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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4. 봄철 사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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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백련사 홍승스님

♣ 차와 동백이 아름다운 사찰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전라남도 끝자락인 강진 백련사입니다. 절 뒤로는 아담한 만덕산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침에 백련사 찻집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노라면 멀리 안개 낀 강진만 갯벌이 보입니다. 탐진강에 비치는 햇살에 눈이 부십니다. 백련사는 신라 문성왕 때 무염국사(801~888)가 산 이름을 따라 만덕사(萬德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터만 남아 있던 이곳에 원묘국사 요세(1163~1245) 스님이 신앙운동 결사체인 ‘백련결사’를 조직했습니다. 백련결사는 고려 후기 무신정권 시기에 정치적 부패와 종교적 타락으로 제 기능을 상실했고, 몽고와 왜구의 침략으로 민중의 삶이 살육과 고통으로 점철된 고난의 시대에 요세스님께서 어둠의 한가운데에서 희망을 열어 가고자 민중들과 함께 참회와 염불수행을 통해 정토세계를 염원하는 민간 결사운동이었습니다.

백련사는 백련결사와 더불어 ‘차와 동백이 아름다운 사찰’이라고 불립니다. 산문에서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숲길 300m가 동백나무 숲길입니다. 백련사의 동백나무는 다른 지역의 그것들과는 달리 잔가지가 많고, 잎이 작고 색깔이 진하며, 꽃의 크기 역시 다른 지역의 것들보다 더 작습니다.

강진 백련사
<강진 백련사>

동백꽃은 11월 말부터 듬성듬성 피우기 시작해서 겨우 내내 피어나다가 3월 말경에 만개하며, 4월에는 땅 위에 떨어져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한 번 핍니다. 백련사의 1년은 매달 새로운 색깔로 다가옵니다. 동백꽃이 떨어지고 나면 차를 따는 일이 시작됩니다. 작설차라고 불리는 녹차는 따는 시기에 따라서 이름이 정해집니다.

우리나라 절기로 곡우 전에 따는 차는 우전차라고 부릅니다. 귀한 차입니다. 그 후에 따는 시기에 따라서 세작, 중작, 대작으로 불립니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건강식품 중의 하나인 녹차는 효능 자체도 우수하지만 차를 달이고 마시는 시간을 통해 마음의 평정과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큰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 봄이 들어 있는 계절음식

차를 따기 시작할 때면 백련사 주변의 먹거리가 풍성해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종류별로 심어 놓은 텃밭의 상추며, 먹을줄 모르면 중노릇 못한다는 고수며, 시금치, 두릅, 가죽등 봄의 나물향연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텃밭이 있는 사찰에서는 부식비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때라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이때 나오는 각종 봄나물들로 담근 장아찌들은 1년 동안 상차림을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오늘은 첫 번째 얘기로 장아찌 담는 법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장아찌는 레시피가 꼭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수학처럼 공식이 있기 때문이죠. 장에 따라 담는 법이 조금씩 다릅니다. 봄에 나오는 나물들은 다 장아찌로 만들 수 있습니다. 봄 장아찌는 대부분 간장으로 많이 담습니다.

간장으로 담는 장아찌는 주로 수분이 적거나 바로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하면 됩니다. 새콤달콤한 간장 장아찌의 비율은 간장 : 설탕 : 식초 - 2 : 1 : 1입니다. 위의 비율로 끓인 간장물을 식혀서 손질한 재료에 붓고 며칠이 지난 후 간장물만 따라서 다시 끓여 식혀서 부으면 완성입니다.

재료에 따라서 간 조절만 하시면 됩니다. 수분이 많이 나오는 재료들은 위의 비율로 하고 수분이 적은 재료는 간장 양을 줄이고 물을 조금 넣어서 끓이면 됩니다. 간장으로 담는 장아찌는 빠르면 2~3일 만에 먹어도 됩니다. 오래두고 드시려면 무거운 것으로 눌러 놓으셔야 합니다. 이번에는 시험 삼아서 제 레시피대로 장아찌 한 번 담가보세요. 한번만 해보시면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답니다.

