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양조장

♣ 리뷰

사람은 누구나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도 갖고 있는 듯하다. 막상 떠나고 나면 그리워지는 내 삶의 터전이 자꾸만 귀소본능을 건드리지만, 돌아온 일상에 익숙해지면 또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지 않는가.

그런 일련의 행위들 중 가장 큰 변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타국의 연인을 만나 서로 사랑을 하게 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먼 나라에서 성장 과정을 지나온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는 타국인 곳에서 둥지를 틀고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평창의 ‘화이트 크로우’라는 수제맥줏집이 그런 사연을 품은 채 청태산 자락 아늑한 골짜기에 자리해 있다. 원어민 교사로 2006년 한국에 온 캐나다인 남편은 처음부터 한국이 너무 좋았단다.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아내와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지 10년이 되었고, 평창의 맑고 청아한 자연환경에 반해 8년 전에 들어와서 살게 되었다.

평소 맥주를 좋아하는 남편은 처음엔 집에서 ‘하우스 맥주’를 만들어 마시다가, 부부가 함께 2년 동안 캐나다에서 지내면서 맥주 양조 ‘브루 마스터’를 공부하고 돌아와 2019년 1월에 본격적으로 수제맥주 브루어리를 오픈하였다.

‘화이트 크로우’라는 이름은 통일 신라 시대에 평창에 ‘하얀 까마귀’가 많아서 ‘백오현’이라고 불리었다는 옛 문헌 기록을 보고 아내가 영어로 바로 직역하여 정한 것이다. (역시 선생님은 다르다)

이곳의 수제맥주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그 지역의 특색을 살려 이름을 정해 출시하고 있었는데, ‘평창 골드에일’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표방했고, ‘앨티튜드 엠버 에일’의 라벨에는 이 지역의 패러글라이딩을 형상하는 이미지가 들어 있다.

약간의 호박색을 띤 이 술은 캐러멜 맛과 비스킷 견과류 향이 났는데, 짜릿한 페러글라이딩을 하고 난 후 마신다면 과연 무엇과 비교할 수가 있을까 싶은 맛이었다. 남편이 이곳에 고라니가 많아 이름 지었다는 ‘고라니 브라운에일’은 ‘2019 아시아 비어 챔피언 쉽’에서 은메달을 수상했다.

이 맥주는 커피향과 초콜릿 맛으로 풍부한 바디감을 낸다. ‘화이트 크로우 브루 잉’을 방문해야만 살 수 있는 알콜 도수 7.9%의 스타우트 맥주 ‘밝은밤’은 독한 위스키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맛이다. (500ml에 9,600원에 판매를 하고 있다)

2017년 이곳에서 처음 주최한 마라톤 축제는 20명에서 시작해 2019년엔 100명이 참가하는 축제가 되었고, 앞으로도 클라이밍, 사이클, 등산 등의 행사를 꾸준히 개최하며 모두가 소통하며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을 살아가 도록 돕는 것이 ‘화이트 크로우 브루잉’의 꿈이다.

땀 흘리며 운동한 후에 마시는 맥주의 맛을 아는 사람들과 그 맛을 함께 향유하면서 …. 요즘은 국경의 의미가 과거와 같지 않다고 하고, 흔히들 사랑엔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결국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고국을 떠나서 살고 있다.

살다가 고향이 문득 그리워지는 향수가 찾아오면 어찌할까? 그럴 땐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위로를 통해 더 사랑을 두텁게 만들지 않을까. 이를 경험해 보지 못한 나는 그들이 서로 눈빛으로, 몸짓으로 주고받는 하나하나의 행위들을 보며 열대 과일 향이 에워싼 청량한 맛의 ‘화이트 크로우 IPA’를 자꾸만 마시고 말았다.

오시는 길

청태산에 ‘웰리힐리 파크’가 있어 겨울엔 스키장과 여름엔 워터파크를 운영한다. 바로 옆에 위치한 보타닉 카페는 뒤편으로 산책로가 잘 가꾸어져 있고, 주변에 펜션 시설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