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논의된 외식, 간식, 편이식품 등은 식생활을 다양화하였으나 근간을 바꾸어 놓지는 못한 듯하다.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보건복지부, 2008)를 보면 만 1세 이상 한국인의 다소비식품 1위는 남녀 모두 백미이고 2위가 김치, 배추김치이다.
이는 한국인의 식사는 여전히 밥과 김치를 위주로 하는 한식을 기본으로 하는 것을 여실히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밥과 김치라는 기본 한식구조 위에 내용적인 요소와 형식적인 요소가 변화하고 다양화되었지 않나 한다.
내용적 요소라고 하면 ‘한식’은 밥과 김치의 기본구조 위에 반찬으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단백질 반찬으로 불고기 대신 스테이크를 먹기도 하고 나물반찬 대신 샐러드를 선호하기도 한다. 또한 전통음료 대신 수입된 탄산음료가 많이 소비된다.
특히, 콜라는 다소비식품 25위로 독보적인 소비량을 보인다. 연령이 어릴수록 이런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서 앞으로 더욱 심화될 여지가 많다(보건복지부, 2008).
이러한 변주가 한식의 범주 안으로 들어갈지 ‘퓨전’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영역으로 분류가 될지 는 알 수 없지만, 한식이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유연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다만, 변주가 계속 확대되어 나가면 밥과 김치라는 한식의 기본구조조차 위협 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며, 이러한 상황 변화가 대체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방향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형식적 요소는 식사가 이루어지는 곳이나 식사의 요소가 만들어지는 곳의 다양화이다.
식사가 이루어지는 곳의 다양화는 당연히 외식의 증가로 인한 것이다. 식사의 요소가 만들어지는 곳의 다양화는 편이식품의 증가로 인하여 식품조리가 더 이상 집에 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장 혹은 가게 등지에서 일어나게 된다.
즉, 집에서 식사를 하여도 먹는 음식은 여러 곳에서 가공, 조리된 것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형식적 요소의 변화는 개인이 소비할 식품에 대한 선택은 늘어나지만 식품 자체에 대한 콘트롤은 타인에게 넘어가는 결과를 가져온다.
편리성을 찾는 현대인에게는 필연적인 요소이지만 식품에 대한 콘트롤이 타인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그 식품에 대한 건강과 위생적인 면에 대한 사회적 콘트롤이 확충되어야 한다.
이러한 내용적, 형식적 요소의 변화가 가져온 다양화가 한식에 기반한 현재 식생활에 어디까지 변화를 가져올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외식 시 선택하는 음식을 물어보면 여전히 반수 이상이 한식이라고 대답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한식은 뿌리 깊게 내려진 한국 식문화의 기본이다.
여기에 근래 들어 늘어만 가고 있는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을 더하면 밥과 김치로 대표되는 한식 위주의 식생활은 가까운 미래에는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다 건강하고 생태적으로 바람직한 식생활과 식문화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 변화에 대응하여 내용적 요소와 형식적 요소가 각 각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