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채로운 과자 고배상
궁중의 연회상에는 많은 가짓수의 음식을 높이 쌓아올린 고배상(高排床)을 차려 화려함을 더하였다. 고배상에 올라가는 고임 음식은 평평한 접시에 떡이나 과자, 과일 및 기타 찬품을 원통형으로 높이 담아 올리며 높을수록 정성이 있다고 어겼다.
궁중연희의 고임은 정교한 솜씨가 필요 한 기술이었으므로 이를 전문으로 하는 숙수가 따로 있었다. 쌓아 올릴 때는 측면에 축(祝), 복(福), 수(壽) 등의 글자가 보이게 하거나 색의 배합도 좌우대칭 이나 나선형이 되게 하는 등 조형적인 측면에 많은 신경을 썼다.
궁중 잔치의 고임 음식은 허물지 않고 그대로 문무백관의 집에 하사함으로써 궁중의 음식이 궁 밖으로 전파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궁중에서는 정월, 단오, 추석, 동지 등의 명절과 왕실과 종친의 생일과 관례, 가례 등을 축하하기 위해 크고 작은 규모의 잔치가 베풀어졌는데, 궁중의 연회에 과자류는 빠져서는 안될 주요 찬품이었다.
고종 25년(1887)에 신정왕후(神貞王后) 조 대비(趙大妃)의 팔순(八旬)을 경하하는 뜻에서 거행되었던 만경전(萬慶殿) 진찬(進饌)의 의퀘에는 궁중 연회상에 율라가는 과정류의 구체적인 종류가 상세하게 열거되어 있다.
이때 사용된 과자류는 대약과, 다식과, 만두과, 각색다식, 조란, 율란, 강란, 전약, 백자병, 숙실과, 각색정과, 각색당, 삼색매화강정, 삼색세건반강정, 오색강정, 사색빙사과, 삼색연사과, 양색세건반연사과, 사색감사과, 삼색한과, 양색세건반요화 등 으로 무려 50여 가지에 이르며 16개의 전시에 나누어 높이 고여 차려졌다,
♣ 차에 곁들이는 과자로 발달
한국 음식에서 과자류는 불교를 숭상하던 신라시대와 고려 시대에 불교 의식의 제물로, 또 차마시는 풍습이 성행하면서 차에 곁들이는 다과도 발달하기 시작했다.
특히 유밀과는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계율에 따라 생선이나 고기류가 올라갈 수 없던 연등회, 팔관회 등의 불교행사에서 육류를 대신하는 중요한 제향 음식으로서 높이 고여 차려 졌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도 유밀과, 유과, 다식, 강정 등의 과자류는 궁중의 연향뿐 아니라 혼례, 회갑례, 회혼례, 제례 등 주요 의례 상차림의 필수품으로, 그리고 평상시의 기호 식품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또한 앵두편, 살구편 등과 같이 봄.여름철 과일에 녹말을 넣어 묵처럼 만든 과편이나, 가을에 햇곡식으로 만든 송편, 햇과일로 만든 숙실과처럼 시절식으로서의 과자도 많이 만들어 먹었다.
♣ 다양한 한과
유밀과
밀가루를 주재료로 해서 꿀과 기름으로 반죽해 모양을 만들어 기름에 튀긴 다음 조청이나 꿀에 담갔다 건진다. 유밀과 중 대표적인 것은 약과로, 밀가루에 참기름을 치고 반죽하는 것이 특징이다. 비교적 낮은온도에서 튀겨 기름이 속까지 깊숙이 스며들게 하므로 열량은 높은 편이나 여러 켜로 포개진 단면에 기름과 조청이 속까지 배어 맛이 풍부하다.
유과
찹쌀가루에 술, 설탕, 콩물을 넣고 반죽하여 찐 다옴 많이 치대어 썰어 말렸다가 기름에 튀겨 만든 과자이다. 모양에 따라 산자, 연사과, 강정 등으로 나뉜다.
다식
가루낸 곡물을 꿀 또는 조청에 반죽하여 다식판에 찍어 만드는 다식은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콩다식, 송화다식, 밤다식, 검은깨다식 등으로 나뉜다. 다식을 만들 때 쓰는 다식판은 보통 안쪽에 문자나 卐자문양, 꽃문양 등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정과
시물의 열매나 뿌리, 줄기의 모양새를 살려 꿀 이나 엿을 넣고 달착 지근하게 조린 것으로 연근, 수삼, 도라지, 생강, 죽순, 동아 등으로 만든 정과가 대표적이다.
과편
새콤달콤한 과일즙에 녹말을 넣고 묵처럼 만들어 과일이 가진 색 그대로를 살며 젤리 처럼 만드는 과자로 예전에는 앵두, 살구 등이 나오는 초여름에 자주 만들어 먹었다.
숙실과
과일을 익힌 후 으깨거나 다져서 꿀을 넣고 빚어 만든 과자로 율란은 밤으로, 조란은 대추로 만든 단과자이다.
엿강정
견과류나 곡식을 조청 또는 엿물에 버무려 서로 엉기게 한 다음 약간 굳었을 때 썬 과자이다. 주로 흑임자, 들깨, 참깨, 콩, 땅콩, 호두 등의 씨앗이 재료로 영양이 풍부하여 추운 겨울에 자주 만들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