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배요리
우리 몸에 유익한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먹을 수 있는 과실의 부위가 80~82%, 수분함량 85~88%, 열량은 39kcal/100g 정도이다. 열량의 주 성분은 탄수화물이며, 이 중 단맛을 내는 당분은 10~13% 내외로 품종에 따라 차이가 많다.
단백질 함량 0.3% 내외, 무기성분 중에 나트륨, 칼륨, 칼슘, 마그네슘 함량이 75%를 차지하고, 인이나 유산(乳酸) 등의 함량이 25% 정도인 강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특히, 배와 그 가공품은 육류소비 증가로 자칫 산성화되기 쉬운 식습관을 가진 현대인의 혈액을 중화하여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
일반적으로 배 특유의 시원하고 달콤한 맛을 즐기기 위해 주로 생과의 형태로 먹지만, 산미가 적고 단맛이 풍부한 우리 배는 특유의 향미가 적어 다른 식재료와 잘 어울리며 다양한 메뉴에 활용될 수 있다. 배를 주재료로 한 대표적인 요리에는 배숙, 향설고, 배 깍두기 등이 있다.
고조리서를 살펴보면 배는 배화채나 배숙뿐만 아니라 포도차, 유자차, 식혜, 수정과 등 다양한 음료의 재료로 사용되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김치에 넣기도 하고, 육회나 냉면, 비빔국수에 저미거나 채를 쳐 버무려 먹기도 하였다.
한편 배와 생강으로 만든 이강주는 예로부터 널리 알려진 명주이며, 배에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프로테아제(protease)라는 효소가 있어 고기의 연육제로 활용할 수 있다. 2장(건강 배 요리)에서는 배를 다양하게 소비할 수 있는 잠재력에 주목하여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보급하여 배의 활용성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충분한 단맛과 건강함으로 요리의 품격을 상승시켰던 다양한 우리배의 변신! 우리 배를 이용한 음료, 떡, 일품요리 등으로 눈, 코, 입, 손이 함께 즐거운 우리의 오감을 짜릿하게 자극해 보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다 보면 작지만 확실한 행복도 두 배로 커질 것이다.
♣ 다양한 우리 배 활용 방법
배는 생과로 사용하는 것 외에도 배 말랭이, 배 파우더, 배 퓨레와 같이 가공 방법을 달리하면 사용할 수 있는 용도가 훨씬 다양해진다. 이러한 가공품을 주 재료 및 감미료로 사용하면 설탕 사용량도 줄이면서 감칠맛 나는 요리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다.
▸ 배 말랭이
배 말랭이는 생과보다 당도가 높고 식감은 쫄깃하다. 보관이 쉽고, 간식이나 반찬의 재료로 활용도가 높다. 가정에서도 남은 배를 이용하여 손쉽게 말랭이를 만들 수 있다. 배 말랭이를 만드는 방법은 껍질과 과심을 제거하고 약 0.7cm 두께로 썬 뒤, 건조기에 60℃로 18시간 정도 건조시킨다. 혹은 햇볕이 좋은 날 4~5일정도 건조시킨다.
▸ 배 파우더
배 파우더는 설탕 대체제로 이용될 수 있는 건강 감미료로, 다양한 요리에 단맛을 내는 데 쓰일 수 있다. 수분 흡습력이 높기 때문에 사용 후에는 반드시 밀봉하여 냉동하는 것이 좋다.
▸ 배 칩
배 칩은 배를 먹기 좋은 형태로 잘라 동결 건조시킨 것이다. 부드럽고 폭신한 식감으로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특징이 있다. 유아 간식으로 좋으며, 시리얼·요거트 등과 함께 먹으면 더욱 풍미를 느낄 수 있다.
▸ 배 퓨레
배 퓨레는 배 특유의 시원한 맛을 낼 때 넣을 수 있는 재료이며, 고기의 연육제로 활용할 수 있다. 갈변되기 쉽기 때문에 사용 후에는 밀봉하여 냉동하는 것이 좋다.
