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부처님께서는 힘든 고민으로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에 따라 고민도 달라지니 참으로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금의 세상은 없어서 못 먹는 시대가 아닌 넘쳐나서 못 먹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하고 간편한 인스턴트, 입맛만 좋은 가공 식품, 과자, 항생제덩어리 고기, 계란 등 제대로 된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드물게 되었습니다. 또 음식을 조리할 때에도 시판 진간장, 하얀 물엿 등 먹지 말아야 할 것이 너무 넘쳐나서 제대로 된 음식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 역시 집에서 보다 밖에서 밥을 많이 먹는 생활이 반복되어 집밥의 추억보다는 학교에서 먹는 급식이 오히려 추억으로 많이 남는다고 들었습니다. 엄마가 해주어야 할 역할을 어느 정도 학교에서 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자연을 담은 학교급식 레시피개발 연수교육’을 위탁받았을 때 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사찰음식을 하기 전에 청소년수련교육을 했던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그 어느 것 보다도 아이들의 식생활이 인성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찰음식은 종교를 떠나 우리 모두가 실천해야 할 음식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나의 진정성과 너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사찰음식의 생각을 선생님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까? 너무 종교 편향적이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많은 기우로 연수를 시작하였으나, 날이 갈수록 밝아지는 선생님들의 얼굴을 대하며 모두 사라졌습니다.
연수를 끝내고 여러 선생님들의 소감을 들으니 우리 학교 현장에서도 전통장을 이용해 음식을 하고, 잔반 걱정에 입에만 맛있는 음식을 주기보다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음식을 하겠다는 각오가 너무 감격스럽게 들렸습니다.
변화는 크게 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수교육을 토대로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을 일으키듯 우리 마음의 작은 변화가 학교급식이 발전하는데 초석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연수기간 동안 수고하신 20명의 영양(교)사님들, 또 이런 뜻 깊은 교육프로젝트를 기획하신 서울시 친환경급식담당관, 제게 이런 사찰음식의 가르침을 주신 부처님께 두 손 모아 합장합니다.
* 선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