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치에 빠지지 않는 별식
한국인에게 떡은 밥처럼 늘상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집안의 크고 작은 잔치.제사.고사 등과 같은 행사에 절대로 빠지는 법이 없는 음식이다.
예로부터 떡은 ‘밥위에 떡’이라 하여 곧 맛있고 좋은 것을 상징하거나, ‘얻은 떡이 두레반’이라 하여 나누어 먹는 음식으로서 서로의 정을 두터이하는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
떡이란 곡물을 알갱이 또는 가루로 만들어 시루에 찌거나 절구에 치는 과정을 통해 소화하기 쉽고 먹기 쉬운 형태로 만든 음식이다. 한국 음식에서 떡은 생일이나 혼례에 쓰는 의례 음식 또는 시절식이나 간식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의례음식에서 보자면 돌에는 아이가 순수하고 무구하게 자라라고 하얀백설기를 나누어 먹었고, 아이들 생일에는 액운을 막는다는 뜻에서 붉은색의 수수팥 경단을 해주었으며, 혼례에는 찹쌀로 봉치떡(붉은팥 시루떡)을 만들어 부부의 금슬이 찰떡 처럼 끈끈하라는 축원을 담았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그 시기에 구하기 쉬운 식재료를 사용한 다양한 떡을 별식으로 해 먹기도 하였는데, 초봄엔 햇쑥을 넣은 쑥버무리, 삼월 삼짇날엔 진달래꽃 얹은 화전, 오월 단오엔 수리취를 넣은 차륜병, 구월엔 국화잎 얹은 국화전 등을 만들어 계절을 음미하였다.
잔치나 제사에서 떡을 높이 쌓아 올리는 형식은 집안 어른들과 조상들의 음덕을 기원하는 마음의 표현으로 그 떡을 나눠 먹음으로써 여러 사람이 복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고 여겼다.
떡의 종류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찌는 떡, 치는 떡, 빚는 떡, 지지는 떡으로 나눌수 있는데, 찌는 떡은 백설기나 두텁떡과 같이 곡물을 가루내어 시루에 안치고 솥위에 얹어 증기로 쪄내는 시루떡을 말하며, 치는 떡은 떡가루를 시루에 쪄낸 다음 절구에 넣고 쳐서 끈기가 나게 한 떡으로 인절미, 가래떡, 절편 등이 있다.
빚는 떡은 쌀가루를 익반죽하여 손으로 모양있게 빚어 만드는 떡으로 송편이나 경단.단자류가 여기에 속한다. 지지는 떡은 주로 찹쌀가루를 익반죽하여 모양을 만든 후 기름에 지진것으로 화전, 주악, 부꾸미 등이 있다.
♣ 주인공의 공덕을 기리는 고임떡
궁중연회에서 왕과 왕족에게는 많은 가짓수의 음식을 높이 고인 고임상을 올린다. 고임은 음식에 따라 높이가 다른데 이 중 가장 높이 고이는 음식은 떡으로 1자 3치(약 40cm)에서 1자 7치(약 52cm)로 높이 고인다.
각색병(各色餠)은 고임떡으로, 다양한 종류의 떡을 한그릇에 고여 연회상에 차린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메시루떡을 한 그릇에 고인 것을 각색경증병(各色粳甑餠) 찰시루떡을 고인 것을 각색점증병(各色粘甑餠)이라고 불렀다.
고종 대에 베푼 연회에서 떡의 종류롤 살펴보면 점중병이 5~7가지, 경증병이 4~10가지, 주악과 화전이 2~7가지, 단자와 잡과병이 1~4가지로 한 상에 올라간 떡의 종류는 다른 음식에 비해 매우 많은 편이었다.
연회의 규모나 상차림의 형태에 따라 각색병은 여러 떡종류롤 한 그릇에 같이 담기도 하고, 여러 그릇에 나누어 담기도 하였다. 각색병은 상차림 중심에 놓거나, 여러 그릇에 나누어 고인떡의 경우 양쪽 가장자리에 놓고 화려한 꽃으로 그 위를 장식한다.
이러한 배치는 궁중연회에서 떡이 매우 중요한 찬품으로 이용되었음을 나타낸다. 떡을 비롯해 궁중의 연회에 차려진 음식은 잔치에 참가한 종친이나 고관대작을 통해 상류 사회에 퍼져 나갔다. 오늘날 돌잔치나 회갑연의 잔칫상에 음식을 높게 쌓는 풍습도 모두 궁중연회에서 유래한 것이다.
♣ 백성에게 나누어 주는 고임 옴식
왕실에서 잔치를 할때는 그 기쁨을 백성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에, 연희가 끝난 후 궁궐에서는 연희에 올린 떡을 비롯한 고임 음식을 사대부 이하 서민에 이르기까지 나누어 주었다.
또한 왕은 백성과 함께 즐긴다는 의미의 여민동락(與民同樂) 정신을 살현하고자 노인들 에게 쌀과 고기를 내리거나 가난한 자들에게 쌀을 내려 주고, 거지들을 구휼하며 전세(田稅)롤 줄이고 환곡(還穀)을 탕감해 주는 등 선정(善政)을 베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