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산모를 위한 담박한 산후조리상
논산 명재 윤증 종가의 며느리가 아이를 잉태하면 온 가족이 축복하며 새로운 가족을 맞았다. 첫아이를 가진 며느리에게 고운 비단옷을 한 벌 해주고 휴양을 겸한 친정 나들이를 보내주었다.
다녀와서는 아이를 낳고 돌이 될 때까지 방문 출입을 삼가고 오직 육아에만 전념하도록 배려했다. 임신한 며느리는 주방에 드나들지 않도록 했다.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며 태교를 하고, 아이 낳기 육 개월 전부터는 밖에 있는 화장실도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산모 밥상에는 깍두기 하나도 모나고 못생긴 것을 올리지 않았다. 여름이라도 오이 같은 찬 음식보다는 가지로 냉국을 만들어 더위를 달래도록 했다. 미역국과 늙은 호박으로 산후 몸조리를 돕고, 너무 기름진 음식을 먹지 않도록 했다.
♣ 쌀뜨물 미역국으로 차리는 봄 밥상
봄 밥상은 흰 쌀밥과 쌀뜨물 미역국, 가지나물, 동김치, 미나리나물을 중심으 로 차려진다.
▪ 쌀뜨물 미역국
아이를 낳으면 젖이 잘 돌고 회복이 빠르도록 미역국으로 몸조리한다. 일주일 정도는 맨 미역국에 흰 쌀밥을 먹고, 다음은 멸칫국물을 낸 미역국으로, 삼칠일이 지나야 쇠고기를 넣은 미역국을 먹었다. 미역을 불려 참기름에 볶다가 멸치, 쌀뜨물을 붓고 끓여서 간장으로 간한다.
▪ 동김치
무가 맛있는 가을에 동김치로 담가 보관하면 이듬해 봄 아삭하고 시원한 무를 맛볼 수 있다. 끓여서 식힌 물에 멸치젓국과 소금으로 간하고 깨끗하게 씻어 손질한 무를 통째로 넣어 항아리에 보관하다. 먹을 때 썰어서 상에 낸다.
♣ 늙은호박국으로 차리는 가을 밥상
가을 밥상은 흰 쌀밥에 늙은호박국, 무청나물, 양지수육, 김구이, 무나물, 백김치, 깻잎장아찌를 중심으로 차려진다.
▪ 늙은호박국
늙은호박은 산모의 붓기를 빼는 데 좋다. 늙은호박국은 밥을 말아둬도 밥알이 불지 않는다. 늙은 호박을 잘게 썰어서 쌀뜨물을 넣고 푹 무르도록 끓인다. 호박이 물러지면 으깨서 소금으로 간한다.
▪ 무청나물
무청을 삶아 물기를 뺀 다음 다진 파, 마늘, 간장, 참기름을 넣고 무쳐서 살짝 볶는다.
▪ 양지수육
산모 밥상에는 탈이 나지 않도록 너무 기름진 음식은 올리지 않았다. 핏물 뺀 양지머리를 푹 삶아 얇게 편으로 썬다. 진간장에 잣가루를 띄운 양념장을 곁들인다.
♣ 시어머니 해주신 모본단 저고리가 눈에 선해 양창호 종부
파평 윤씨 명재 윤증 종가에 시집온 지 77년. 연지곤지 찍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백수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시집왔을 때는 시아버지 삼 형제 내외가 한집에 살고 계셨다. 그야말로 층층시하였다. 한 끼에 외상만 19개를 차릴 정도로 가족들이 많았다.
사랑은 사랑손님으로, 안채는 친인척들로 북적였다. 제사 음식도 기름으로 부친 것은 안 올릴 정도로 소박하니, 오히려 장맛에 더 신경을 썼다. 채소 위주의 상차림이라 음식의 간을 맞추는 장맛이 솜씨를 좌우한다.
겨울이면 임금님 진상품으로 오르던 노성게로 게장을 담가 별미로 어른들 상에 올렸다. 봄이면 미나리강회를 별미로 먹는데, 소담하게 접시에 담으면 꽃핀 것처럼 예쁘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선보는 날부터 손자며느리를 유독 예뻐하셨던 시할아버님, 우리 며느리가 제일이라며 매사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시어머님과 함께 힘든 세월을 쉬이 보냈다. 그 시절이 지금은 꿈처럼 아득하지만, 첫애 가졌을 때 시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모본단 저고리는 아직도 눈에 선하다.
♣ 명재 윤증 선생과 물 맛 좋은 윤증 고택
명재 윤증(1629~1714) 선생은 조선 후기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벼슬에 수차례 천거되었으나 모두 고사하고 재야에서 학문에 힘썼다. 소론의 지도자였으며 예학을 정립한 대학자다.
충남 논산시 노성면 교촌리에 자리한 윤증 고택은 호서지방의 대표적인 양반 가옥으로 1984년 12월 24일 중요민속문화제 제190호로 지정되었다. 향교 동쪽에 자리해 교동집이라고도 불리는 명재 윤증 고택은 선생의 사후에 제자들이 선생을 기리기 위해서 지은 집으로, 300년이 넘은 고택이다.
마당에 있는 우물은 가뭄에 마르지 않고, 물맛 좋기로 근동에 소문이 자자하다. 이웃마을에서까지 며느리 첫국밥을 이 우물물로 끓여주겠노라고 물 뜨러 오는 아낙네들이 있었다고 한다.