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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9. 섬김 가족과 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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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종가를 잇는 현재형, 지아비의 든든한 아침상 「한산 이씨 아계 이산해 종가」

한산 이씨 인재공파 종가가 지금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에 자리 잡은 때는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이숙야의 아들이며 충절신인 이축(李蓄)이 지금의 종가에서 태어났다. 그는 세조의 왕위 찬탈에 반발하여 현재의 은지동에 은거하였다.

그는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으로 영월에 유배된 단종을 그리워하며 은지(隱池), 곧‘세상을 피하여 숨어있는 연못’을 만들고 영월을 향하여 절을 올렸다고 한다. 한산 이씨 인재공파 22대 종손인 이세준(70세, 李世濬) 씨는 종가를 지키며 농촌지도자를 거쳐 원당단위농협조합장을 지냈다.

그는 집안의 가풍을 묻는 질문에 논어의 위공령 편에 나오는 말을 예로 들었다. ‘기소불욕 물시 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곧“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어진 선비의 마음은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말이다.

주경야독하는 선비를 위한 아내의 밥상 「한산 이씨 아계 이산해 종가」

♣ 주경야독하는 선비를 위한 아내의 밥상

고양향교의 전교로서 한학에 조예가 깊고 한결같이 주경야독하는 선비의 길을 걸어온 지아비의 건강을 위해 든든한 아침 밥상을 차려낸다. 선비의 아침밥상은 3첩 반상 정도로 간소하게 차려지나 하나하나에는 종부 아내의 지혜와 정성이 담겨있다.

밥과 아욱국, 나박김치, 배추김치, 배무침, 더덕구이, 녹두전, 병어감정으로 정갈하게 차려지는데, 배무침, 더덕구이의 찬에 단맛을 내는 양념으로 흔한 설탕 대신 배를 고아 만든 배청을 쓴다.

배청으로 음식에 깊은 단맛을 더하는 한편, 배즙·배차를 손님 접대하는 다과상에 빠뜨리지 않는다. 한번 책을 붙들었다하면 놓지 않는 성품인 남편 속을 편하게 하는 데 배청을 비롯한 배즙·배차가 크게 이바지했다고 한다.

종가를 잇는 현재형, 지아비의 든든한 아침상 「한산 이씨 아계 이산해 종가」

♣ 배청을 바탕으로 해, 건강과 정이 피어나는 밥상과 다과상

제사를 올리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종가의 일이라, 명절이면 족히 70~80번은 다과상을 내고, 떡이며 다식, 전은 넉넉히 해서 마을에 돌렸다. 하나하나의 음식에는 만만치 않게 손이 가나 떡이나 육포, 다식은 미리 준비해두고 배차는 바로바로 만들어내니 손님은 다과상을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다과상 「한산 이씨 아계 이산해 종가」
▲ 다과상

이 댁의 음료이자 양념으로 빠지지 않는 배청은 무쇠 솥에 배와 황설탕을 6대4 비율로 넣고 고아 조청처럼 만든다. 가래떡이나 절편에 찍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만들어놓은 배청에 시원한 생수를 붓고 잣을 올려낸다.

▪ 아욱국

종가음식 아욱국

아욱은 장의 운동을 원활하게 하여 변비를 다스리니 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글공부하는 선비의 아침상에 제격이다. 아욱은 줄기를 꺾어서 껍질을 벗기고 주물러 씻어 아린 맛을 다스리고 섬유질을 부드럽게 한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아욱과 마른 새우를 넣어 끓이다가 대파, 다진 마늘을 넣고 한소끔 끓여 맛을 낸다.

▪ 더덕구이

종가음식 더덕구이

향긋한 더덕구이는 아침의 미각을 일깨우는 찬이다. 껍질을 벗겨낸 더덕은 길이대로 반으로 갈라 방망이로 두드린다. 여기에 양념장을 발라 석쇠에 굽는데, 양념장에는 고추장, 간장,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과 함께 배청이 들어간다.

▪ 배무침

종가음식 배무침

과수원에서 바로 따온 싱싱한 배는 이 댁의 자랑이다. 배를 적당한 굵기로 채 썰고 오이, 미나리를 더해 상큼한 맛을 더욱 살리고 소금 간을 한 다음 마늘, 파, 고춧가루, 식초, 깨소금, 참기름과 배청을 넣어 버무린다.

▪ 녹두전

종가음식 녹두전

고소한 녹두전은 속을 든든하게 해주며 몸속의 독을 풀어준다. 녹두는 하루 전날 물에 불려 준비한 뒤 두 손으로 비벼가며 껍질을 벗겨낸 다음 믹서기에 넣고 불린 멥쌀, 물을 함께 넣은 후 소금 간을 약간하여 간다.

여기에 살짝 데쳐 밑간한 숙주나물과 고사리나물, 갈아서 양념한 돼지고기, 파, 속을 털어 내고 잘게 썬 김치 등을 넣고 잘 섞어 전을 부치다가 위에 청·홍 고추썬 것을 올려 멋을 낸다.

