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해사 주지 돈관스님은 사찰음식 문화에 대해 “신자들이 시주를 하고 그것으로 공양을 하는데 사찰음식 문화라는 게 따로 있을 수 있겠는가”고 반문하였다.
그러면서 부처님의 걸식을 화두로 던졌다. 초기 불교에서는 1일 1식을 원칙으로 하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적당한 양을 걸식하면, 경내로 돌아와 오전 중에 식사를 마치고, 남은 시간은 수행하도록 하였다.
다만 물처럼 묽은 것은 허용하되 찌꺼기가 있으면 안 되고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오전 중에 한정되었다.1) 주지 돈관스님은 자신의 율법스승인 일타스님의 평소 아침공양이 “물밥과 김치 몇 조각이었다”고 전하였다.
일타스님의 아침공양은 전날 밥을 해서 큰 대나무 채반에 두었다가 아침에 물을 끓여 3번 정도 적셔 건져내고 물기를 뺀 뒤, 끓는 물을 다시 부어 갓김치 몇 조각을 총총 썰어 ‘물밥’에 얹어 공양하였다고 하였다.
지금 주지스님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지만 “그때 그 밥맛은 기가 막히게 좋았다”고 술회하였다. 일타스님의 아침공양은 공양을 철저한 수행을 위해 육신을 연명하는 음식으로 만 취급하였을 뿐 공양 준비로 시간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죽보다 더 간편한 ‘물밥’ 공양이다. 당시 갓김치는 고춧가루가 들어간 오늘날의 갓김치와는 다르다. 양념도 최소한으로 절제한 염장 갓김치이다. 그러나 주지스님은 소금만으로 염장한 갓장아찌인데도 단맛이 났다고 기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