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램프쿡 로고
    • 검색검색창 도움말
  •   
  • 사찰음식 레시피

  • SNS 공유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 이전페이지
  • 목차
  • 다음페이지
  • Chapter 4. 봄철 사찰음식
  • 이동

h2mark 덕양사 도림스님

♣ 달디 단 초봄 저장음식의 매력

사람의 인생은 계절의 흐름을 닮았다. 시리고 아픈 동장군의 칼날에 저장음식의 매력 맞서 한발 또 한발, 그렇게 겨울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봄이 오기 마련이다. 그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봄은 따뜻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꽃은 겨울을 잘 이겨낸 나무에서 피어난다.

옥동식 셰프의 지난날이 그랬다. 뒤늦게 뛰어든 요리의 세계에서 때론 좌절하고 때론 희망의 싹을 키워가며 그렇게 한 계단씩 올라 왔다. 오랜 수련의 시간을 보낸 옥셰프에게도 기어이 봄이 찾아왔다. 미슐랭 가이드, 블루리본 서베이 등 총 여섯 개의 국내외 레스토랑 평가에서 식당 ‘옥동식’은 모두 한국의 대표적인 식당으로 선정됐다.

식당 ‘옥동식’을 연 지 1년 만의 일이었다.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기까지 옥 셰프는 한국의 맛을 온전히 익히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양식과 한식에 모두 정통한 인물로 평가받지만, 그의 요리 세계를 구축한 토앙은 결국 우리의 맛이었다. 사찰음식을 찾아 길 위에 오르기로 한 것 역시 우리의 맛에 대한 공부의 연장선이다.

덕암사에는 아직도 겨울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있었다. 골짜기에 머물러 있던 겨울은 엉덩이가 무겁다. 그 한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절의 밭 한쪽에서 초봄의 제철 주인공 중 하나인 시금치가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올해의 봄은 시금치의 푸른빛으로 첫인사를 건넨다. “맛 좀 봐요. 이게 볼품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그 맛은 기가 막히거든. 사람들은 아마 이 맛을 잘 모를거야.”

도림 스님과 옥동식 셰프
<도림 스님과 옥동식 셰프>

♣ 음식 하는 이의 지혜는 최고의 조미료

세간에서는 사찰음식을두고 온갖 의미를 부여한다. 건강한 음식, 자연에 가장 가까운 밥상, 깨끗한 식사 방식…. 과연 그런 의미 부여가 올바른 걸까? 도림 스님은 ‘사찰음식은 거창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우리가 가난하던 시절 먹었던 재료로 그 본연의 맛을 잘 살려서 먹을 뿐, 결코 화려하지도 특별한 것도 아니다.

사찰음식에서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따로 있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다름 아닌 음식을 만드는사람의 몫이다. 예부터 사찰에서는 부족한 식재료로 많은 대중을 먹일 수 있는 음식을 최대한 맛있게 만들어야 했다. 음식을 만드는 소임자에게는 그것이 최고의 고민이었다.

한정된 조건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식재료를 알뜰하게 사용해서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 아닐까? 음식을 한다는 것은 결국 지혜가 필요한 일이다. 스님은 음식을 하는 사람이 자기의 본분에 충실하면 절로 지혜가 생긴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옥동식 셰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님이 일례로 든 것이 버섯이다. 버섯은 사찰음식을 만들 때 가장 유용한 식재료 중 하나. 버섯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스님은 버섯을 반건조 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볕 좋은 날 꾸덕하게 말리면 버섯의 향과 맛을 더 진하게 농축하는 효과가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볕에 말리는 과정에서 버섯은 우리에게 생각지 못한 선물을 준다.

이를 옥동식 셰프는 이렇게 설명한다. “햇빛에 말리는 건 비타민D를 끌어올리는 좋은 방법입니다. 좋은 재료를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식인데, 사찰에서 얼마나 현명하게 식재료를 다뤘는지를 볼 수 있는 부분이에요. 같은 식재료지만 더 맛있고 건강하게 음식으로 만드는 거죠. 햇볕에 말리는 과정 하나에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지혜가 숨어있는 겁니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 스님은 만드는 사람 못지않게 먹는 사람의 마음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먹는 사람이 한 끼 식사에 담긴 만든 이의 수고로움을 알고 감사한 마음을 품는 것. 식재료에 지혜라는 조미료를 더해서 맛있는 한끼 식사가 된다면, 그리고 그 음식을 먹은 사람이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오관계에 담긴 사찰음식의 철학이 아닐까?

도림 스님과 옥동식 셰프 조리시간
<도림 스님과 옥동식 셰프 조리시간>

♣ 푸근하고 편안한 우리 음식 이란 이런 것

스님은 늙은호박으로 우리가 흔히 보던 것이 아닌 버터넛스쿼시를 선택했다. 버터넛스쿼시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호박 중 하나다. 껍질이 얇고 속이 지나치게 단단하지 않아서 요리하기에도 편하다. 견과류의 향이 나는 단맛이 이 품종의 특징이다.