▸ 배 즙
배 즙은 배 가공품 중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제품이다. 배 특유의 향미와 단맛을 즐길 수 있는 음료로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며 음식에서는 단맛을 내는 대체 감미료로 사용될 수 있다.
▸ 배 잼
배 잼은 여러 음식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사용할 수있으며, 각종 빵이나 과자류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저장식품이다. 보관이 쉽고, 배의 단맛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정에서는 남거나 오래된 배를 이용하여 설탕이나 배 파우더, 레몬즙을 넣고 졸여서 배 잼을 만들 수 있다.
♣ 건강한 배음료
배의 향과 달짝지근한 맛이 어우러져 마시기 좋다. 우려진 물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시원하게 해서 마시면 목이 쉬어 답답한 증세를 가시게 해 준다. 옛날 중국의 북부 지방에서는 건조한 기후 때문에 흙먼지가 심해서 목이 아프거나 쉬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럴 때 배를 이용했다고 한다.
만해 한용운이 1920년대에 쓴 '해인사 순례기'를 보면 환경(幻鏡)이란 스님은 가을에 돌배를 따두었다가 즙을 내어서 그릇에 넣고 밀폐하여 공기를 통하지 못하게 하여 두었다가 차로 만들어 먹었다 한다. 이 차는 돌배에서 이름을 딴 석차(石茶)라고 하며 수년을 두어도 그 맛이 조금도 변치 않는다니 한번쯤 만들어 먹어 볼만하다.
술은 적절히 마시면 약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억제하기도 하며 스트레스 경감효과를 갖는다. 특히, 전통 술의 경우에는 한약재의 효과적인 복용제로서 탁월한 효용이 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술을 약으로 생각했으며 적절한 음주법을 알고 많은 종류의 약술을 빚어 마셨다.
♣ 이화주
배꽃이 필 무렵부터 빚는다 하여 이화주라 한다. 이화주는 매우 순하고, 맛이 있어서 옛날에는 아기들에게 젖 대신 먹였다고 한다. 다른 민속주와는 달리 쌀누룩을 이용하여 쌀만으로 빚어 영양가가 높다.
♣ 이강주(이강고)
전통 소주에 배와 생강이 들어감으로 조선시대부터 이강주라 이름지어졌으며 우리나라 3대 명주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전주 지방에서 유래된 술이나 본래 황해도 지방의 특색있는 술의 하나였다. 전통소주에 생강의 매콤한 맛과 계피향이 조화되어 감칠맛이 은은하며 배의 청량감, 신경안정의 역할을 하는 울금, 그리고 꿀이 가미되어 피로 개선과 건위(健胃)에 좋고 부드럽게 취하며 뒤가 깨끗하고 맛과 향이 탁월한 우리 고유의 술이다.
♣ 문배술
우리 선조들의 삶의 향기가 서린 민족의 술인 ‘문배술’은 술이 익을 때 ‘문배’라는 재래종 배꽃 향기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흔히 명칭의 뜻을 잘못 해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는데 결코 배(梨)를 원료로 한 과실주가 아니고 일체의 첨가물이 없이 오직 조와 찰수수만으로 전래의 비법에 따라 빚어낸 순곡의 증류식 소주이다. 문배술은 맛이 부드럽고 거부감이 없으며 많이 먹어도 숙취가 없고 또한 영구보존이 가능하며 오래될수록 그 맛과 향이 더욱 좋다고 한다.
♣ Perry
서양에는 페리(perry)라 부르는 배술이 있는데 이는 서양배를 발효시킨 것이다. 일반적으로 과실을 발효시켜 만든 술 중에서 배 발효주는 페리(perry), 포도주는 와인(wine), 사과발효주는 사이다(cider)로 부른다. 이를 증류해서 숙성시킨 것을 각각 pear brandy, brandy, apple brandy라 부른다.
