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갈머리 없어도 고소한 맛 그만, 겉다르고 속다른 맛에 쉽게 매혹
흔히 속이 좁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 편협하고 쉽게 토라지는 사람을 ‘밴댕이 소갈머리(속, 소갈딱지, 소가지) 같다’고 한다. 밴댕이는 청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다 자라면 몸 길이가 12cm 정도 된다.
등에는 푸른 기가 도나 옆구리와 배는 은백색을 띠고 있다. 다른 바닷물고기와 달리 속이 좁아 내장이 있는 듯 없는 듯 하다. 속이 좁다는 것은 마음이 좁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성질이 급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생선이다.
그물이나 낚시에 걸리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몸을 비틀며 올라와서는 파르르 떨다가 바로 죽어버린다. 오죽하면 ‘성질 급한 밴댕이는 화나면 속이 녹아 죽는다’는 말까지 있을까. 비슷한 말로는 ‘속이 밴댕이 콧구멍 같다’는 말이 있다.
밴댕이 콧구멍 마냥 몹시 소견이 좁고 용렬해 답답한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바다같이 넓고 깊은 마음이 아닌 사람의 좁고 얕은 마음은 방촌(方寸)이라 한다. 방촌지지(方寸之志)의 준말로 사방 한 치(3.03cm)의 우표 딱지만한 크기요 넓이이다.
밴댕이 소갈머리니 밴댕이 소갈딱지, 밴댕이 콧구멍으로 표현되는 마음이란 방촌의 몇 십분의 1도 되지 않는 극히 좁은 마음이다. 이처럼 별로 좋지 않은 표현에 인용되는 밴댕이니 그 맛이 오죽할까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겉 다르고 속 다른 게 밴댕이다. 특히 오뉴월 들판의 보리가 누릇누릇 익어갈 무렵의 밴댕이 맛은 농어나 도미회에 견줘 전혀 손색이 없다. 진정한 식도락가라면 오뉴월 밴댕이회를 한 수 위로 쳐줄 정도다.
♣ 급한 성격탓에 잡히자마자 즉사(卽死) - 밴댕이
속 좁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이나 편협하고 쉽게 토라지는 사람을 빗대어 ‘밴댕이 소갈머리 같다’고 한다. 이는 어부들이 성질이 급한 밴댕이의 특성을 일상생활에 비유하면서 생긴 말이다.
밴댕이는 그물 등에 걸릴 때 받는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해 몸을 비틀며, 올라온 즉시 파르르 떨다가 대부분 바로 죽어 버린다. 경골어류 청어목 청어과의 어류인 밴댕이는 몸 길이가 15cm 정도로 몸은 약간 가늘고 길며, 매우 측편돼 있다.
몸집이나 비늘, 색깔 등으로 보아 멸치와 비슷하지만 멸치보다 훨씬 납작하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긴 것으로 구분한다. 멸치보다 국물이나 젓국 맛이 훨씬 뛰어난 천연조미료 밴댕이는 경남 통영, 거제 지역에서는 ‘띠포리’(밴댕이의 방언)로 불린다.
이 지역에서는 띠포리를 멸치 같이 건조해 육수를 우려내거나 각종 요리에 감초처럼 요긴하게 사용한다.
■ 학명 : Harengula zunasi
■ 분류 : 청어목 청어과
■ 분포 : 우리나라 서·남해, 일본 북해도 이남, 중국, 필리핀
■ 서식 : 바깥 바다와 면해 있는 연안이나 내만의 모래 바닥
■ 크기 : 전장 15cm 정도의 소형종
■ 산란 : 6~7월
■ 체색 : 몸 빛깔은 등쪽 청록색, 옆구리와 배쪽 은백색
■ 영명 : Big eyed herring
■ 일명 : 삿빠
■ 방언 : 띠포리(부산, 통영), 뒤포리, 고노리(여수, 고흥, 장흥, 보성), 송애(고창, 완도), 디포리(남해, 하동, 목포, 신안, 무안, 영광, 함평), 납데기(강진), 송어(목포, 신안, 무안, 영광), 빈지턱(해남), 띠푸리 반담이, 빈장어, 빈지매, 반뱅이, 순뎅이, 수누퍼리, 반전어, 자구리 등
♣ 맛의 예찬
‘소갈머리 없어도 맛은 그만’이라는 말처럼 하찮은 생선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맛은 최고라는 뜻이다. 고소한 맛의 보고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밴댕이 회는 담백하면서도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못해 단맛이 난다.
그래서 ‘집나간 며느리는 가을에 전어가 불러들이고, 봄철엔 밴댕이가 돌아오게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맛이 좋다. 특히 밴댕이는 회를 뜰 때 양 옆면으로 두 번만 살을 발라낸 후 상추보다도 부드러운 살점을 초고추장 등에 찍어 먹으면 아이스크림처럼 입안에서 금방 녹아 없어지는 감칠맛을 낸다.
또 제대로 삭혀진 소어(밴댕이)젓은 조선조 때 궁중 진상품에 반드시 포함시킬 정도로 알아주는 귀한 고기였다. 여기에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을미년 5월 21일에 전복, 어란과 함께 밴댕이 젓을 어머니께 보냈다’는 구절이 있을 만큼 선조들의 다양한 음식문화에 일조했다.
♣ 성분 및 효능
○ 칼슘과 철분 그리고 조형성분 : 골다공증 예방, 골격 형성 촉진, 피부미용, 체액의 약 알카리성 유지, 철의 보급원
○ 고도 불포화지방산 :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 허약 체질 개선, 정력 증진, 체력 보강
♣ 고서와 속담
서유구의‘난호어목지’에는‘본초강목’에 나오는 늑어(勒魚)를 우리나라의 소어(蘇魚)라고 밝히며, 한글로‘반당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반당이가 와전을 거듭해 밴댕이로 불려진 것으로 여겨진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함경도와 강원도를 제외한 도에서 소어(蘇魚)가 산출된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점으로 봐 오래 전부터 남해와 서해에서 밴댕이를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증보산림경제’에는 소어는 탕과 구이가 모두 맛있고 회로 만들면 준치보다 낫다고 설명돼 있다.
단오 이후 소금에 절였다가 겨울에 초를 쳐서 먹으면 일미 중의 일미라고 했는데, 그것이 요즘 우리가 먹고 있는 밴댕이 젓의 원형이다. ‘밴댕이 소갈머리(소갈딱지, 소가지 등) 같다.’이는 속이 좁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이나 편협하고 토라지는 사람을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오뉴월 밴댕이’이는 변변치 못하지만 때를 잘 만났다고 빗대는 말. 뒤집어 말하면 음력 5~6월에 밴댕이가 제일 제맛을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소갈머리는 없어도 맛은 그만이다’는 말이 생겨났다.
‘속이 밴댕이 콧구멍 같다’이는 밴댕이 콧구멍 마냥 몹시 소견이 좁고 용렬해 답답한 사람을 두고 이르는 표현이다. ‘밴댕이 뱃바닥 같다’이 말은 얼굴이나 살색이 아주 하얀 빛깔임을 나타내는 뜻이다.
‘밴댕이도 낯짝이 있다’이는 과거의 행실이나 현재 처지를 모르고 몰염치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