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궁중음식

♣ 기록으로 보는 선(膳) 조리법

선(膳)이라는 말은 좋은 음식을 뜻하는 단어이지만, 조리법으로서의 선은 일반적으로 호박, 오이, 가지, 배추 등의 식물성 재료에 다진 쇠고기 등의 부재료를 소로 채우고 장국을 부어 끓이거나 찜통에 찌서 만드는 방법을 일컫는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고조리서에 따르면 소를 채우지도 않았고 수증기로 찌지 않았는데 도선이라 불리는 것들이 있다.

가장 오래된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1670) 에서는 동아선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늙은 동아를 도독하게 저며서 살짝 데쳐 내어 물기 없게 건져, 기름을 넣고 심심하게 끓인 간장에 담갔다가 따라 버리고, 생강을 다져 넣고 달인 새간장에 다시 담가 두었다가 쓸때 초를 쳐서 쓴다.’고 묘사되어 있다.

동물성 재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오늘날의 조리법과 달리 삶거나 쪄서 만들지도 않았다. 19세기 말엽의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이르러서야 오늘날의 선과 비슷한 조리법이 등장하는데, 남과선(호박선)의 조리법에 대해 ‘애호박의 등쪽을 도려 내고 갖은 양넘을 소로 넣어 폭 쪄낸 다음 그 위에 초장에 백청을 타서 붓고 고추, 석이, 달걀을 채 쳐 얹고 잣 가루를 뿌려 쓴다.’고 서술하고 있다.

1900년대 들어 출간된 이용기의「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24), 조자호의「조선요리법」(1943)에서는 달걀, 생선, 육류 등의 동물성 재료를 사용한 음식에도 어선, 태극선, 양선과 같이 선이라는 명칭이 사용된다.

♣ 궁중 음식 실제 전수자 한희순 상궁

어린 장금을 사랑으로 따뜻하게 감싸면서도 음식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보다 엄격한 스승이었던 드라마 속의 한 상궁, 한 상궁의 모델은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 왕조 궁중 음식 최초 기능보유자였던 한희순(韓熙順)상궁이다.

한희순 상궁은 1889년 서울에서 태어나 13세에 덕수궁에 입궁하였다. 1907년 부터 경복궁에서 수라상궁으로 일하였으며, 1919년 고종이 승하한 후에는 금곡릉에서 고종의 삼년상올 받들었다.

그 뒤 1921년부터 1928년까지는 순종을, 1931년부터 1938년까시는 윤비를 모시며, 조선 왕조의 마지막 주방상궁으로서 끝까지 왕실과 운명을 같이 하는 삶을 살았다. 윤비가 돌아가신 후 1968년 사저로 돌아와 1972년 향년 82세로 생을 마감했다.

후일 한희순 상궁에 이어 궁중 음식 2대 기능 보유자가 된 황혜성(黃慧性)은 1943년 23세의 나이로 숙명여전(현 숙명여자대학교)의 조교수로 조선요리를 가르치게 되었는데, 이때 자신의 조선 요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을 깨닫고 당시 윤비를 모시고 있던 한희순상궁이 머물던 창덕궁 낙선재를 찾아가 궁중 음식 배우기를 청하였다.

이를 계기로 한희순 상궁이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궁중음식을 강의하기도 하였다. 그 후 황혜성은 왕조의 몰락과 함께 사라져 갈 위기에 놓인 궁중음식을 보존하기 위해 궁중음식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한희순 상궁과 함께 조리서인 「이조궁정요리통고(李朝宮中料理通攷)」를 집필하였다.

이 책은 조선 왕조 몰락 이후 최초의 궁중 음식 전문서로 구한말 궁중 음식 전반의 만드는 법과 상차림, 기명(器皿, 그릇과 접시), 용어들을 상세히 정리 하였으며 일상 음식뿐 아니라 연회 음식의 조리법과 상차림도 다루고 있다.

황혜성은 조리를 전문으로 인정하지 않던 당시의 인식에 맞서 조선 왕조 궁중음식이 가치 있는 우리의 전통 문화라는 점을 증명 하고자 애썼고, 그 결과 1971년 조선 왕조 궁중 음식이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되고 당시 81세였던 한희순 상궁이 제1대 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이듬해 한 상궁이 타계하자 황혜성이 제2대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었으며, 이와 동시에 1971년 궁중 음식 전수 교육 기관인 ‘궁중음식연구원’을 설립하여 지금까지 전수자를 양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