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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2. 몸에 좋은 우리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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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맛있는 배 고르기, 보관법

♣ 좋은 배 고르기

배 맛은 시원한 수박의 풍부한 과즙과 새콤달콤한 사과의 씹는 맛을 더한 것과 같다. 씹을수록 입 안에 남는 섬유소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사과보다는 수박에 가까운 맛을 느낄 수 있으며 갈증해소에도 탁월하다. 배를 고를 때는 형태가 둥글고 바르며, 과면에는 맑은 광택감이 있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배의 품질이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품종이다. 일반적으로는 꽃받침이 깊이 함몰되거나, 꼭지부분이 잘 발달한 것을 보고 과실 발육이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과실의 외관을 기준으로 판단할때는 품종 고유의 색깔(청색, 황녹색, 황갈색, 선황색 등)을 띄며 전체적으로 맑은 광택이 균일하고 선명한 것이 좋다.

이와 반대로 과실의 색이 균일하지 않거나 어둡고 광택이 없는 것은 성숙이 덜 되었거나 품질이 떨어진다. 향기도 성숙의 지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배는 거의 향기가 나지 않지만 잘 익은 과실은 특유의 달달한 향이 있다. 다만, 오히려 지나치게 많이 익어버린 배는 알코올 같은 휘발성 향이 강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많이 익은 배는 맛과 보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외에 배를 구매할 때 병충해는 없는지, 상처는 없는지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어떻게 해야 맛있는 배를 고를 수 있을까? 가장 정확하게 줄 수 있는 꿀팁은 제 숙기에 나오는 맛 좋은 품종을 고르라는 것이다. 눈으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으니, 외관에 의존하기보다는 제때 나오는 품종을 정확히 알고 건강한 배를 골라 먹자.

♣ 제 숙기에 나온 과실을 구입한다.

비닐하우스를 이용하여 수확기를 조절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제 숙기 이전에 출하된 과실은 제 맛을 내기 어렵다. 모든 과실은 자연적으로 성숙되어 수확 · 출하된 것이 가장 맛이 좋다. 각 품종의 고유한 수확기는 재배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남부 해안에서 중북부 내륙까지 1주에서 2주까지 수확기의 차이가 나며, 남쪽에서 먼저 익기 시작한다. 그러나 10월 말경에 성숙하는 만생종 배들은 오히려 북쪽에서 먼저 익는다. 봄 꽃은 남쪽에서 먼저 피기 시작하지만 가을 단풍은 북쪽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주요 배 품종의 숙기 분포
[그림 4.6.] 주요 배 품종의 숙기 분포

♣ 과실의 껍질 색깔이 맑고 투명한 것이 좋다.

과실 껍질의 색깔은 품종 고유의 특성이 잘 발현되도록 재배했다는 전제 조건하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재배 과정에서 질소 비료를 많이 사용하면 과실은 커지지만 과실 껍질의 색깔이 어둡고 탁하여 칙칙한 느낌을 주고, 당도가 낮아 맛이 떨어진다.

품종에 따라서는 ‘감천배’나 ‘화산’, ‘원황’과 같이 성숙되어도 과피에 일부 녹색이 남는 것도 있으나, 이때도 전체적인 느낌이 맑고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 맛있는 과실이다. 지금은 봉지를 씌워 배를 재배를 하고 있지만 먼 미래에는 노동력을 줄이는 차원에서 봉지를 씌우지 않고 재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햇빛과 엽록소의 함량은 정의 상관관계가 있어 봉지를 씌우지 않으면 녹색도 많이 남고 햇빛을 많이 받은 곳은 적갈색을 띈다(그림 4.7.). 특히, 꽃받침 부분이 맑고 투명한 느낌을 주면 전체적으로 과실이 잘 익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봉지를 씌운(좌) 원황과 씌우지 않은 과실(중, 우) 껍질색 비교
[그림 4.7.] 봉지를 씌운(좌) 원황과 씌우지 않은 과실(중, 우) 껍질색 비교

♣ 오래 두고 먹고 싶을 때는 저장력이 우수한 품종을 선택한다.

배는 품종에 따라 저장력에 차이가 있어 빨리 익는 품종은 늦게 익는 품종에 비하여 저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빨리 익는 품종은 늦게 익는 품종에 비하여 호흡량과 에틸렌 생성량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또한 과실 크기가 큰 것보다는 작은 과실이 저장력이 높은데 이는 과일이 크면 세포용적도 크고 세포벽이 약해서 육질의 단단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배는 저장 중 신맛이 감소하기 때문에 오래도록 저장된 과실일수록 신맛을 가진 품종이 더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심심하지 않다. 저장력이 좋은 품종으로는 과거에 많이 재배되었던 ‘만삼길’과 신품종인 ‘추황배’, ‘만황’ 등이 있다.

♣ 육식을 즐기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신맛이 강한 품종이 제격이다.

고기를 먹은 후의 느끼함을 없애고 입안을 상쾌하게 해 주는 품종으로는 ‘추황배’, ‘만수’, ‘만황’ 등이 있다. 이러한 품종들은 소화를 돕는 효소의 함량도 높다.

