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장, 중장, 진장으로 나뉘는 간장
한국 음식의 깊은 맛은 장에서 온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간장은 콩을 삶아 유익한 미생물이 생기도록 메주를 띄운 후 소금물에 넣어 만드는데, 햇빛.미생물 등의 요소가 어우러져 발효되면서 독특한 풍미가 생긴다.
간장이 지닌 콩 단백질의 고유한 맛과 향은 궁중 음식 맛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다. 궁중의 장은 궁에서 만들지 않고, 관아에서 메주를 공물(貢物)로 들여와 만든다. 궁의 메주는 사찰에서 주로 만들었으므로 절메주라고도 불렀다.
절메주는 검정콩을 푹 삶아 절구에 찧거나 섬이나 가마니 자리 위에 삶은 콩을 부어 베 버선을 신고 발로 밟아 으깨어 만드는데, 보통 집메주보다 4배 정도 컸다.
이렇게 만든 절메주를 장독의 가장사리에 우물 정(井)자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후 소금물을 장독에 가득히 부어 두고, 햇볕이 좋은 날 장독 뚜껑을 열어서 볕 쬐기를 반복하는 방법으로 만든다.
40일 가량이 지나면 불은 메주는 채반에 건지고 액체는 떠서 고운체에 밭쳐서 다른 독에 옮겨 붓는다. 이것이 햇장 또는 청장(淸醬)이며, 더 햇볕을 쬐어서 진해시면 중장(中醬)이 되고, 다시 10년쯤 묵으면 색은 까맣게 되고 맛은 달아지며 조청같이 걸쪽해지는 진장(陳醬)이 된다.
궁중에서는 이처럼 햇볕만 쬐어서 장을 졸였으며, 햇볕에 간장이 줄어들면 연수가 낮은 묽은 간장을 보태어 독을 항상 채워 두었다. 햇장, 중장, 진장의 용도는 다 달랐다.
햇장은 미역국, 나물 등 담담한 맛을 내는데 썼다. 수십 년 묵은 진장은 약식, 전복초, 약포 등에 이용해 특별히 검은빛과 윤기, 단맛을 더하는 음식에 썼다. 고기나 다른 일반 음식들은 중장을 사용했다.
된장은 장을 만들고 건진 메주를 으깨어 만드는 데 수라상에 을라가는 음식보다는 궁에 사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많이 쓰였다. 고종과 순종은 특히 맵거나 짠 음식을 싫어하여 아주 드물게 1년에 한두 차례 정도만 된장찌개를 찾았는데, 이때 ‘절미된장조치’라 하여 맛깔스럽게 조금씩 끓여서 올렸다고 한다.
고추장은 민가와 달리 엿기름가루를 쓰지 않고 메줏가루를 넣어 떡이 삭은 다옴에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맞춘 후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작은 항아리에 나누어 담고 방망이롤 하나씩 꽂아 매일 저어서 넘치지 않고 잘 발효되도록 하여 만든다.
궁중에서는 찹쌀고추장만 담갔다고 하며, 초고추장과 볶은 고추장인 약고추장을 만들고 조치에도 맵지 않게 풀어 사용했다.
<대장금>에서는 궁의 장맛이 변한 이유가 나무를 잘라 버려서 장에 더 이상 꽃가루가 날아들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이는 나무에서 옮겨 지는 화분이 날아들어 장맛을 더 좋게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드라마에서 다소 과장하여 표현한 것이다.
예로부터 일 년 장이 잘 되어야 집안이 평안하다는 믿음 아래 궁궐에서는 물론 사가에서는 장을 담그기 전에 길일을 받고 고사를 지내는 등 정성을 게을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