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은 본래 스님들의 수행의 한 방법으로 선택한 식문화의 일종이다. 수행과정에서 스님들은 대중 운력을 통해서 음식 문제를 해결하였다. 즉, 직접 야채를 기르고, 조리하고, 삼보에 공양을 올리고, 그리고 함께 나누어 먹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사찰에서 정주생활을 하게 된 스님들은 선농일여, 즉 참선 수행과 농사일이 둘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왜냐하면 삼복전에 공양을 올리기 위한 노동은 이타행을 위한 실천이기 때문에 수행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다.
사찰음식은 최소한의 음식을 섭취하는 소식(小食), 신선한 채소로 이루어진 것을 먹는 채식(菜食), 그리고 가공되지 않은 천연재료를 이용하는 자연식(自然食)을 특징으로 한다.
소식을 통해서 욕망을 절제하는 법을 익히고, 채식과 자연식을 통해서 생명존중의 사상을 실천하고, 자연식을 통해서 순리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사찰음식은 이와 같은 특성을 반영하여 조리를 함으로써 최소한의 소비와 절약하는 마음을 가르친다.
사찰음식에 내재하고 있는 이와 같은 특징들은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는 외국인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전통음식들은 대부분 강한 양념류를 첨가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쉽게 적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찰음식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담백한 맛이 살아있어 외국인의 입맛을 쉽게 만족시킬 수 있다.
지난 봄 스페인에서 세계 발효음식대회가 개최된 바 있다. 이 국제대회에 우리나라는 전통 김치 등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였으나 외국인들의 입맛을 설득하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김치 중에서 외국인들의 관심을 끈 것은 전통 사찰음식의 원리로 만든 감김치였다. 이 김치는 간장과 감, 그리고 사찰에서 사용하는 재료들로만 만들어져서 양념류의 강렬한 냄새가 거의 없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사찰음식 속에 포함되어 있는 지혜는 한국 음식문화의 원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원형을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잘 알리고 조리에 활용한다면 한국음식의 세계화도 가능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