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의 공양태도는 극히 조용하다. 그래서 엄숙하기까지 하다. 입안에 식물(食物)이 들어가면 그 식물이 보이지 않도록 입을 꼭 다물고 씹는다. 훌훌거리거나 쩝쩝거리지 않고 우물우물 씹어서 삼킨다.
그렇다고 잘 씹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오래 씹되 조용히 씹고 숟가락 젓가락 소리가 없어야 하고 발우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극히 위생적이다. 발우는 자기 발우를 사용하고 또 자기 손으로 씻어 먹는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넣은 집이 천으로 되어 있고 발우 보자기와 발우닦개가 있어서 식사도구에 먼지 같은 건 침입할 틈이 없다. 발우닦개는 며칠 만에 빨기 때문에 항상 깨끗하다.
발우는 가사와 함께 언제나 바랑 속에 넣어가지고 다닌다. 그래서 몇 대를 물린 발우도 있다. 대를 거듭한 발우일수록 권위가 있다.
* 1970년대 한국 선방의 모습을 담은 지허 스님의「 선방일기 」
발우 공양은 아주 단순한 식사법이다. 크고 작은 네 개의 그릇에 밥과 국과 반찬과 물을 나누어 담는다. 밥에 욕심내면 반찬이 부족하고 반찬에 욕심내면 밥이 부족해 나중에는 짜디짠 반찬만을 먹는 곤욕을 치른다.
딱 필요한 만큼만 받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 이것이 발우공양의 요체다. 먹고 난 뒤에 아무 것도 버리는 것이 없기에 발우공양은 가장 친환경적인 식사법이다.
수십 명의 발우를 헹궈 낸 천수물이라도 맑기만 하다. 바로 먹고 바로 헹구기 때문에 더러움이 붙을 틈이 없다. 주기적으로 태양볕을 쬐어 소독하므로 일반 설거지 이상으로 훨씬 위생적이다.
♣ 발우공양의 순서와 방법
1. 죽비를 세 번 치면 합장한 뒤 발우를 편다.
2. 발우단(발우 깔개)을 펴고 발우를 꺼내어 차례로 놓는다.
3. 죽비를 한 번 치면 소임자들이 청수, 밥, 국, 반찬 순서로 음식을 돌린다. 제일 처음 받은 청수로 발우를 순서대로 헹궈 내 천수 그릇에 담아 놓고 음식을 발우에 담는다.
4. 죽비를 한 번 치면 어시발우를 높이 들고 봉발게를 외운다. 다음 죽비 소리에 발우를 내려놓고 오관게를 외운다.
5. 배고픈 모든 중생에게 밥을 나누는 의미로 약간의 밥알을 따로 놓는 헌식(獻食)을 한다. 죽비를 한 번 치면 출생게를 외운 뒤 헌식기가 돌면 떼어 놓은 밥알을 담는다.
6. 죽비를 세 번 치면 합장한 후 공양을 시작한다. 공양할때는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게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며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먹는다. 나중에 발우를 닦기 위한 김치 한 쪽은 반드시 남겨둔다.
7. 죽비를 두 번 치면 식수를 돌린다.
8. 공양이 끝나 죽비를 한 번 치면 소량의 물과 함께 김치 한 쪽을 이용해 빙글빙글 돌리면서 발우 안쪽의 음식 찌꺼기를 닦는다. 다 닦으면 김치를 먹고 발우 닦은 물은 마신다.
9. 죽비를 한 번 치면 청수를 이용해 다시 발우를 닦고 헹군다. 퇴수 걷는 스님이 청수를 걷을 그릇을 들고 오면 퇴수를 가만히 붓는다. 이때 그릇 밑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는 남겨서 마신다.
10. 죽비를 한 번 치면 절수게를 외운다. 발우수건으로 수저와 발우의 물기를 닦고 발우를 처음처럼 묶어둔다.
11. 죽비를 한 번 치면 공양을 마치는 식필게를 외운다.
12. 죽비를 한 번 치면 발우를 들고 일어서서 선반에 발우를 올리고 죽비를 세 번 치면 마주보고 합장 반배하며 공양을 끝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