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은 재료의 제약 때문에 맛과 향을 내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어려움을 스님들은 다양한 천연조미료를 개발하여 해결하였다.
스승에게서 제자로 구전을 통해 전해온 사찰의 천연조미료와 조리법은 사찰마다 독특한 식문화를 일구는 원동력이 되었다.
한국사찰은 어디나 짠맛, 단맛, 매운맛, 신맛을 내기 위한 간장, 된장, 고추장 같은 각종 장류와 열매나 버섯 등으로 만든 천연조미료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또한 각종 국물을 내기 위한 재료들과 고소함을 더하기 위한 재료들을 더해 다양한 맛을 창조하고 있다. 기본적인 장류 외에 사찰에서 널리 쓰이는 조미료를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진간장
찹쌀과 검은콩, 다시마, 표고버섯에 물을 붓고 푹 삶은 후 건더기는 건져낸다. 조선간장을 넣고 다시 달인 후 물엿을 넣고 한 번 더 끊인 후 식혀서 먹는다.
♣ 두부장
두부를 헝겊에 싸서 단단히 눌러 물기를 꽉 짜낸 뒤 절구에 넣고 소금간을 하며 찧는다. 충분히 짜게 해야 맛이 변하지 않는다. 베자루에 찧은 두부를 담아 된장 항아리에 넣어 두어 장 맛이 배게 한 다음 다시 꺼내 참깨, 참기름, 고춧가루로 양념한다. 그것을 다시 베자루에 담아 된장 항아리에 묻어둔다. 한 달쯤 지난 뒤노란 빛이 나면 꺼내 먹는다.
♣ 재피장
재피잎을 된장에 버무려 항아리에 꼭꼭 눌러 담았다가 이틀쯤 지난 뒤 먹는다.
♣ 토장
간장을 빼고 난 부산물인 막된장에 메주와 소금물을 섞어 숙성하거나, 메주만으로 담은 된장을 상온에서 장기 숙성시킨 장이다.
♣ 막장
토장처럼 날메주를 빻아 소금물에 짓이겨 익히거나 콩메주 가루를 약간 띄운 보리밥에 섞어 소금물을 넣어 익힌 장으로 수분을 좀 많게하여 햇볕이나 따뜻한 곳에서 숙성을 촉진한다. 일종의 속성된장으로써 보리나 밀과 같은 전분질과 함께 담기 때문에 보리가 많은 한반도 남부지역에서 주 로 먹었다.
♣ 재피가루
재피 열매의 껍질을 곱게 갈아서 쓴다. 사찰에서 김치를 담글 때 파, 마늘 대신 넣는 것이 재피인데 독특한 향이 있으므로 소량만 넣어야 한다. 재피잎은 간장에 절여 장아찌를 해 먹거나 된장국에 넣기도 하고 장떡을 굽기도 한다.
♣ 날콩가루
콩을 말려 빻아 두면 쑥국, 김치찌개 등을 끊일 때 좋다.
♣ 방앗잎
잎을 말려서 국이나 찌개에 사용한다.
♣ 다시마가루
다시마를 곱게 갈아 음식을 만들 때 쓴다. 조림에 넣어도 좋고 차를 끊여 복용해도 좋다.
♣ 들깨가루
들깨를 곱게 빻아 만든 가루를 무침이나 국 끊일 때 쓴다.
♣ 들깨국물
물에 푹 담가 불린 들깨를 갈아서 체에 내린 즙을 고구마줄기 등 나물볶음이나 탕에 넣는다.
♣ 생강가루
생강을 가루로 만들어 두면 계절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 솔잎가루
솔잎 속의 테레핀 성분이 몸에 좋은 영향을 미치므로 가루를 내어 여러 음식에 넣으면 좋다. 또 가루음식을 반죽할 때 섞어 푸른색을 내는 용도로도 쓴다.
♣ 은행가루
오랫동안 한약재로 사용되어 온 은행은 특히 만성기관지천식의 기침을 억제하고 호흡곤란을 치료하는 데 좋다. 전을 부칠 때 메밀이나 밀가루에 섞어 사용한다.
♣ 표고버섯가루
표고버섯을 말려 곱게 빻아 두었다가 여러 음식에 널리 사용한다. 사찰음식을 대표하는 천연조미료다. 나물이나 찌개 국물을 낼 때 사용하면 깊은 맛을 내준다.
♣ 산초가루
살균작용이 강한 산초는 사찰음식에서 파, 마늘 대신 쓴다. 맛과 향이 강하고 자극적이므로 조금만 넣는다. 간장에 절인 산초장아찌는 여름철 입맛이 없을 때 식욕을 돋우는 데 좋다.
♣ 송화가루
솔잎의 약성을 그대로 갖고 있는 송화는 가루 그대로 먹거나 꿀과 버무려 다식으로 만들기도 한다. 여름에 매실차에 타서 차로 마시면 더위 먹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 백련초가루
한약재로 오래 이용되어온 백련초를 가루내어 사용한다. 음식에 넣으면 고운 보랏빛이 나고 우유와 맞먹을 정도로 칼슘이 풍부하며 다량의 비타민 C가 들어 있어 약리작용도 우수하다.
♣ 계피가루
말린 계수나무 껍질을 가루로 만들어 떡류, 한과류에 사용한다. 통계피는 물을 붓고 달여서 수정과나 계피차에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