♣ 배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식물에 저장되는 당이나 전분은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뿌리 부위에 많이 저장된다. 한 개의 배를 놓고 배의 당도 분포에 대해 물었을 때, 배는 모든 부위가 다 달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 대답이 과연 정확할까? 당연히 아니다. 배의 과실 형태를 보면, 상부(꼭지 부분에 가까움), 중간부(果腰), 하부(꽃받침 부위에 가까움) 세 부위로 나눌 수 있다. 정밀한 분석 없이도 잘 살펴보면 하부가 가장 달고 중간 부위, 상부 순으로 덜 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무슨 이유일까?

배의 당도 분포
[그림 4.8.] 배의 당도 분포

배는 발육 과정 중에 과실 내부의 섬유 관다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이렇게 공급받은 영양분은 전분 형태로 저장이 되고 화학적 변화를 통해 전분은 자당으로 바뀐다. 과실의 하부(꽃받침 부분)는 양분이 이동하는 섬유 관다발이 많고 치밀하기 때문에 저장된 영양성분 역시 가장 많다. 이와 같은 이유로 배에서 가장 당도가 높은 부분이 된다.

실제로 배는 상부(과경부)는 하부(꽃받침 부위)보다 달지 않고 껍질에 가까운 부위가 과심(果心)에 가까운 부위보다 당도가 높은데 이것 역시 껍질에 가까운 부위에 영양분이 많고, 전환된 자당이 많기 때문에 배를 먹을 때는 최소한으로 껍질을 얇게 깎아 영양분의 손실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물론 껍질까지 먹는다면 맛도 건강도 더욱 유익해진다.

♣ 맛있는 배 오래 두고 먹기

낱개로 한 두 개의 배를 구입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조상을 기리는 제사용이나 가족 구성원을 위한 조그마한 잔칫상을 차리고자 할 경우이다. 이보다는 상자단위로 구입하거나, 선물을 받는 것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먹고 남은 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 배는 함께 나누는 과실이다.

용량도 크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냉장고가 각 가정에 보급되어 있어도 배를 넣어 보관하기에는 자리가 비좁다. 포도, 사과, 토마토 같은 여러 가지 과실들을 함께 보관해야 하는데 과실도 크고 양이 많으면 반갑지 않다. ‘아끼다 ×된다.’는 말이 있다. 너무 아끼다 보면 결국 쓸모없는 물건이 되고 만다는 말로 맛있는 배가 있다면 가까운 이웃과 친구들과 함께 나눠보자.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다. 달콤하고 시원한 과즙이 풍부한 우리 배를 함께 나누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동시에 자극적인 맛과 향이 없어 어떤 요리에 넣어도 잘 어울려 요리의 완성도를 한층 돋보이게 해주는 과실이 바로 배다. 생식 외에 요리소재로 다양한 활용 방법이 개발되어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해 보자.

♣ 배와 사과는 가깝고도 먼 사이

배는 장미과 식물의 사과 속(属)에서 기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꽃모양이나 열매가 발달하는 모양을 보고 분류하면 사과와 배는 비교적 가까운 근연관계를 보이지만 냉장고 안에 함께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과는 비교적 많은 양의 ‘에틸렌’이 발생되기 때문에 사과와 배를 동시에 보관하면 배 과실의 노화 진행이 빨라져 쉽게 물러지게 된다.

과실의 성숙과 노화에는 ‘에틸렌’이라는 가스형태의 생장조절물질이 관여한다. 과실이 성숙되어 가기 시작하면 ‘에틸렌’ 발생이 많아지고, 성숙이 더욱 촉진되는 상승작용이 생긴다. 배는 일부 조생종 품종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극히 적은 양의 ‘에틸렌’을 생산하지만, 극히 낮은 농도의 ‘에틸렌’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배와 사과 비교
[그림 4.9.] 배와 사과 비교

♣ 배 보관의 핵심은 수분을 지켜내는 것

과실도 호흡을 하기 때문에 온도가 너무 높으면 내부에 유지하고 있던 수분과 당분을 소모하게 되어 당도는 낮아지고 과육은 푸석해진다. 배가 갖고 있는 수분함량은 80~90%로 이 수분함량을 유지시키는 것이 아삭함과 당도를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저온과 수분을 적당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포장용 그물망을 벗겨내고 신문지 또는 키친 타올을 이용하여 배를 감싸고 비닐팩이나 지퍼백을 이용해 냉장고에 보관하면 과실 표면에 직접 습기가 차는 것을 방지하고 호흡을 억제시킬 수 있어 신선도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 냉장고에 넣기에 조금 많은 양이라면 집안에 남아있는 옹기를 이용하여 배를 보관하는 것도 좋다.

맛있는 우리배
<맛있는 우리배>

흙으로 빚은 항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숨구멍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저장용기들보다 비교적 오래 과실을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항아리를 온도가 너무 높은 곳에 보관한다면 과실의 호흡이 증가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가장 시원한 장소에 항아리를 두는 것이 좋다.

* 전남대학교 이상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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