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 033-818-1663 |
주소 | 강원도 홍천군 남면 난터길 44-17 |
홈피 | - |
♣ 리뷰
술은 모름지기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마시느냐에 따라서 그 맛이 천지 차이가 난다. 게다가 고즈넉하고 한적한 숲속에 자리 잡고 바람과 새의 소리를 들으며 술을 마신다면, 술맛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브라이트 바흐’라는 곳이 홍천에 있어 길을 나섰다.
‘브라이트 바흐’는 사랑하는 친구들이나 연인들이 싸복싸복 걸으면 좋을 것 같은 호젓한 산길을 넘어 평범하고 조용한 시골 마을 홍천군 남면에 자리해 있다. 길을 굽이굽이 돌아가 숨이 조금 가빠질 때쯤, 야트막한 숲속에 크고 거대한 붉은색 건물이 나타난다.
그곳이 독일어로 ‘넓다’는 의미와 ‘강’이라는 뜻을 가진 ‘홍천’과 같은 이름 ‘브라이트 바흐’다. 이곳까지 가는 길엔 바람에 살랑거리는 연초록 잎들과 복사꽃 배꽃이 한창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도착해 보니 잔디를 곱게 심어놓은 앞마당 전면에 많은 수의 장을 담는 항아리가 진열되어 있었다.
이곳은 생수 공장을 하던 곳인데 2016년도에 수제맥주 공장으로 개조하여 5월부터 맥주 판매를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수제맥주는 만드는 곳마다 특색을 주어 맛의 차별화에 중심을 두는데, 이곳은 오히려 독일식 정통 맥주를 고집하고 있었다.
양조장에 들어서니 잘 익는 맥의 냄새가 진동을 해 한창 맥주가 익어가는 중임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비비 필스너, 비비 골든 에일, 비비 바이젠, 비비 스타우트, 비비 IPA’, 이렇게 다섯 종류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이중 ‘비비 필스너’는 라거 맥주로 부드러운 목 넘김과 청량한 맛이 어우러져 뒷맛이 깨끗했고, ‘비비 IPA’는 붉은 갈색이 도는 알콜 도수 6%의 맥주로 입안 가득 묵직한 정통 맥주의 바디감이 끝까지 남아 쓴맛이 강했는데, 이 쓴맛이 오히려 입맛을 살아나게 하는 것이 신기하였다.
‘브라이트 바흐’는 2019년 강원도농업기술원 농식품연구소에서 개발한 토종 효모와 지역에서 재배한 쌀, 사과를 활용하여 수제맥주를 개발하기도 했다. 전통식 독일맥주를 지향하지만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맥주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브라이트 바흐’에선 여름에 야외 테이블을 놓고 잔디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앞산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돌아오는 길, 봄비가 흩뿌려 마른 흙먼지 냄새가 차 안으로 들어오자 쓴맛의 ‘비비 IPA’ 맥주가 다시 마시고 싶어졌다.
홍천은 시.군 단위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곳곳에 다양한 휴양시설들이 많아 가족단위 또는 연인들이 즐겨찾는 관광지이다. 드라이브 코스로 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팔봉산과 홍천 대명 콘도 스키장이나 워터파크가 있고, 공작산 자락에 위치한 수타사와 인제에 가까운 은행나무숲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