칼로리가 낮고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춰 주는 효능이 있어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스님은 이 호박을 이용해 호박전을 부쳤다. 버터넛스쿼시로 만든 호박전은 훨씬 고운 색감을 띤다. 씹히는 식감도 좀 더 아삭거리는 느낌. 별도의 양념장에 찍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맛있는 요리가 됐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봄동더덕된장겉절이는 스님이 이야기한 장맛의 진가를 볼 수 있는 요리였다. 옥동식 셰프는 겉절이를 할 때 된장을넣으면 특유의 텁텁함이 있어 잘 안 쓰려는 요리사가 많다고 했다. 그러나 스님이 된장을 넣고 무쳐낸 겉절이의 맛을 보고는 감탄을 터뜨렸다. 된장의 감칠맛이 겉절이를 한결 더 맛깔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역시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사찰음식 교육관 ‘향적세계’에서 대중들에게 사찰음식을 전하는 스님의 손끝에서 탄생한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그 맛이 살아있었다. 스님이 강의하는 ‘향적세계 (02-733-4650)’는 사계절 제철에 맞는 사찰음식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도림 스님 사찰음식
<도림 스님 사찰음식>

♣ 물맛이 장맛을 결정한다.

도림 스님은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자기만의 비결로 장맛을 꼽았다. 스님은 장을 담글때 고로쇠 수액을 사용한다고. 이 이야기를 들으며 옥동식 셰프는 무릎을 쳤다. 옥세프 역시 장을 담글 때는 좋은물을 따로 쓴다고 도림 스님과 옥셰프 모두 물맛이 장맛을 결정한다는 데에 목소리를 모았다.

다만 고로쇠 수액은 비싼 탓에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그롬에도 스님은 과감하게 고로쇠 수액으로 간장을 만든다고 했다. 이렇게 만든 간장은 염도가 크게 높지 않다는 게 스님의 설명. 짠맛을 조절하기 어려운 일반 조선간장에 비해 고로쇠로 만든 간장은 염도 조절이 용이하다고 스님은 부연했다.

고로쇠 간장을 더해 만든 요리는 맛도 훨씬 좋다고 한다. 도림 스님이 공개한 또 하나의 비결은 채수다, 고기나 뼈를 고아 만드는 육수가 아닌 채소를 삶아 만든 채수는 사찰음식의 특징이다. 스님은 전을 부칠 반죽에도 채수를 사용한다, 맛이 밋밋한 배추전도 채수와 함께 약간의 소금을 더하면 맛이 확 달리진다고. 이 이야기를 듣고 옥동식 셰프는 다시 한번 무릎을 쳤다.

아주 사소한 변화지만 그로 인한 맛의 변화는 천차만별인 법이다.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옥셰프는 많은것을 배우는 듯 했다. 사찰음식을 두고 주고받는 이야기는 공양간으로 자리를 옮겨서 이어졌다. 스님이 준비한 음식은 무팥시루떡, 봉동더덕된장겉절이, 늙은 호박전이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리는 무팥시루떡이다.

잘 삶은 팥과 쌀가루를 시루에 차곡차곡 쌓고 그 사이사이에 채 친 무를 넣으민 일련의 준비는 끝난다. 그 다음에는 잘 쪄주기만 하면 완성. 옥세프는 팥을 삶아낸 정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스님은 팥을 삶을 때 한 번에 물을 많이 넣는 것보다 조금씩 물을 더해가며 삶을 때 팥이 더 보기 좋게 삶아진다는 노하우를 전했다.

응식을 만드는 동안 스님의 손길은 간결했다. 아니 요리를 만드는 과정 자체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만큼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사찰음식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더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펀견이다. 요리는 과정이 간단힐수록 식재료가 가진 맛이 더 살아나기 마련이다.

옥동식 셰프는 도림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요리를 만들며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었다. 도림 스님을 만난 옥셰프가 생각하는 사찰음식은 이랬다. 사찰음식은 우리 고유의 음식 문화가 살아있는 보물창고라고 생각해요. 우리 일상에서는 사라겼지만 사찰음식에는 남아 있는 우리의 식문화가 많습니다.

그 사실을 다시 확인했어요. 돌아가면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경험이 요리사에게는 큰 기쁨이지요. 돌아가는 그에게 스님은 아침에 공양 올렸던 쑥개떡까지 안겨주었다. 나누고 배우는 자리는 주는 사람에게나 받는 사람에게나 뿌듯 한 법이다. 덕암사를 나오는 갈, 옥동식 셰프의 얼굴이 밝았다. 봄은 길 위에 길게 내려 앉아 있었다.

  • 이전페이지
  • 목차
  • 다음페이지
  • 자료출처 •대한불교조계종 •동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심열 교수
  • 자료출처 바로가기

향토음식 한반도통합본 후원금 모금안내 향토음식 한반도통합본 후원금 모금안내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