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찰 국수의 면 준비방법 및 재료
사찰에서 국수 면은 대부분 제품화된 것을 이용(81.8%)하고 있었고, 일부 사찰에서 직접 면을 만들어 조리하였다(표 9). 조사대상 사찰에서 국수면의 재료는 밀가루, 콩가루, 메밀가루, 도토리가루, 쌀가루, 전분가루를 사용하고 있었다(표 10).
서울, 경남지역 승가의 식생활에 관한 연구(조은자 등 1994)에서는 국수 면의 재료는 밀가루였고, 그 외에 찹쌀가루, 콩가루, 메밀가루, 수수가루를 섞어서 다양한 국수를 만들고 있다고 하였다.
국수 조리법에 대한 기록이 처음으로 나타나는 문헌은 『음식디미방』으로, 여기에는 다양한 국수가 소개되어 국수의 재료로 메밀가루, 녹말, 밀가루가 사용되고 있었다(김상보 2010).『움식디미방』에는 국수에 찰기를 더하기 위해 연결제로서 메밀국수에는 찹쌀가루와 밀가루를, 수수국수에는 찹쌀가루를 섞는다고 하였다.
♣ 사찰 국수의 국물
조사 대상 사찰에서 사용되는 국수 국물 재료를 살펴보면(표 11), 다시마, 건표고, 무, 건고추, 가죽 순이었고, 양배추, 청양고추, 생강 등 다양한 식재료를 국물 재료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국수 문화의 특징은 감칠맛의 육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간의 임산물과 야생동물, 평야의 가축과 각종 뿌리채소, 해안의 어패류 등 육수를 위한 재료가 매우 다양하여 육수 문화가 발달하였다. 반면 사찰에서는 불살생에 따른 육류 식재료의 사용 불가로 일반 민가에서 육수를 만들 때 사용하는 멸치, 새우, 사골 등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찰만의 독특한 국물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사찰에서는 채수라 하여 국물을 낼 때 육수 대신 표고버섯, 다시마, 무 등으로 담백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고, 말린 참죽 줄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사찰에서는 무를 두부, 배추와 함께 ‘삼보양생(三寶養生) 식품’이라고 하여 불(佛), 법(法), 승(僧)인 삼보를 두루 이롭게 할 만큼 영양가가 풍부한 먹거리라 하여 무를 상용한다.
버섯은 사찰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로 표고버섯, 양송이버섯, 송이버섯,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목이버섯 등 여러 종류의 버섯들이 상용되고 있고, 특히 건표고버섯은 채수에 상시 이용되고 있다.
다시마는 사찰음식에서 매우 요긴하게 쓰이는 재료로 말린 다시마를 그대로 가루를 내어 잡채나 전분이 들어가는 음식에 쓰고 통으로 된 것은 불려서 육수를 낼 때 사용한다. 다시마를 다시마 조청과 다시마 절임 과자를 만들어 이용하기도 하고, 다시마 조청은 물을 섞어 메밀국수의 국물로 이용되고, 비빔국수나 무침 등의 양념으로 사용하여 음식의 깊은 맛을 내고 있다(김진아 2004).
♣ 사찰 국수의 고명
조사 대상 사찰에서 국수의 고명 재료를 조사한 결과는 <표 12>와 같다. 사찰에서는 국수 고명 재료로 호박(16.5%), 당근(13.3%), 버섯, 김가루(12.2%) 순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사찰음식은 동물성 식품의 사용 제한으로 영양적으로 단백질, 지방 부족에 대한 보충을 위해 고명이 일반 민가 음식에 비하여 풍부한 편이었다. 독특한 고명으로는 구운 두부, 볶은 땅콩, 고수 등이 있었다.
두부는 채식을 하는 스님들의 단백질 주요 급원 식품으로 매끼 마다 두부 또는 콩을 이용한 음식을 다양한 조리형태로 변형하여 제공하고, 두부를 바싹 구워 고명으로 사용한다. 김진아 연구(2004)에 따르면 일부 사찰에서는 만두 속 재료로 땅콩잼이나 땅콩가루, 잣가루를 첨가하여 조리하고 있었는데,
본 조사에서도 일부 사찰에서 국수 고명으로 볶은 땅콩을 사용하여 단백질 보충을 위하여 견과류를 섭취하려는 스님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고수는 비빔국수 위에 들기름에 무친 고수나물 겉절이를 얹는다.
고수는 수행하는 스님에게는 빠지지 않고 제공되는 식품으로 고소하고 맛이 좋아서 고소라고도 부른다. 고수의 성질은 차서 열을 내리는 역할을 하므로 공부를 많이 하는 스님들에게 꼭 필요한 먹거리로 고수를 잘 먹어야 스님 노릇 잘한다고 알려져 있다.
♣ 사찰의 대표국수
조사대상 사찰의 대표 국수를 지역별로 분류하여 <표 13>에 제시하였다. 55개 조사사찰에서 총 37개의 국수류가 조사되었다. 비빔국수, 잔치국수, 콩국수 등은 일반적으로 많이 상용되는 국수이지만, 사찰의 특성상 독특한 조리법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경기지역 신흥사에서 전래되는 비빔국수는 양념장에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다시마 농축액을 가미하였다. 잔치국수(물국수)는 건표고버섯, 다시마, 무, 건고추 등으로 담백한 국물 맛을 내었다. 조사 결과 지역 사찰의 대표 국수는 그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경우가 많아서 우리나라 전통 향토음식인 것으로 보여진다.
전라도 지역의 옴천사에서는 전라도 지역 특산물인 매생이를 이용한 매생이 국수가 전래되고 있었고, 경상도 지역 유하사에서는 안동국수가 조사되었다. 안동국수는 경북의 대표 칼국수로 밀가루와 날콩가루를 섞은 면을 은어 육수에 삶아 오색 고명을 얹어 먹는 국수이다.
유하사의 안동국수는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면을 반죽하는 것은 민가 안동국수와 동일하지만, 육수는 채수물로 대체하였다. 그 외에 경기지역 선원사에서는 연잎칼국수가 조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