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 배경 및 목적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4년 기준 65.1㎏으로 2013년 대비 3.1% 감소한 반면(통계청 2015), 1998년 이후 국수 및 라면의 전체 섭취량은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보건복지부 2013).
면류는 생산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 국민이 소비하는 다소비 식품 중 10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 1인 1일 평균섭취량을 기준으로 라면이 13위(15.8g/d), 국수가 22위(1.8g/d)를 차지하는 등 전 국민이 자주 섭취하는 다소비 식품이다.
최근 소비 증가추세에 있는 면류는 고탄수화물, 고나트륨 식품으로써 대사증후군이나 고혈압, 비만 등의 만성질환과의 상관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 친화적인 면류 개발과 면류를 건강하게 섭취 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한 연구가 매우 필요한 실정이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 패턴이 친환경 식품, 발효식품, 채식위주의 식사 등 몸에 좋은 건강식으로 옮겨가면서 식사내용도 육식위주에서 채식위주로 바뀌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채식위주인 사찰음식을 건강식으로 인지하게 되면서 사찰음식은 종교적 이념을 뛰어넘어 현대인의 건강을 지켜줄 새로운 힐링 푸드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긍정적인 이미지로 대중화 되고 있다.
사찰음식은 동물성 식품의 제한으로 다양한 채소류 조리법 개발, 다양한 산채류 및 약용식물의 활용, 일반 조미료나 화학 조미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 조미료 개발 등 독특한 사찰음식 문화를 형성하여 왔다. 면식 문화는 불교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고려 시대 사원에서는 면을 만들어 팔았고, 절에서 재(齋)를 올릴 때나 궁중제례에서도 면을 올렸을 정도로 쌀과 함께 가장 중요시 여기는 음식이었다. 고려시대에 밀은 우리나라에서 소량 재배되기 때문에 상인들이 중국의 산동성과 하남성 등지에서 들여왔다.
이러한 이유로 면 가격이 매우 비싸, 큰 잔치나 제사 때가 아니면 쓰지 못하였다. 특히 제사 때는 일반 사대부가에서도 희생을 바치는 대신 면식을 사용하였는데, 실례로는 최승로가 죽었을 때 부의로 면 300섬을 내려주어 제사에 쓰게 하였다.
소 대신 국수로 제사를 올리는 것을 ‘면생(麵牲)’ 이라고 하였다. 이는 제례(祭禮)에서 제물로 바치는 소를 ‘희생(犧牲)’ 이라고 하는데, 이 희생을 대신한 국수라는 의미이다.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이기에 국가의례에서도 불살생의 가르침을 온전히 실천하였던 것으로 사료된다(김유신 2016).
사찰에서는 국수를 만드는 절을 ‘조면사(造麵寺)’라고 불렀다. 이처럼 사찰 중에는 이름에 조(造)를 넣어서 특별한 역할을 하는 사찰들이 있었다. 조탑사(造塔寺)는 탑을 만드는 절, 조포사(造泡寺)는 두부를 만드는 절 등 사찰의 사회적 역할에 따라 특이한 이름이 붙여진 것을 알 수 있다.
춘천 서면 월송 2리에 가면 고려 시대에 지어진 월송리 삼층석탑이 있다. 지금 현재로서는 절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지만, 문헌에 의하면, 메밀국수를 만들었던 조면사지(造麵寺址)탑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국수의 경우에도 메밀국수는 조선의 승려 원진(元珍)이, 우동은 중국에서 유학한 승려 공해(空海)가 도입하는 등 승려의 역할이 지대했다.
또한, 일본의 전통 사찰조리법 정진요리에도 소바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전국 확산에도 영향을 끼쳐 소바 요리 전문점에는 암자 할 때 암(庵)으로 끝나는 가게 이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중국 당나라의 수도 장안, 불교가 융성했던 서안 등 승려와 학자들이 유학했던 지역은 모두 국수 문화가 최고로 발달되었던 곳이다.
한·중·일 모두 사찰과 승려가 국수문화를 민중으로 퍼지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제면업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강방훈 등, 2013). 사찰과 면식 문화는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특히, 지금도 국수는 스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사찰에서 국수는 미소를 짓게 한다고 하여 승소(僧笑) 또는 낭화(浪花) 라고도 하여 스님들이 옛날부터 즐겨 먹는 음식이다.
