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파주
푸를 ‘녹’자에 물결 ‘파’자를 사용한 녹파주는 그 술의 푸른빛이 마치 파도의 색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녹파주는 5종의 고문헌에 수록되어 있으며, 그 방법은 아래와 같다.
□ 산가요록
멥쌀 1말을 곱게 가루를 내고 푹 찐 다음에 끓는 물 3말로 죽을 쑨다. 식으면 좋은 누룩 1되, 밀가루 5홉을 섞어 항아리에 넣는다. 3일 후에 찹쌀 2말을 푹 쪄서 앞에 만든 밑술과 섞어 덧술하여 항아리에 넣었다가 맑아지면 쓴다.
▶ 원문풀이
멥쌀 5.3kg을 곱게 가루를 내고 푹 찐 다음 끓는 물 17.1L로 죽을 쑨다. 죽이 식으면 누룩 400g, 밀가루 160g과 함께 골고루 섞어 항아리에 넣는다. 3일째 찹쌀 10.8kg을 푹 쪄서 밑술과 합하여 항아리에 넣었다가 맑아지면 쓴다.
산가요록의 방법으로 빚은 녹파주는 달콤하면서도 독한 기운이 있다. 녹파주 제조법에서 특이한 것은 멥쌀가루를 곱게 가루내어 찐 다음 죽을 쑨다는 점이다.
멥쌀가루에 끓는 물을 붓기만 해도 충분히 익을 것인데 왜 굳이 불필요 하다고 생각되는 “찌는”과정이 있는걸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찌는 과정이 있는 처리와 없는 처리로 녹파주를 제조하여 이화학적 분석을 하였다.
<찌는 과정 유무에 따른 녹파주의 이화학적 분석>
찌는 과정이 있는 처리구는 담백한 맛이 나는 반면 찌는 과정이 없는 것은 산미가 약간 더 강했으며 전분의 당화작용이 찌는 과정이 있는 처리구와 비교했을 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이화학적 분석에서 두드러지는 차이는 알코올 함량으로서 찌는 과정이 있는 처리구가 약 2.5% 가 높다.
그렇지만 맛으로 비교했을 때 이 두가지 처리에 대한 구분은 힘들다. 한편 녹파주에는 밀가루가 첨가되는데, 보통 술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밀가루를 첨가하면 아미노산도가 상승하고, 술에 톡 쏘는 자극적인 맛과 감칠맛을 부여하게 된다. 밀가루를 첨가하는 녹파주 제조법을 수록한 문헌은 산가요록과 증보산림경제, 임원십육지이다.
밀가루가 첨가 되지 않은 것은 상큼한 맛이 있지만 무게감은 떨어진다. 반면 밀가루가 첨가 된 것은 술의 아미노산도가 상승하고 상큼한 맛은 없으나 맛이 담백하다. 한편, 녹파주에서의 밀가루의 첨가유무는 알코올 함량과는 상관관계가 없는 듯 하다.
<밀가루 첨가 유무에 따른 녹파주의 이화학적 분석>
□ 음식디미방(의역)
멥쌀 2말을 씻고 또 씻어 가루를 내고, 펄펄 끓는 물 15대야9)를 부은 뒤 담을 갠다. (죽이) 익으면 누룩가루 1되 5홉을 넣고, 3일 후에 찹쌀 2말로 고두밥을 쪄 식힌 뒤 밑술에 섞어 넣고 20일 후에 쓴다.
▶ 원문풀이
멥쌀 10.6kg을 깨끗이 씻고 가루내어 끓는 물 17.1L와 죽을 쑨다. 죽이 익으면 누룩가루 600g을 넣고 3일동안 발효시킨 후, 찹쌀 10.8kg으로 고두밥을 쪄 밑술과 합한 후 20일 후에 음용한다.
9) 실험에서는 1대야를 9L정도의 용량으로 보고 보통 3/4대야쯤 물을 담는 것이 일반적이라 생각되어 1대야 = 약 6,75L로 정하여 실험하였다. 그러나 한자에서 술독‘뢰( )’자를 발견하였는데, 대야의 의미가 있으며 둥글넓적한 그릇을 말하고 있다.
즉, 여기에서의 대야는 복자의 용적으로 판단되며, 용량은 약 1,140mL로서 이것이 술 빚는 데 쓰이는 대야의 적당한 크기라 사료된다. 따라서, 멥쌀 10.6kg을 물 17.1L로 죽을 쑤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술에 따라서는 6.75L 용량 정도를 사용하기도 한다.(예, 수운잡방의 감향주)
<녹파주의 이화학적 분석>
□ 증보산림경제, 임원십육지
① 쌀 1말을 물에 하룻밤 담갔다가 가루로 만들어 물 2말로 죽을 쑤어 식은 뒤에 누룩가루 2되를 넣어 골고루 섞어 밑술을 만든다. 또 찹쌀 2말을 물에 하룻밤 담갔다가 푹 쪄서 끓는 물 3말과 골고루 섞어 차게 식히고, 먼저 만든 밑술과 골고루 섞는다. 술이 익기를 기다려서 거르면 술 5말을 얻을 수 있다.
