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과 마음 모두 생각한 음식
지난해 말,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원경 스님)은 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 3개국에서 사찰음식과 템플스테이를 선보였다.
사찰음식은 한국불교가 지닌 우수성 가운데 하나이며, 이를 널리 알리는 일은 종교를 넘어서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모색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남미 순회 행사를 이끌었던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지도법사 형민 스님으로부터 우리 사찰음식의 우수성과 - ‘세계화’라는 과제에 대해 들었다.
♣ 사찰음식이란
“사찰음식을 한마디로 말하면, ‘수행식’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만드는 일, 먹는 일 모두 수행을 위한, 수행에 의한, 수행의 음식인 것이죠.” 사찰음식은 의마를 지닌 음식이다. 글자 그대로 절 안의 음식이고 ‘수행’에서 출발하는 음식이다.
음식의 재료인 채소들을 가꾸고 채취하는 울력부터, 공양의 의미 안에서 정성을 다하는 조리과정과 정갈하게 담아내는 마무리까지, 그 과정 자체가 의미를 지닌, 또 하나의 수행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은 다시 수행을 위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 생각에 전념해야 하는 수행자에겐 한 생각에 머물 수 있는 마음과 함께 그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몸 또한 중요하다. 사찰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한 생각을 담고 있는 마음을 위해, 그 마음을 싣고 있는 몸을 돌보는 음식이다.
♣ 사찰음식의 특징은
“사찰음식의 특징은 수행식.자연식.저장식.발효식.친환경 건강식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사찰음식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수행식’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한식이지만 일반적인 한식과 다른 고유성을 지니고 있고, 채식이지만 일반적인 채식과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재료적인 측면, 의미와 기능적(영양)인 측면에서 모두 분명한 개별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재료를 보면, 넓은 의미의 한식과 달리 육류를 배제하고 채소만을 재료로 쓴다. 그리고 채식이지만 오신채(매운 맛을내는 다섯 가지 채소-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를 쓰지 않는 것이 일반 채식의 개념과 다른 점이다.
육류를 배제하는 것은 모든 생명을 내 몸과같이 여기는 불교의 자비판에서 비롯된 것이다. 육류의 사용은 자비관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또한 육류는 채소보다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배설이 원활하지 않을수 있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병을 부를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 것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오신채를 쓰지 않는 것은 오신채가 약리특성상 선정수행을 방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맛을 더해주는 기능 때문에 혹여 음식에 대한 탐착을 불러올 것에 대한 경계이다. 그래서 한국의 사찰음식에서는 자연재료인 버섯가루, 다시마가루, 제피가루, 들깨가루 등을 조미료로 쓰고 있다.
형태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장아찌나 절임류 같이 오랜 시간 두고 먹을수 있는 저장음식이 많다. 저장음식은 영양소의 파괴를 줄이면서, 채소의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 준다. 다음으로는 김치나 장류와 같은 발효음식이다.
발효식품에서 생기는 다양한 영양소는 깊은 맛을 내는 동시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주고, 항암 효과까지 지니고 있어 각종 성인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준다.
“사찰음식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뿐만 아니라 비타민과 각종 무기질이 풍부한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영양의 균형을 유지하고 콜레스테롤이 현저히 낮은것이 특징입니다. 자연친화적인 제철 식재료를 주로 사용한다는 점과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발우공양은 현대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친환경적 노력과 부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사찰음식의 세계화
“우리의 사찰음식은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 인류에게 필요하고 이로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장식 축사에서 사료로 길러지는 육류와 갖가지 가공식품 등 자연에서 멀어 진 먹을거리로 인해 인류는 점점 새로운 질병과 걱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류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사찰음식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남미에서 진행했던 사찰음식 시연회에는 정관계를 비롯한 각계 각층의 현지인들이 참석하여 우리 사찰음식을 맛보았다. 육식을 주로 하는 그들에게 사찰음식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그들이 사찰음식에 매료된 이유는 음식 자체의 담백함과 단순히 채소라는 재료적인 측면이 아니라 사찰음식이 의미를 지닌 음식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난남미 시연회에서 얻은 성과라면 사찰음식의 정체성과 우수함을 알렸다는 것과 그 정체성과 우수성이 한국불교에 있다는 것을 함께 알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음식을 알린 것이 아니라 사찰음식과 함께 한국의 불교와 문화를 알리고 왔어요.
그래서 사찰음식의 ‘세계화’라는 과제를 단순히 음식을 알리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우리 불교와 우리의 좋은 문화를알릴 수 있도록 거시적 안목으로 계획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지도법사 형민 스님
2003년 2월,충북 괴산 개심사에서 석재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운문승가대학과 중앙승가대학을 졸업했으며, 은해사 백홍암과 해인사 보현암에서 하안거를 지냈다. 2016년 12월부터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지도법사 소임을 맡고,남미 3개국 해외 홍보 등 한국 사찰음식을 계승하고 알리는 일에 진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