강진 백련사 홍승스님
<강진 백련사 홍승스님>

♣ 조화와 배려가 있는 상차림

스님이 되려면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 있습니다. 바로 행자생활 입니다. ‘행자’란 스님이되기 위한 시험과정에 있는 사람입니다. 행자란 말은 원래 수행자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스님이 되고자 입산하여 계를 받기 전의 과정에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행자로 절에 들어가서 스님이 되자면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이 기간만 채운다고 스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스님이 되자면 행자기간 동안 각종 예의범절과 예불을 익혀야 하며 계를 받고 스님이된 뒤에도 훌륭한 스님으로서 살아갈 만한 자질이 되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시험에 합격해야만 스님이 될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절에서 생활해야 하는 행자생활은 사회생활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힘듭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정해진 식사시간, 예법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같이 생활하다 보면 겪는 갈등 등, 무수히 많은 고난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행자시절 추억이 떠오릅니다. 새벽에 일어나면 바쁜 일상 때문에 저녁 예불이 끝나서야 방에 들어 올 수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백련사 템플스테이
<백련사 템플스테이>

어느날 다락 청소를 하러 올라갔습니다. 구석구석 먼지를 쓸고 흐트러진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니 낡은 라디오가 하나 보이더군요. 혹시나 해서 틀어보니 소리가 나옵니다. 채널을 돌리다가 나오는 팝송, 제가 좋아하던 스콜피온스의(always somewhere)노래였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지더군요.

‘아 이 좋은 노래도못 듣고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지’하는 마음이 들면서 내일 당장 집에 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소를 다 하고 내려 왔습니다. 다음날 집에 갔냐구요? 내려와서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니 집에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중노릇을 하고 삽니다. 어찌됐든 행자 생활 중 배우는 일 가운데 상차림이 있습니다. 사찰에서는 상차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발우상차림은 어떤 그릇에 어떤 반찬을 놓아야 적당한가, 또는 몇 명이 먹을 음식인가, 이런 것들을 다 생각해서 반찬을 만들고 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상차림을 통해 조화로움과 배려의 마음을 배우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을 기초로하여 차츰 수행자의 모습을 갖추어 가는 것이 바로 행자생활입니다. 따라서 행자 때 얼마만큼 잘 배우고 익히느냐에 따라서 그사람의 수행의 모습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일반 가정으로 말하면 가정교육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의 전통 상차림은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였습니다. 음식에서의 영양의 조화와 맛의 균형 뿐 아니라 단아한 소반과 간결한 식기, 그리고 그 안에 담겨 한눈에 드러나는 음식의 색과 형태 등 상차림의 요소요소에서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조화와 지나침 없는 균형이 잘 드러나는 차림법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 상차림을 돌아보면 그릇은 서양 것, 음식은한국 것, 아니면 그 모든 것이 뒤섞인 모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서양식으로 변화된 식공간과 인스턴트식품을 이용한 간편해진 조리법등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빠른 것이 좋다는 서양식 사고방식에 우리들 자신도 모르게 물들어 온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빠른 게 좋다고 느껴지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이제 더 이상 속도에 끌려가지 마십시오. 자신의 속도를 찾아가며 더디지만 온전한 의미들을 찾아가야 합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식사의 만족감이 더 이상 배에서 느껴지는 포만감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담음새에서 느껴지는 시각적인 조화 그리고 차려진 식탁에서 배어나는 정성과 배려로 결정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간결하지만 봄이 들어 있는 음식 두 가지를 더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이 음식에 들어가는 부지깽이나물(일명 울릉도취나물)은 5월에만 나오는 취나물입니다.

♣ 백련사 홍승스님

홍익대 외 중앙승가대를 졸업하고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조계종 포교원 등에서 소임을 살았다. 강진 백련사에서 사찰음식 강의와 연구를 하며 지내고 있다. 저서에 <자연을 담은 사찰음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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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출처 •대한불교조계종 •동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심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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