▶ ① 원문풀이
멥쌀 5.3kg을 물에 하룻밤 담갔다가 가루로 만들어 물 11.4L로 죽을 쑤어(익반죽) 식힌다. 누룩가루 800g을 넣어 골고루 섞어 밑술을 빚는다. 또10) 찹쌀 10.8kg을 물에 하룻밤 담갔다가 푹 쪄서 끓는물 17.1L와 골고루 섞은 뒤 차게 식히고, 먼저 만든 밑술과 골고루 섞는다. 술이 익기를 기다려 음용한다.
10) 여기서는 며칠 뒤에라는 말이 없다. 문맥상 먼저 밑술을 빚어야 하기 때문에, 밑술 익는 시간을 고려하여 3일(여름) ~ 7일(겨울)의 여유를 두어야 할것으로 생각된다.
② 찹쌀 1말을 가루로 만들어 밑술을 빚고, 흰쌀 2~3말을 가루로 만들어 죽을 쑨다. 빚는 법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빛깔이 아름답고 맛이 유난히 좋으며 또 술이 많이 난다.
▶ ② 원문풀이
찹쌀 5.4kg을 물에 하룻밤 담갔다가 가루로 만들어 물 11.4L(<표5> 참조)로 죽을 쑤어(익반죽) 식힌다. 누룩가루 800g을 넣어 골고루 섞어 밑술을 빚는다. 밑술이 익으면, 흰쌀 15.9kg을 가루내어 47.7L의 물로 죽을 쑨다. 죽이 식으면 밑술과 합하고 익으면 음용한다.
③ 쌀 1말을 물에 담갔다가 가루로 만들고, 작은 주발로 물 30그릇을 퍼다 끓이고 곧바로 쌀가루에 붓고 손을 빨리 놀려 섞으며, 또 좋은 누룩가루 5홉과 밀가루 3홉을 넣고 골고루 개어 차게 식힌 뒤에 항아리에 넣는다. 7일이 지나면 톡 쏘는 맛이 난다.
다시 찹쌀 2말을 여러 차례 씻어 밥을 짓고 누룩가루 7홉과 밀가루 5홉을 넣은 뒤에 미리 만들었던 밑술과 골고루 합하여 항아리에 넣는다. 또 7일이 지나서는 종이를 태워 술을 시험해 본다. 잘 익었으면 걸러낸다. 항아리를 그늘에 묻어두면 여름철에도 그 맛이 변하지 않지만, 맹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 ③ 원문풀이
멥쌀 5.3kg을 물에 담갔다가 가루로 만들고, 물 17.1L를 끓여 곧바로 쌀가루에 붓고 손을 빨리 놀려 섞는다. 따뜻해지면 누룩가루 200g, 밀가루 96g을 넣고 골고루 개어 차게 식힌 뒤 항아리에 넣는다. 7일이 지나면 톡 쏘는 맛이 난다.
다시 찹쌀 10.8kg을 여러 차례 씻어 밥을 짓고 누룩가루 280g과 밀가루 160g을 넣은 뒤에 미리 만들었던 밑술과 골고루 합하여 항아리에 넣는다. 또 7일이 지나서는 종이를 태워 술이 익었는지 시험을 해 본다.(술이 계속 발효가 진행중이면 탄산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불이 꺼지게 된다. 반대로, 불이 계속 살아있으면 발효가 끝난 것이다).
□ 규합총서(의역)
희게 쓴 멥쌀 3되를 가루로 만들어 물 10되를 끓여 의이(薏苡)11)처럼 쑤어 서늘하게 식힌다. 누룩 7홉을 섞어 넣었다가 묽어지거든 찹쌀 1말을 담갔다가 지에를 물 주어 익게 쪄서 사늘하게 식혀 버무려 넣는다. 14일 후 불을 켜 보아 꺼지지 않으면 쓴다
▶ 원문풀이
멥쌀 1.59kg을 가루내어 물 5.7L를 끓여 죽처럼 쑤어서 서늘하게 식힌다. 누룩 280g을 섞어 넣는다. 술이 익어 묽어지면 찹쌀 5.4kg을 담갔다가 물을 뿌려가면서 익게 찐 다음 싸늘하게 식혀 같이 합하여 항아리에 담는다. 14일 후 불을 켜 보아 꺼지지 않으면 음용한다.
11) 곡물을 갈아서 쑨 죽
증보산림경제에서는 3가지의 제조법이 나오는데 원료와 누룩의 양, 원료를 넣는 순서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산가요록의 방법에 따르고 있다.
여기서는 녹파주의 모든 제조방법을 알아보는 것 보다는 밀가루의 첨가유무, 쌀가루를 증자함에 따라 주질이 어떠한지 알아보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임원십육지의 녹파주 제조법은 증보산림경제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봐서 증보산림경제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 전통주 “조선시대 360여종”의 제조법.유래 등은 ‘전통주 전체’에서 한번에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