♣ 배를 이용한 담백한 고기 요리
우리 속담에 ‘배나무에 소를 매면 소 고삐만 남는다’고 하여 절대 배나무 근처에 소를 매어 놓지 않았다. 연유인즉 소를 배나무에 매어 놓았더니 소가 요동을 칠 때마다 배나무가 흔들려 배가 떨어졌고 떨어진 배를 모두 주워 먹은 소는 오히려 살이 빠져 소 고삐만 남았다는 말이다.
음식도 궁합이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상식처럼 통용되는 말이다. 이를 좀더 과학적인 말로 표현하면 산성 재료와 알칼리성 재료가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궁합이 잘 맞는 음식 중의 하나가 배와 쇠고기이다. 배는 알칼리성분 함량이 75%나 돼서 혈액을 중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연육 효소가 있고, 쇠고기는 산성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육회나 갈비찜에 자주 배를 넣는 것은, 요리 속에서 고기를 연하게 하고 소화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양념장을 만들어 쇠고기를 재어 둘 때 배즙이나 퓨레를 사용해 보자. 배에는 전분 분해효소, 단백질 분해 효소가 함유되어 있어 단단하고 질긴 고기에 배를 섞으면 단백질 분해 작용이 일어난다.
단백질이 분해되면 아미노산이 만들어져 고기가 연해지고 맛이 좋아진다. 또한 포화지방이 많아 기름진 고기를 먹고난 후에도 후식은 당연히 배가 좋다. 배를 먹으면 입 안이 청결해질 뿐 아니라 느끼함을 제거하는 데도 제격이다. 특히 불에 직접 구워먹는 경우에는 건강을 위해서 가급적 후식으로 배를 먹는 식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 배를 이용한 떡, 제빵 제과
바쁜 아침, 밥 대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빵이나 떡은 직장인과 학생에게 요긴한 식량이다. 떡은 맛과 영양은 물론 보기에도 좋아 때문에 화과자, 오색 떡 등으로 고급스러운 선물이 되기도 하고, 가래떡 등은 단순하게 구워 먹는 것부터 떡볶이 떡으로 이용되며 간식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떡의 쫀득함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있지만 떡은 우리나라 최고의 전통 간식이었다. 떡은 보통 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예전에는 잔칫날에만 먹던 특별한 음식이었으나 지금은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음식이다.
아침은 물론 점심과 저녁, 브런치까지 주식이 된 지 오래된 빵 그리고 떡. 출출하고 시간 없는 현대인들에게는 머스트 해브 eat 템이 되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간편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떡, 빵, 과자 등에 우리배 잼, 주스, 설탕 절임 등을 이용하면 요리의 특성은 잘 살리면서 조화롭게 녹아든 한 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이들은 떡과 빵을 만들 때 첨가하는 당류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당 역할이 가능하여 향후 이용성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떡과 빵에 첨가하기 위해서는 생배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배 말랭이를 만든 후에 사용이 가능하다.
♣ 배를 이용한 전채요리 또는 디저트
후식(後食) 또는 디저트(dessert)란 음식을 먹고 난 뒤 입가심으로 먹는 것으로, 여러 종류가 있다. 프랑스어로는 "식사를 끝마치다", "식탁 위를 치우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동양배는 날 것 그대로 사용하는 디저트로 잘 어울리며 닭고기와 함께 샐러드에 사용하거나 냉면에 야채와 같이 넣으면 산뜻하고 깨끗한 맛을 더해 준다.
서양배는 치즈와 가장 어울리는 과실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치즈와 같이 샐러드나 케이크의 소스로 사용해도 좋다. 서양배는 보통 1/4로 잘라 사과처럼 심을 빼고 껍질을 깎은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잘라 먹는다. 색이 변하기 쉽기 때문에 소금물이나 아스코르빈산을 넣은 물에 담갔다가 뺀다. 과육이 부드러워 샤베트, 무스 등에 사용하면 상당히 맛있고 잼, 주스, 설탕 절임, 과자 등에도 잘 어울린다.
* 이화여자대학교 조미숙 교수 송원대학교 박연옥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