따라서 각 사찰에서는 지역별 향토 특산물을 이용한 독창적인 사찰 국수류를 개발, 보유하고 있고, 유명한 사찰 국수로 발전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건강한 식재료 및 다양한 조리법, 육류를 사용하지 않아 국물의 맛을 내기 위한 독특한 방법 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사찰음식은 그 동안 사찰 내에서 스님이나 일부의 일반인들만 이용하는 특수한 종교음식으로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사찰음식의 조리방법, 종류 등이 문헌으로 정리되지 않은 채 구전으로만 계승되고 있어서 체계적인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았다.
현재 사찰의 국수류에 관한 연구는 사찰의 음식형태와 조리방법을 조사 정리한 연구(조은자 1994 ; 서혜경 1995 ; 김진아 2004 ; 고태경 2016)의 일부에 기록되어 있을 뿐 사찰 국수에 관련한 조사나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사찰 국수의 유래를 살펴보고 지역별 사찰 국수의 특징 및 조리법을 조사·정리하여 사찰 국수 문화 연구와 건강 국수 메뉴 개발을 위한 기초 자료로 제공하고자 하였다.
1) 우리나라 사찰에 전래되는 국수의 유래를 조사하고, 사찰의 고유한 국수 문화와 상징성을 연구한다.
2)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지역별 사찰 국수의 다양한 종류와 특징, 조리법을 조사하고 활용방안을 모색한다.
3) 조사된 사찰 고유의 국수별로 영양평가와 기호평가를 통하여 건강한 면류 개발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 조사대상 사찰
본 연구는 각 지역별 사찰의 독특한 국수 종류와 조리법을 알아보고자 전국의 주요 조계종 사찰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우리나라 사찰은 규모에 따라 전국에 지역별로 25개 본사(큰 사찰)가 있고, 각 본사 관할 구역에 소속되어 있는 말사(작은 사찰)가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에 등록된 사찰은 지역별로 서울 지역 273개, 경기 지역 484개, 강원지역 196개, 충청지역 460개, 경상지역 1,410개, 전라 지역 462개이다. 따라서 지역, 규모, 성별 등을 고려하고, 선행 연구 자료를 참고로 하고 사찰음식 전문가의 자문과 추천을 받아 최종적으로 조사대상으로 총 55개 사찰을 선정하였다. 본 조사는 2016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사찰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1) 사찰의 국수 실태
우리나라 사찰의 국수 실태를 조사하고자 선정된 조사 사찰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사찰의 종무소에 전화 연락을 하여 본 연구 목적 및 방법에 대하여 설명을 한 뒤 연구조사 협조 공문을 팩스로 발송하였다. 팩스 발송 후 2차 전화 연락을 하여 조사를 수락한 사찰에 대하여 설문지를 발송하였다.
설문지는 우편, 팩스를 통하여 배부하여 정량적인 자료를 확보하였고, 우편으로 설문지를 발송할 경우 회신용 봉투를 동봉하여 발송하였다. 설문지 작성이 어려울 경우 전화 조사를 실시하였다. 본 연구는 자기기입식 설문조사를 하였으며, 설문지는 선행연구(김진아 2004 ; 이진희 2005 ; 고태경 2016)와 전국 전통향토음식(농촌진흥청 2008) 중 국수류를 참고하여 본 연구목적에 맞도록 재구성하였다.
일부 스님들을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실시 한 후, 설문지를 수정·보완하여 본 조사에 사용하였다. 설문 문항은 총 4개의 영역으로 구성하였다. 조사 대상 사찰의 일반적 사항 6문항, 국수 제공 실태 8문항, 국수 조리법 4문항, 대표 사찰국수 문항으로 구성하였으며, 세부내용은 <표 1>과 같다.
가. 조사 대상 사찰의 일반적 사항
조사대상 사찰의 일반적 사항으로는 지역(서울, 경기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도시 근접성(도심과 산중), 사찰 내 상주하는 스님의 인원, 본 사찰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분, 본 조사에 응하는 분 등으로 구성하였다.
나. 국수 제공 실태
국수 제공 실태를 살펴보고자 사찰에서 국수의 의미, 국수 제공 빈도, 국수를 제공하는 경우 등으로 문항을 구성하였다. 사찰에서 자주 제공되는 국수를 조사하기 위하여 전체, 여름철, 겨울철로 분류하여 질문하였다.
다. 국수 조리법
사찰 국수의 조리법을 조사하기 위하여 국수 면의 재료, 면에 첨가하는 재료, 국물 재료, 고명 재료를 문항으로 구성하였다.
라. 사찰의 대표 국수
사찰의 특별한 대표 국수 문항은 직접 기입하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