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을 다루는 남자인 숙수, 구절판
어미를 잃고 갖은 고생을 하던 거지꼴의 어린 장금에게 음식을 건네준 덕구는 술 제조의 대가이자 긍중에 큰 연회가 있을 때마다 불려오는 숙수이다. 덕구를 비롯한 숙수들은 연회 음식을 장만하는 첫 장면에서부터 니타나며, 이들은 떡을 높이 고이거나 사탕.다식을 쌓고, 건어물로 새나 꽃을 오리기도 한다.
숙수는 조선 왕조의 멸망으로 궁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점차 당시 유행 하던 요릿집으로 나가 솜씨를 보이게 된다. 이들에 익해서 궁중 음식은 일반인들의 요리상에 오르게 되며 원래의 모습에서 변하는 시기를 거치는데. 이때 구절판은 화려하고 신기한 음식으로 등장한다.
♣ 화사함을 즐기는 음식 | 구절판
구절판은 아홉 칸으로 나뉜 팔각 목기로, 가운데를 중심으로 둘레에 8개의 작은 목기들이 담겨 있고, 옻칠을 하거니 산수화 등을 화려하게 자개로 박아 만든 그릇이다. 뚜껑을 열었을 때 가운대에 하얀 밀전병을 놓고 주변에 8가지의 색을 둘러 하나의 조형을 이룬 음식 모양은 감탄을 자아낸다.
먹을 때는 얇은 밀전병에 각기 다른 색의 재료를 싸서 먹어 한국적인 진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9’라는 숫자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는 완전함을 뜻하며, 조선 왕조 말기에 임금님에게 진상하는 각종 토산품 모두를 바친다는 뜻의 ‘9합(九合)’이라는 표현도 구절판과 전혀 무관한 것 같지 않다.
1930년대 이전까지는 조리법이 문헌에 보이지 않는데 이후 『조선요리법』, 『조선요리학』, 『이조궁정요리통고』등의 조리서에 손님 접대용 음식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1960년대 신문 지상에 잔치 음식으로 소개되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 재료 및 분량
쇠고기(우둔살) 1100g, 표고버섯 5개(중, 25g), 오이 4토막(4cm, 200g), 소금 ½작은술, 당근 2토막(4cm, 100g), 숙주 150g, 석이버섯 20g(불린 후 50g), 달걀 3개, 식용유 2작은술
[고기.표고버섯 양념] 긴장 1½큰술, 설탕 ⅔큰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깨소금 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당근.숙주.석이버섯 앙념] 소금 ½작은술, 참기름 ½작은술
[밀전병 반축] 밀가루 2컵(200g), 소금 1작은술, 물 2¼컵(450mL)
[색 재료] 백년초 가루 ⅓작은술, 승검초 가루 ⅓작은술, 석이버섯 가루 ⅓작은술, 치자물 ½큰술(치자 1개, 물 3큰술)
[겨자장] 겨잣가루 4큰술(20g), 물 2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소금 1작은술, 간장 1작은술, 물 1큰술
♣ 준비하기
1. 쇠고기는 결을 따라 5cm 길이로 가늘게 채 설고, 표고버섯은 찬물에 2시간 동안 불려서 물기를 제거하고 기둥을 뗀 후 얇게 저며 곱게 채 썬다.
2. 오이는 4cm 길이로 토막을 내어 돌려 가면서 얇게 벗겨서 가늘게 채 썰어 소금 ½작은술에 절여서 물기를 꼭 짠다.
3. 당근은 4cm 길이로 가늘게 채 썰어 끓는 물에 2분 등안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놓는다. 숙주는 머리와 꼬리를 뗀 후 끓는 물에 3분 동안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놓는다.
4. 석이버섯은 뜨거운 물에 불려서 손으로 비벼 말끔히 씻은 후 겹쳐서 말아 가늘게 채썬다.
5. 달걀은 황백으로 나누어 소금 ¼작은술을 각각 넣고 잘 풀어서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약한 불에 지단을 얇게 부친다.
6. 고기.표고버섯 양념장을 만든다.
7. 밀전병은 밀가루에 소금을 넣고 물을 조금씩 부어 가며 묽게 풀어 고운체에 걸러 1시간 동안 둔다.
8. 색 밀전병에는 백년초 가루, 승검초 가루, 석이 가루에 각각 1작은술의 물을 풀어 반숙에 섞고, 치자물은 그대로 섞어 홍색.녹색.검은색.노란색 반죽을 만든다.
9. 팬에 식용유을 얇게 바르고 동그란 숟가락으로 반죽을 한 숟가락(15mL)씩 떠서 놓고 지롬 7~8cm가 되도록 수저로 둥글게 돌리며 얇게 편다. 말갛게 익으면 뒤집어 익힌 후 채반에 얹어 식힌다.
♣ 만들기
10. 쇠고기와 표고버섯은 준비한 양념장으로 나누어 무쳐 팬을 달군 후 중간불에 각각 볶아 낸다.
11. 채소 중 당근, 오이는 달군 팬에 식용유를 ½작은술씩 두르고 센 불에 각각 볶고, 숙주.석이버섯은 소금과 참기름을 섞어 나누어 무친다.
12. 황백 지단은 4cm 길이로 가늘게 채로 썬다.
13. 완전히 식은 밀전병을 겹쳐서 가운데에 담고 가장자리에 8가지 재료를 같은색 끼리 마주 보도록 담는다.
14. 먹을 때는 말전병에 준비한 8가지 재료를 놓고 겨자장을 조금 넣어 싸서 먹는다.
♣ 조리 팁 & 참고
* 구절판이 없어도 하얀색 도자기 접시에 담을 수 있다.
♣ 겨자장 만들기
겨잣가루와 물을 넣어 되직하게 개어서 김이 오른 냄비에 뚜껑을 덮고 그 위에 엎어 불린다(약 2시간). 겉이 마르면 뜨거운 물을 부어 3분 동안 떫은 맛을 우려낸 후 그물은 따라 버리고, 분량의 식초, 설탕, 소금, 간장, 물을 섞어 완성한다.
♣ 구절판에 응용할 수 있는 재료
구절판은 8가지 각기 다른 재료를 먹기 좋게 요리하여 밀전병에 싸서 내는 요리이다. 아주 다양한 재료로 만들수 있는데 양파, 무, 죽순, 게맛살, 목이버섯, 더덕, 새우, 전복 등 할용할 수 있는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색이 고운 파프리카의 즙을 밀가루 반죽에 섞어 밀전병 색을 낼 수 있다. 이밖에 시금치, 파슬리, 검은깨, 비트 등도 밀전병 색을 내는 좋은 재료이다.
♣ 구절판을 다르게 담는 법
일일이 싸서 먹기 어려울 때는 미리 모든 재료들을 밀전병에 놓고 말아 짧은 꼬치로 고정하여 접시에 담아도 좋다. 겨자장은 작은 그릇에 담아 따로 결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