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은 어떤 재료를 사용하여 어떻게 조리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먹는 방법과 마음가짐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사찰음식은 청정한 마음, 유연한 마음, 여법한 마음의 삼덕을 갖추고 더불어 자비로운 마음으로 조리하고 먹어야 한다.
청정한 마음이란 재료의 선택과 조리과정, 그리고 먹는 사람의 마음이 모두 청정하여야 한다. 조리하는 사람의 마음이 청정하지 못하면 청정한 재료를 선택하지 못한다. 먹는 사람의 마음이 청정하지 못하면 음식을 먹고 나쁜 생각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청정한 마음의 덕을 갖추어야만 모두가 이로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서 유아에게 먹이는 우유와 계란 등이 오염되거나 인체에 해로운 약품이 첨가되어 많은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식당에서 주방장이 청정한 마음이 없으면 맛을 내기 위해 화학조미료를 과도하게 사용하고도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 그 결과는 서로의 건강을 해치고 의료비 등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게 만든다. 사찰음식은 유연한 음식이다. 그리고 조리하고 먹는 사람도 유연한 마음을 갖추어야 한다.
마치 어머니의 마음으로 먹는 사람의 체질과 시기에 따라서 적절한 음식을 만드는 것을 유연하다고 말한다. 모든 음식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의 체질과 건강 정도에 따라서 먹어야 할 음식과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 있다. 그것을 무시하고 섭생을 계속하면 결국 병을 얻을 수밖에 없다. 열이 많은 체질인지 아니면 적은 체질인지, 성격은 어떤지에 따라서 서로 궁합이 맞는 음식이 있다.
사찰음식이 질병치료의 토대가 되는 것은 사찰음식에 담겨져 있는 유연성 때문이다. 몸이 냉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 식재료로 요리를 해야 한다.
부자, 겨자, 고추, 인삼, 대두, 단호박, 당근, 앵두, 대추 등으로 요리하면 냉한 사람에게 좋은 음식이 된다. 반면에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녹두, 메밀, 깨, 김, 연근, 오이, 시금치, 배추 등과 같이 찬 성질을 갖춘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이 좋다.
사찰음식의 유연성은 사람에 대한 지혜와 자비심에서 형성된다.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음식을 먹어야 되는지 알 수 있고, 자비심이 있는 사람은 상대에게 적합한 음식을 공양할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음식을 대접하고 나누어 먹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때 지혜와 자비심으로 음식을 나눌 때 서로가 한 식구로서 공동체 의식이 생긴다.
사찰음식의 여법성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생명은 연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동체대비심의 이상을 실천하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
이러한 정신을 음식에서 실천하면 여법한 음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모든 식재료도 결국 나와 연계되어 있고, 나와 다르지 않다는 불이(不二)사상의 실천이 사찰음식의 여법성이다.
채소를 씻고 다듬을 때도 마구 흔들어서 씻지 않고 고마운 마음으로 부드럽게 씻는 것이 여법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채소를 마구 흔들어 씻거나 쥐어짜면 채소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쓴 맛이 더 강해지거나 독성이 생기게 된다. 모든 식재료를 조리할 때는 가능하면 자비로운 마음으로 모든 생명이 소중함을 깨우치는 것이 여법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은 사람의 수명을 연장해주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삶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며,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며, 정신적 감흥을 느끼게 해준다.
모든 생명체는 음식을 먹어야 하며, 음식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중요한 음식을 먹을 때 청정하고 유연하고 여법한 태도를 견지한다면 우리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