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불영사는 첩 첩산중 험지에 있어 오늘날까지도 외부와의 접근이 쉽지 않다. 불영사 사찰음식도 그 지리적 환경으로 불영사만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함유하고 있다.
금강송으로 둘러싸인 불영사는 도토리나무가 지천에 널려있다. 자연히 도토리를 가지고 여러 가지 공양을 하였다. 도토리죽. 도토리묵, 도토리묵볶음, 도토리옥수수떡 등 도토리로 가능한 무궁한 음식세계가 펼쳐진다.
텃밭에서 수확한 아욱은 아욱국, 아욱장아찌, 아욱전, 아욱수제비로 진화한다. 궁즉변변즉통통즉구窮則變變則通通則久라 했던가. 불영사의 척박한 환경이 불영사 사찰음식의 발전을 가져왔다.
봄철 여린 가죽잎은 가죽무침, 가죽부각, 가죽장아찌로 변신하며, 들판의 민들레는 민들레잎무침과 민들레된장국, 민들레김치로 활용 되었다. 주변의 모든 소재가 공양으로 충분했다.
불영사표 떡국이 점심공양으로 제공되었다. 그런데 떡의 모양이 세속의 길쭉하고 타원형의 얇은 떡이 아니라, 떡볶이 떡의 모양을 한 길쭉한 떡이다.
‘떡국떡을 썰기 귀찮아서일까, 수행시간이 부족해서 떡을 썰 시간이 부족했을까’ ‘두부와 호박, 느타리버섯은 왜 한꺼번에 조렸을까 서로 섞으면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이 엉길 텐데…’ 온갖 생각이 교차되는 순간 오온五蘊의 법이 이렇게 수행되는가 하는 자각과 깨우침이 스쳐간다. 후식으로 콩 국물을 한 대접 마시며 소심경을 마음속에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