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음식문화는 크게 두 가지 축에서 이해될 수 있다. 첫 번째 축은 동남아 전역에서 확인되는 “重層文化的” 구조다.3)
종교문화가 그렇듯이, 토착적인 음식문화의 바탕 위에 인도와 중국의 영향이 있었고, 동남아의 이웃국가들과의 역사적 접촉을 통해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음식문화가 흘러 들어왔다.
근대에 들어서서는 서양의 음식문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외래 음식문화의 영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도와 중국일 것이다. 인도의 영향은 각종 향신료와 카레에서, 중국의 영향은 각종 국수 류, 만두류, 고기요리 등에서 확인된다.
중국 음식의 영향은 특히 태국 도시의 길거리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포장마차”의 즉석요리에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대도시 중심으로 외식문화가 발전하면서 McDonald's, KFC, Pizza Hut, Burger King 등 미국식 패스트푸드 (fast food) 음식점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두 번째 축은 동남아의 다민족 사회를 설명하는 패러다임으로 사용되는 “複合社會的” 구 조다.4) 태국의 음식문화는 북부, 동북부, 남부, 중부 등 여러 지역으로 구분되고, 지역마다 나름대로의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을 위에서 보았다.
이 지역 구분의 ‘종족적 경계’의 성격은 모호하지만, 북부의 음식이 타이족이 아닌 태국의 고산족들과 미얀마와 라오스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종족적 경계의 성격을 부분적으로 나타낸다.
동북부의 경우는 중부 타이인들 과 정치적 혹은 문화적으로 구별되는 라오 및 이산인들의 지역이라는 점에서 지역적-종족적 구분의 의미가 있다. 복합사회적 구조는 종족성이 말레이 무슬림으로 대표되는 남부의 음식문화에서 가장 명백하다.
태국의 음식문화는 문화의 다른 부분들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다양한 변천을 해왔다. 지금은 알 길이 없는 태국의 “토착적” 음식문화는 그것이 인도인을 통해서건, 중국인을 통해서건, 유럽인을 통해서건, 이웃국가와의 접촉을 통해서건, 변화를 겪어 왔다.
최근 도시 지역에서 산업화의 영향으로 음식문화가 부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산층 인구가 80년대 이후 급속히 증가하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이 많아지게 되었다. 음식문화의 변화와 관련하여 특히 중요한 것은 맞벌이 부부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많은 맞벌이 부부의 가정들은 최근 저녁식사를 밖에서 해결하거나 완전히 조리된 비닐포장 음식을 사서 집에서 데워 먹기도 한다. 비닐봉지 포장음식으로는 밥, 국, 반찬, 후식 등 모든 음식 종류가 있으며, 집에서 전자렌지나 오븐에 데워 먹기만 하면 된다.
이런 변화와 함께 최근 태국에는 “롯 쁠라이 니우 므"(rot plai niu mue) 즉 ”손끝의 맛“ 혹은 ”사네 쁠라이 짜왁“(sane plai cawak) 즉 ”국자 끝의 매력“이란 말 대신에 ”매반 퉁 플라사띡“(maeban thung phlasatik) 즉 ”플라스틱 봉지 주부“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최 창성, 1995: 16).
태국의 음식문화를 주로 역사적인, 비교문화적인 측면에서 살펴본 이 글은 술을 포함한 음료수, 조리법, 그릇, 종교적 특히 불교적 배경, 민속적 배경, 제의, 궁중음식 등 음식문화의 다른 여러 중요한 측면들을 다루지 않았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자료를 충분히 조사치 않은 필자의 불찰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식품영양학 등 관계전공 분야과 관련된 필자의 지식 부족 때문이다.
본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태국의 “중층문화적” 음식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남아적인 배경과 중국 및 인도, 그리고 유럽 음식문화의 영향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있어야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광범위한 오랜 기간의 현지조사와 동남아 문화에 대한 세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또한 태국의 “복합사회적” 음식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방마다 다른 태국의 민속에 대한 연구도 요구된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요구는 태국 음식문화에 대한 차후의 연구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