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 상차림

♣ ‘섬김의 미학’으로 지어 올리는 ‘살림의 상차림’에 우리 문화의 원형이 고스란 합니다.

‘섬기는 삶’, 마치 종교와 같이 숭고한 삶입니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막론하고 우리가 아는 위대한 사람들의 삶은 섬기는 삶이었습니다.

그 섬김은 절대자인 신을 향하기도 했고, 우리의 근본인 조상과 부모에 대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섬김은 늘 위를 향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동체를 이루는 데 손을 보태는 수많은 사람들 또한 섬김의 대상이었지요.

섬기는 삶은 늘 경건하고 자애로운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삶을 지켜보면서 큰 위안과 세상을 정화하는 갸륵한 힘을 느낍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섬김’에서 세상을 이끄는‘리더십의 힘’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자신을 낮추지만 모두를 건강하게 만드는‘진짜 리더십’을요. 이제 우리에게로 눈길을 돌립니다. 수천 년 동안 우리가 이끌어온 공동체의 형태는‘마을’이었습니다. 누구 한사람의 힘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을 직조하며 만들어온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역사를 떠 받쳐온 마을 공동체의 근본 힘이바로,‘ 섬김’입니다. 남녀노소, 계층을 떠나 서로 섬기는 마음, 그 마음에서 우리의 오늘이 비롯되었습니다. 마을의 중심에서 섬김의 아름다운 자세를 몸소 보였던 사람이, 종가의 종부입니다.

하늘을 향한 섬김, 조상과 부모로부터, 남편과 자식에 대한 섬김, 마을과 가문을 찾는‘손님’에 대한 섬김,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섬김을 실천하며 살아온 삶입니다.

종부의 섬김은‘상차림’을 통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살림의 밥상’을 통해서지요. 그래서 종가의 종부들이 내어 올리는 상차림에는 섬김의 아름다움이 스미어 있습니다.

제철의 재료를 고르고 마련하는 것부터, 정성을 다해 손질하고 조리하는 것, 마침내 종가의 격에 어울리게 상차림으로 꾸며 올리는 것까지, 어느 하나‘섬김의 미학’이 빠진 곳이 없습니다.

그‘섬김의 미학’으로 차린 종가음식 상차림에 여러분을 모십니다. 지난 봄부터 시작한 종가선정과 사전답사, 취재와 정리, 전시까지‘섬기는 마음’으로 손을 보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종가의 문을 열어주신 참여 종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전통한식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