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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6. 가을철 사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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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

♣ 음식은 거울이다.

음식은 시대상과 계절, 만든이의 개성 나아가 마음을 비추고 종종 아련한 추억도 환기하여 비춘다. 사찰음식은 풍부한 스펙트럼을 자아내는 거울이다. 불교수행이 이루어지는 절의 음식으로서 흔히 ‘절밥’이라고 불리는 사찰음식은 수행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 했다.

사찰음식이 담백하게 자연의 맛을 살리 되 맛 이상의 여운을 남기는것은 1700년 한국불교의 자취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산중에 있는 절이 아닌 서울 도심에서 만나는 사찰음식 전문식당은 이채롭다. 바로 발우공양이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분주한 도시 서울에도 느림의 공간은 있다.

종로의 랜드마크 조계사가 그렇다. 언론사, 금융사, 쇼핑몰, 갤러리 등이 고층빌딩으로 가득한 곳을 바삐 다니다가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두고 오랜 불교의 전통을 자아내는 조계사에 들어서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고 호흡은 깊어진다. 발우공양(休孟供泰)은 조계사 바로 맞은편에 있는 사찰음식 전문식당이다.

사찰음식의 원형을 보전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유일하게 직접 운영하고 있다. 승복을 연상케하는 회색 티타늄 강판의 템플 스테이 통합정보센터 건물에 들어서서 5층에 오르면 숨은 듯 은은한 식당이 손님을 맞는다.

발우공양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

♣ 미슐랭의 별이 된 ‘빼기의 미학’

한국의 행정수도인 서울은 음식의 수도라고도 할 만하다. 전국에서 맛으로 검증받은 유명한 음식은 서울에 집결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나아가 전 세계의 이름난 음식들과 유명 셰프들의 퓨전 음식들이 서울에 선보이고 있다.

까다로운 조리법, 입맛을 사로잡는 강렬한 소스, 개성 넘치는 풍미등 ‘더하기’의 음식이 즐비한 가운데 사찰음식은 ‘빼기’의 미학이 돋보인다. 주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위해 양념을 최소화하고 신선한 자연의 주재료에 집중한다.

‘빼기’의 미학이 과연 음식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까? 그 답은 세계적인 권위의 미식가이드북 미슐랭의 조사원이 지난해 손님을 가장해 발우공양에 와서 식사 후 남기고 간 소감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맛이 다채롭다, 신선하고 건강한 맛이 새롭다”고 했고 발우공양은 2017년, 2018년, 2019년 잇달아 미슐랭 1스타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다.

2015년 한국에 부임했던 전(前) 주한캐나다 대사 에릭 월시(Eric Walsh)는 발우공양의 단골고객이 었다. 캐나다로 복귀한 뒤 오타와에서 진행한 사찰음식 만찬행사에서 그는 “개인적으로 사찰음식을 정말 좋아하고, 한국에부임 당시 캐나다 고위인사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발우공양 레스토랑에서 사찰음식을 소개했습니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MICHELIN Guide Seoul’ 2019 발우공양
<‘MICHELIN Guide Seoul’ 2019 발우공양>

♣ 음식, 수행이 되다

어떤 이는 먹고 살기 위해 음식을 먹을 것이고 어떤 이는 맛과 멋을 즐기기 위해 음식을 먹을 것이다. 사찰에서 음식은 수행의 도구이며, 식사는 수행의 한방편이다. 발우공양이라는 식당 이름에는 수행이라는 사찰음식의 지향이 잘 담겨있다. 발우공양은 사찰에서 스님들이 식사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발우’란 스님들의 그릇을, ‘공양’은 밥 먹는 것을 뜻한다. 불가에서 공양이란 본래 부처님과 스님들께 수행생활에 필요한 음식, 의복, 침구 등을 바치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의미가 확대되어 밥을지어 올리거나 먹는 일도 공양이라 한다.

불교 수행자에게 공양은 단지 배고픔을 면하거나 맛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뭇 생명에게 감사하고 세상의 화평을 이루기 위한 수행의 방편이다. 식사 전 스님들은 음식을 받기까지 수고한 이들의 공덕을 헤아리며 자신의 덕행을 살펴보는 공양게송을 한다.

