棗柿榛松杏桃柑橘梅李石榴葡 萄註梨棗榛最多在在有之柑橘則全羅 道所出”이라 하여서 이미 우리나라에도 명대에 포도나 석류 등의 과일이 산출되었다. 그런데 동양의 종래의 관점은 항상 補陽을 위주로 하였다.
그리하여 苦味, 酸味와 같은 補陰의 藥性을 지닌 藥餌는 별로 좋지 않은 평가를 낳게 되었다. 이같은 陽을 위주로 하여서 陰을 배척하는 개념은 후대에 동양학술의 최후결정판인 四象醫學이 나옴으로써 체질에 따른 利害가 달라지는 점이 밝혀지게 되기 전까지는 파다한 논쟁을 낳아왔다.
중국역사상 金元四大家라는 金, 元의 시기에 각기 다른 치법을 주장하는 학파가 성립이 되었는데, 補陽위주의 補土派나 火熱로 인하여서 병이 난다고 주장하고, 치료에서 한량약을 사용한 寒凉派, 陽陰派, 攻下派 등의 다양한 학설이 나오게 된다.
이는 당시 북방 이민족이 대거 중국으로 남하하면서 유목민들에게 많은 소양인이나 태양인 혈통이 중국의 본디 체질인 소음, 태음 체질과 합쳐지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치법, 즉, 陰人에게는 해로운 치법이 陽人에게는 이롭고 유효한 것으로 되어서 나오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鼎俎志 제 1권에는 “五味가 음식에서 조화되어야 하는 것은 매일 빼뜨릴 수가 없는 것이다.” 라고 언급되어 있다. 소문에는 陰의 소생(신체를 의미함)은 원래 五味에 있다 하였고, 사람의 五官이 손상당하는 것 또한 五味에 있다고 하였다.
사람이 나아서 젖을 빨고, 水穀을 먹고 자라나서 형체가 성장하니, 이는 陰이 五味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五味는 오장을 돕지만 과한즉 손상당하게 하니, 마치 단맛(甘味)이 즐겨 脾으로 들어가지만 단맛을 과식하면 脾臟이 상하게 되고, 쓴맛(苦味)이 즐겨 心으로 들어가지만 이를 과식하면 心臟이 상하고, 짠맛이 즐겨 腎으로 들어가지만 과식한즉 腎臟이 상하고, 신맛(酸味)이 즐겨 肝으로 들어가지만 과한즉 肝이 상하고 매운맛(辛味)이 즐겨 肺로 들어가지만 과식한 즉 肺臟이 손상되니 이는 五官臟이 五味에 의하여 손상되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하물며 醬이나 醋 등의 맛은 더욱 사람을 손상시키기가 쉬우니 고로 이르길 “厚味는 發熱을 일으킨다. 사람이 만약 입과 배의 욕심을 따라 음식의 절제가 없으면 병이 나서 夭死하지않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음식은 끊을 수는 없지만 적게 먹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라고 언급되어 있다.
즉, 이로 볼 때 陽은 陰에서 생기고 陰은 陽에서 생기니, 陰陽은 서로 밀고 당기면서 춘하추동이 교체를 하듯이 인체내에서도 陰氣와 陽氣의 두 기운이 필요하니, 물성의 陰陽을 치우치지 않게 사용하여서 陰陽을 고루 調和하여서 中에 이르는 것이 飮食을 절제한 것과 함께 바로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