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마당 가운데를 차지한 장독대가 유난스럽다. 장독대 앞 경당의 처마 밑에는 메주가 주렁주렁 달려 누가 봐도 된장독임을 직감하게 한다. 600여개의 장독에서 된장이 익어가는 냄새가 사찰 내에 그득하다.
주지 철산스님은 “그동안 사찰이 받는 데만 익숙해, 사찰에서 뭔가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면서 “된장은 누구나 필요한 음식이니 더 많이 만들어 나눠드리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보경사로 부임한 후 보경영농조합을 개업하여 경옥고와 민들레오미자 조청, 된장, 죽염, 녹차 등 사찰음식들을 판매하고 있다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수익금은 노인 일자리 창출과 사찰의 재정에 쓰이지만, 판매하는 것보다 나눠드리는 것이 더 많다.
주지스님은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면서 엷은 미소를 띄웠다. 대중에게 하나라도 더 나눠드리고 싶은 주지스님은 장독대를 3000개쯤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하였다. 보경사의 장독대 옆에는 탱자나무가 범상치 않은 자태를 뽐내며 장독대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탱자나무는 경상북도 기념물로 500여 년의 긴 세월 동안 보경사 마당을 그 자리에서 지켜내고 있는 명물이다. 천연기념물의 위용을 담은 나무에는 탱자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나무줄기에 크고 뾰족한 가시가 두껍 게 나와 있어, 옛날에는 집 울타리로 많이 심었던 것이 탱자나무다. 탱자나무는 크게 자랄 뿐 아니라 잔가지들이 조밀해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는데 도움이 되며, 잎과 열매는 감기나 체했을 때 민간요법 약재로 사용한다.
만약 보경사의 탱자나무가 천연기념물이 아니라면 잎과 열매를 말려 차와 약으로 음용하였을 것이다. 사찰음식으로 나눔을 실행하는 보경사에서는 1년에 서너 차례 지역주민과 함께 비빔밥을 나눠먹기도 한다.
주지스님은 공양도 보시 布施이고 복을 짓는 수행이라며, 지역 어르신을 초청하여 각종 공연과 함께 2016년 제5회 사랑의 경로잔치도 개최하였다. 보경사 사찰음식은 수행을 넘어 대중들을 위한 문화의 장으로써 확산되고 있었다.
♣ 보경사 사찰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