이 음식이 있기까지 수고한 이들의 공덕을 헤아리는 것은 물론 나의 덕행을 살펴본 뒤 가다듬는 시간이다. 공양에 담긴 평등과 절약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음식을 똑같이 나눠먹고 밥 한 알도 남기지 않는다. 식사를 마친 뒤 그릇을 행구고 남은 물까지 모두 마시는 것으로 공양은 끝난다.

사찰음식 전문식당인 발우공양이 선보이는 음식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울림 깊은 불교 수행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수행’은 사찰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모든 과정의 나침반이 된다.

한국불교 1700년의 역사를 거치며 자비 사상에 따라 육류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채식으로 이루어지며 맛과 향이 강한 오신채 곧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를 사용하지 않는다. 불가에서 오신채는 육류, 술과 함께 수행에 장애가 되는 음식이다.

발우공양 텃밭
<발우공양 텃밭>

♣ 음미할 수 록 깊은 맛을 내는 여백의 미

제철의 싱그러운 맛과 영양을 지닌 식물성 식재료를 다양한 배합과 조리, 가공을 통해 담백하면서도 풍부하고 깊이 있는 음식으로 선보이는 것이 사찰음식이다. 김치를 비롯해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의 장류, 각종 장아찌 등저장음식과 발효음식이 특히 발달하여 특유의 감칠맛을 낸다.

산중에서 자라는 약용식물을 많이 사용하여 음식이 약이 되도록 하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전통과, 식재료의 따뜻하고 찬 기운과 영양, 맛이 어우러지도록 음양오행의 조화를 담는다. 다시마, 버섯, 들깨, 날콩가루 등 자연의 조미료 또한 사찰음식만의 풍미를 자아낸다.

이렇게해서 무언가 많이 더해져 복잡한 맛이아닌 담백하면서도 여운 깊은 자연본연의 맛을 낸다. 마치 한국의 수묵 담채화와 같다. 한국화는 그림 못지않게 빈 공간의 아름다움을 중시한다. 그것은 감상 하는이에게 폭넓은 상상과 사유의 공간을 선사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연의 본질에 충실하며 채우기보다 비우는 것에 의미를 두는 사찰음식은 여백의 맛(味)과 아름다음(美)을 만든다.발우공양은 사찰에서 오랜 세월 이어져온 조리 법을 바탕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별로 계절의 향과, 맛, 에너지를 담은 사찰음식을 선보인다.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사찰음식의 변주는 다채롭다.

고객들은 20가지가 넘는 사찰음식 코스요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2019년 올해는 발우공양이 문을 연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사찰음식의 원형을 간직하면서도 외국 파인 다이닝(FineDining) 식당의 코스음식을 접목한 발우공양의 사찰음식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자연의 넓이에 수행의 깊이를 담은 사찰음식을 선보이는 발우공양에서 시대의 품격을 느낄 수 있는 이유이기도하다. 본질의 빛이 바래지 않는 변화의 지혜, 사찰음식이 전하는 또 하나의 여백의 미이다.

♣ 김지영 조리장

발우공양 김지영 조리장
<발우공양 김지영 조리장>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로부터 손맛을 물려받은 소녀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이후 사찰음식을 만나 공부했다. 젊은 그에게 사찰음식은 통과할 하나의 문이었을 뿐 더 많은 여백의 미를 만드는 예술가들 음식을 공부하고 싶었다. 궁중음식, 반가음식, 서양음식을 두루 배운 뒤 사찰음식으로 돌아왔다. 그 선택에 만족한다는 발우공양의 김지영 조리장. 그의 곁에는 사찰음식이라는 수행을 함께 하는 도반 같은 조리원들이 있다.