▪ 병어감정

종가음식 병어감정

감정은 찌개보다 국물이 적고 되직하게 끓여낸 것으로, 상추쌈에 올려 먹기도 했다. 병어 대신 웅어나 조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지느러미와 내장을 손질한 병어 살에 칼집을 넣어 둔다.

대파, 마늘, 생강을 곱게 채 썰고 양념을 섞어서 준비한다. 멸치국물에 고추장, 된장, 액젓, 국간장을 넣고 끓이다가 병어를 넣고 조린다. 국물을 끼얹어 가면서 조리다가 준비한 양념을 얹고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조린다.

▪ 나박김치

종가음식 나박김치

배추와 무, 배청의 맛이 어우러져 한결 시원하고 감칠맛이 난다. 무는 나박썰기하고 오이는 동그랗게 납작 썰며 배추는 노란 속잎을 한 잎씩 떼어 나박썰기한다.

무, 배추에 실고추를 넣어 붉은 물을 살짝 들인다. 여기에 미나리와 파를 3㎝ 정도 길이로 썰어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다진 마늘, 생강즙을 넣어 양념을 하고 배청을 넣은 뒤 물을 붓는다. 마지막으로 홍고추와 잣을 띄운다.

♣ 이제, 샐러드보다 나물을 더 싱그럽게 무쳐내는 종부가 되었다. 이선호 종부

「한산 이씨 아계 이산해 종가」이선호 종부

22대 종부 이선호(67세, 李善鎬) 씨는 43년 전, 드러나지 않지만 속정이 깊은 청년 이세준에게 반해 스물넷에 혼인을 했다. 활달한 서울 아가씨는 수영, 탁구, 허들, 스케이트 등 못하는 운동이 없었고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 멋쟁이였다.

처음 시집와 절을 올리는데 헤아려보니 무려 일흔여섯 번이었다고 한다.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다리가 아니었다면 새색시는 첫날부터 만만치 않은 신고식의 후유증을 앓았으리라. 종부는 한복 치마를 입으라는 시어머님 말씀에 한여름에도 땀띠를 다스려가며 긴 한복치마를 입으며 순종했다.

시부모님 모시며 일남삼녀를 키우고 일년에 20여 차례의 제사를 모셔왔는데 시제 때에만 서른 여덟 번의 상을 차려낸다고 한다. 크게 농사를 짓고 제사가 많은 이 댁의 음식은 마을 아낙들의 품앗이가 큰 보탬이 되었다.

하여 종부는 스케이트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 서울에서 여러 켤레의 스케이트를 사다가 마을아이들을 가르치기도하며 마을 아낙들의 수고로움에 답했다.

어진 선비 가문의 종부다운 마음 씀씀이라 하겠다. 시어머님상에 과일샐러드를 올렸던 스물네 살 새댁은 이제, 샐러드보다 나물을 더 싱그럽게 무쳐내는 종부가 되었다. 나이 예순 무렵부터는 한지공예, 서예, 수묵화 등을 배우며 여생을 즐기고 있다.

♣ 가정(이곡), 목은(이색), 인재공(이종학)으로 이어지며, 대를 이은 일편단심 종가

「한산 이씨 아계 이산해 종가」종가

한산 이씨는 대학자를 여럿 배출한 가문이다. 중시조인 이곡(李穀)은 고려의 문장가이자 경학의 대가였다. 충숙왕 때 문과에 급제하였고 원나라의 과거시험에 급제하여 고려의 고위관직에 이르렀다.

그의 아들이 바로 고려 삼은의 한 사람으로 이름 높은 고려 말의 석학 이색(李穡)이다. 인재공(麟齋公) 이종학(李種學)은 이색의 둘째 아들이다. 14세의 나이로 성균시에 합격한 수재였으며 왕명을 출납하는 중책을 맡았고 고려시대 과거의 고시관을 겸하였다.

그는 아버지 이색과 함께 왕권교체의 시기에 명리를 따르지 않고 죽임을 당하는 순간까지 뜻을 굽히지 않고 고려왕조에 충절을 지켰다. 그는‘신물응거(신勿應擧)’곧‘신중히 과거시험에 응하도록 하라’며 사실상 과거에 응하지 말라는 유훈을 아들 이숙야(李叔野)에게 남겼다.

빼어난 인재였던 숙야는 아버지 인재공의 유언에 따라 벼슬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권의 기틀을 다지는 조선 초, 고려 유신을 대상으로 한 융화책에 의해 부득이 고을의 목사를 맡았다. 한산 이씨가 모여 사는 은지동은 600여 년 간 전란의 피해를 입은 적이 없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에도 마을에 변고가 없었고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이세준 종손은‘피난 가면서 항아리에 담아서 마을 뒷산에 묻어둔 신주도 그대로 있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마을 사람들은 충신의 일편단심이 담긴 은지연못의 음덕이 마을을 지켜준 것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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