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각은 사찰음식에서 빠뜨릴 수 없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주지스님은 “김부각을 만들 때는 김을 말려서 튀겨야 한다”며 “김을 빡빡하게 양념한 찹쌀풀에 두 번 발라 잘 말려 튀겨야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김 위에 찹쌀 풀이 엉키지 않게 얇게 고루 펴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찹쌀 풀 어느 한쪽이 두터우면 튀긴 뒤 바삭하게 되지 않고 딱딱해진다. 김부각 못지않게 감자부각은 말리는 과정에서 더긴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감자부각은 감자를 일정한 크기로 썰어 감자전분을 물에 우려내 깨끗하게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만 감자를 튀겼을 때 서로 붙지 않는다. 말릴 때도 끓는 물에 데쳐 말리는데, “너무 많이 익히면 감자가 부서진다”며 이 과정들은 매우 강도 있는 집중력이 요하는 과정이라 하였다.
주지스님은 “사찰음식은 부각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이 하나하나의 재료를 손질하고 준비하는 일에 수 없는 시간과 정성이 따라야 한다”고 하였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바로 잡지 못하면 음식은 최고의 가치를 만들 수 없으며 모든 음식 이 최고의 가치를 만들도록 하는 과정이 사찰음식이다”라고 하였다.
‘음식은 정성이다’라고 한 세간의 통용어가 사찰음식에서는 수행의 과정으로 체득되고 있었다. 노인인구 증가에 대한 주지스님의 고심은 사회복지 대학원을 졸업 하게 하였고,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게 하였다.
스님이 그러한 공부에 매진 한 것은 복지와 포교, 교육이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화두였기 때문이다. 이후 부산 포교당에서의 포교활동을 시작으로 동학사 승가대학 강사 소임을 거쳤다.
포교와 강의 경험이 불경에 대한 무한한 성찰과 교육방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만들었고, 강의 경력이 늘어갈수록 불사에 대한 갈증은 깊어 갔다. 정암사를 개산하고 불경을 교육하러 서울과 부산, 대구로 다니면서 장기 요양이 필요한 어르신을 위해 ‘정암노인복지 센터’도 설치하였다.
소박한 출발이었지만 이런 정성어린 노력들은 정암사를 지역사회 복지, 문화, 교육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하였다. 어르신뿐 아니라 지역 아이들에 대한 장학금 전달도 스님에게는 더 없이 중요한 불사 중 하나이다.
아이들 중 누군가는 법사가 되고 포교사가 되며 또 스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지스님은 승가교육 못지않게 재가불자에 대한 교육이 불교의 미래를 담보해 줄 것이라 믿는다.
출가자와 재가자 모두를 향한 스님의 강의는 사찰음식 향연에도 담겨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사찰음식에 담은 주지스님의 소박하고 절실한 바람이 정암사 사찰음식 문화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