* 발우공양 문의 및 예약 02) 733-2081, www.balwoo.or.kr

 Q. 발우공양이 문을 연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습니다. 발우공양의 처음과 현재, 어떻게 달라졌는지요?

 A. 처음 개업한 2009년에는 한국사회에서 ‘사찰음식에 대한 이해나 인지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찰음식을 널리 알리고 대중화하기 위해 사찰음식의 전통적인 조리법에 기반하 되 일반인들도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현대적인 식재료와 방식을 접목한 형태의 메뉴를 선보였어요. 대중들의 이해도가 높아진 2016년 이후에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사찰음식의 원형을 중심으로 메뉴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Q. 발우공양 메뉴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발우공양의 메뉴는 선식(禪食), 원식鑛食), 마음식(念食), 희식(喜食), 법식(法食)의 5종류 코스요리로 이뤄져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음식을 먹는 일도 진리를 깨닫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5가지로 구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죠. 모든 메뉴의 주된 음식은 '유미상(兪味床)’이라고 해서 밥, 국, 반찬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전통 상차림을 구현하고 있지요.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 사찰음식의 특성상 제철의 싱싱한 채소를 주로 사용하고 버섯과 콩, 견과류를 활용해 단백질과 지질 등을 보충하며 영양과 맛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발우공양의 음식은 우리나라의 전통 사찰음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담음새라든지 코스로 구성하여 손님께 드리는 방식 등은 현대적인 레스토랑과 닮아있죠.

 Q. 발우공양은 2017년부터 3년 연속 미슐랭가이드북의 원스타로 선정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권위의 미식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배경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발우공양은 ‘음식은수행’이라는 사찰음식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제철음식과 전통장으로 차별을 시도하고 있어요. 신선한 제철채식재료를 고르는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식당 옥상에 마련한 채소밭에서 호박, 고추, 상추, 토마토, 쏙갓, 양배추 등을 유기농법으로 길러 식재료로 사용합니다. 발우공양에서는 공장에서 나온 장류는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국산 유기농콩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간장, 된장, 고추장을 씁니다. 간장과 고추장은 3년이상, 된장은 5년이상 숙성하여 깊은 맛을 내죠. 발우공양 장소의 특성상 대량으로 직접 만들기가 어려워 일부소량만 직접 만들고 대부분은 해남 청정지역에서 계약 생산해서 쓰고 있습니다. 또, 단맛은 조청과 꿀, 식초는 현미 발효식초 등 전통방식으로 만든 양념을 사용하고 있고 장아찌나 부각류 등도 저희가 직접 만듭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A. 저희 발우공양의 조리사들은 진정한 마음과 변함없는 자세로 각자 맡은 자리에서 예술가의 열정을 발휘해갈 것입니다. 그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발우공양을 방문하시는 고객분들이 원하는 발우공양의 장류, 장아찌류, 부각류 등을 포장.상품으로 제공해드리는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기회가 닿는대로 국내, 해외에서 한국사찰음식을 널리 알리는 다양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필칠 생각입니다.

 Q. 텃밭에서 만난 이경락 조리사가 다른 식당의 주방에서 일할 땐 전쟁터 같았는데 발우공양의 주방은 평화로워서 너무 놀랐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리장님의 지향이 담긴 거겠죠?

 A. 사찰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마음을 비워야 해요. 예전에 스님들께 사찰음식을 배울때 들은 말인데 처음엔 잘 와닿지 않던 말이 시간이 갈수록 깊게 마음에 새겨 졌습니다. 사찰음식은 고기나 생선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크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오신채의 자극적인 양념도 쓰지 않고 육류의 감칠 맛도 쓸수 없기에 더 섬세하게 음식을 공부해야 합니다. 더하기의 음식이 아닌 빼기의 음식이 만드는 맛이상의 무엇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조리사가 기술자 이상의 예술가가 되려는 노력에서 비롯되지요. 또한 저희는 음식을 통한 나눔으로 자비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저희 발우공양과 공익법인인 ‘(재)아름다운동행’이 함께 일주일에 한번씩 생신을 맞으신 어르신들의 식사를 준비해 드리는데 이런 대접은 처음 받아보신다며 굉장히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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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출처 •대한불교조계종 •동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심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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