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없이 마음을 수행할 수 없다. 몸은 바른 생각을 가지기 위한 도구이므로 몸을 청정하게 하는 것은 수행의 기본적 자세이다. 발우공양은 수행을 위한 기본자세로 음식에 대한 예禮로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몸 수행을 방해하는 오신채 마늘, 파, 흥거興渠(향신료), 부추, 달래, 술, 육류는 사찰음식에서 찾아볼 수 없다. 몸의 변화를 야기하는 오신채는 익혀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생기고, 생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해져 수행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한국음식을 대표하는 김치에도 사찰에서는 마늘과 파를 넣지 않는다. 마늘이 빠진 김치가 제대로 맛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불영사의 김치는 시원하다. 소금의 순수한 맛이 김치를 깔끔하고 단순한 맛으로 모습을 바꿔 깊은 시원한 맛을 내는 것이다.
배추김치, 나박김치, 민들레김치, 미나리김치, 쑥갓김치, 더덕김치, 양배추김치, 깻잎김치, 씀바귀김치, 열무김치, 가지김치, 오이김치, 적겨자잎김치, 깍두기, 총각무김치, 우엉 김치, 연근김치, 고춧잎김치, 늙은호박김치, 갓김치, 동치미 등 김치류만 수십 종이다.
그러나 각각의 김치는 재료가 가진 자연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서로 다르게 맛을 낸다. 세속에서 ‘양념 맛이다’라는 통상적 표현이 무색해진다.
채소는 신선한 채로 계절음식이 되어 즉석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잉여 수확물은 버리지 않고 김치나 장아찌와 같이 그 형태를 달리하여 저장음식으로 오래 동안 보관하며 먹는다.
뿐만 아니라 김치나 장아찌는 그 자체로서도 이미 음식이지만 전이나 찌개 등 다른 음식의 식재료가 되어 모양을 바꿔 섭취할 수도 있다. 형태와 모양은 바뀌어도 재료는 같다. 그러므로 공양을 통해서도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불자의 본질수행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