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으면 자기 자신을 안팎으로 냉철하게 살펴보면 된다.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무슨 일을 좋아하며 이웃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고, 무엇을 삶의 최고 가치로 삼고 있는지 곰곰이 헤아려보면 자기 존재의 실상을 엿볼 수 있다.”
♣ 먹는 것을 닮는다
자신을 구성하는 가장 원초적인 소재는 바로 ‘먹는 것’. 같은 종이라도 향을 싸면 향내가 나고 생선을 싸면 비린내가 날 수밖에 없다. 먹는 것 또한 사람의 몸과 마음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따라 삶의 방식과 태도가 결정되고 존재의 실상이 드러난다. 스님들을 통해 사찰에 전승되어온 사찰음식은 자비와 평화, 깨달음의 추구라는 불교적 정신과 가치를 가장 잘 담고 있다.
♣ 왜 사찰음식인가
사찰음식은 스님들의 수행식이며, 절에서 먹는 음식이며, 불교정신이 들어있는 식생활이며, 사찰에서 전승해온 음식문화다. 한국불교가 1,700여 년 역사 동안 가꾸어온 사상적 깊이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육류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향이 강한 오신채(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도 역시 피한다.
순수 채식이면서도 식물성 식품의 다양한 배합과 조리, 가공을 통해 창조하는 독특한 맛이 있다. 콩을 통한 양질의 단백질 섭취, 각종 식물성 기름을 통한 불포화 지방산의 섭취, 다양한 채소류로부터 풍부한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약용성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놀라운 식단이다.
최근 들어 성인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건강식에 높은 관심이 생겨나며 사찰마다 전승해온 고유한 조리법과 음식들에 주목한다. 1, 700년 동안 일상적으로 먹어오며 효과를 검증한 사찰음식은 새롭게 발견한 오래된 미래다. 오늘의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건강과 행복의 식생활이 사찰음식에 있다.
흔히 ‘절밥’이라고도 하는 사찰음식은 절에서 오랜 세월을 거치며 발전해왔다. 재료를 직접 재배하는 일에서부터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드는 일 모두 수행의 중요한 과정이다. 정성껏 차린 음식을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대중과 나눠 먹으면서 동사섭(同事攝)의 가르침을 몸소 배우게 된다.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수고한 많은 이의 정성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적당한 양만 먹고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묵묵히 구도의 길을 가는 수행자가 부지런히 정진하여 지혜를 얻기 위해 준비하고먹는 음식이다.
♣ 사찰음식에 담긴 정신
사찰음식은 건강한 생존과 궁극적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이 담긴 불교의 핵심 문화이다. 자연환경과 인간이 함께 살아감을 알려주는 환경 중심적인 음식문화이며 자연의 생산물을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여 섭취하도록 가르치는 문화이다.
식사 때마다 수많은 사람의 수고로움과 자연환경의 고마움은 물론 음식을 베풀어준 시주자의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는 것이 그 때문이다. 또한 음식 자체에 대한 욕망을 일으키지 않고 오직 수행을 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청정한 그릇으로 만들고자 음식을 섭취함을 강조하고 있다.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이용하여 맛과 영양을 만족시킴으로써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서로 다른 재료가 제 역할을 다 해 조화로운 음식이 완성됨을 관찰함으로써 모든 존재의 소중함과 인연을 깨닫게 한다. 사찰음식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음식을 통해 인간 스스로 그와 같이 돌아감을 깨닫게 하는 수행의 음식이다.
자연 중심의 사찰음식은 패스트푸드와 인공 첨가물 덩어리인 현대의 식생활 문화구조에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인간과 욕망 중심의 식생활은 올바른가? 건강한가? 그리고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